[오철수칼럼] 스냅백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우리정부 北·中에 기울어진 상황선
감시기구 원활한 작동 기대 어렵고
北 체력회복땐 제재복원효과도 반감
대선 앞두고 이벤트 골몰하기보다는
'핵 보유땐 불이익' 北에 각인시켜야
정부가 북한에 대한 ‘조건부 제재 완화(스냅백·snap back)’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스냅백은 대북 제재를 완화했다가 북한이 합의를 위반할 경우 제재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을 말한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유엔 총회 기간 미국을 방문 중이던 지난 22일 미국외교협회 초청 대담회에서 “북한의 비핵화 진전을 위한 방안으로 스냅백을 활용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대북 제재를 해제한 뒤 북한이 약속을 어길 경우 제재를 다시 강화하면 그만”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들어 우리 정부 내에서 스냅백에 대한 언급이 부쩍 늘어난 것은 하노이 노딜 이후 2년여 동안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는 북한 비핵화 협상의 물꼬를 트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스냅백이라는 것이 정부 말처럼 그렇게 쉽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우리 정부 설명대로라면 북한이 합의를 어겼을 때 자동적으로 제재가 복원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란의 사례를 보자. 이란과의 핵 협상에 참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 등 6개국은 2015년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통과된 뒤 합의 준수 여부를 감시하기 위한 공동중재기구(Joint Commission)를 구성했다. 합의 불이행 여부에 대한 판단은 다수결로 결정하기로 했다. 멤버 구성만 보면 미국에 유리한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다 미국은 중재기구의 결정 사항이 유엔 안보리에 회부된 뒤 30일 내에 결론이 나지 않으면 기존 제재가 자동 복원되도록 하는 조항까지 넣었다. 중국·러시아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의 거부권을 사실상 무력화한 것이다. 이처럼 스냅백 작동에 유리한 조건들이 대거 포함되면서 중재기구의 활동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이 기구는 미국의 뜻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미국이 2018년 이란 핵 합의안인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에서 탈퇴한 뒤 스냅백 복원을 요구했지만 이란·중국·러시아는 물론이고 동맹국인 영국·프랑스·독일까지 반대하는 바람에 공동 제재는 무산되고 말았다. 결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독자 제재를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란의 사례를 보면 스냅백 실행을 위한 중재기구 참가국 설득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 수 있다. 북한 핵 문제도 마찬가지다. 당장 스냅백 작동을 위한 중재기구 구성부터 쉽지 않다. 북한은 자신들에 불리한 멤버 구성에는 반대할 것이 뻔하다. 설령 5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남북이 참가하는 구도나 6자회담 틀(미국·일본·중국·러시아+남북) 속에서 진행된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우리나라가 북한이나 중국 편을 드는 상황에서는 제재 복원은 사실상 어렵다.
북한 비핵화 합의문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다. 벌써부터 북한은 우리 정부가 제의한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조건을 내걸고 있는 상황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에 이어 김정은 국무위원장까지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구체적으로 한반도에서의 미군 철군과 한미 합동 군사훈련 중단, 전략무기 전개 중단까지 거론했다. 합의안을 만드는 데도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임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제재를 완화한 후 북한의 경제 체력이 회복되면 스냅백을 통해 다시 제재를 하더라도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도 문제다.
지난 30년간 우리 정부는 대화를 통한 북한 비핵화를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해봤지만 결국 실패했다. 경수로와 경유 지원이라는 당근책도 써봤고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가동을 통해 대량의 현금이 북한으로 들어가는 것을 용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핵 문제는 해결되기는커녕 되레 더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임기가 불과 몇 개월밖에 남지 않은 정부가 단번에 해결하려는 것은 과욕이다. 특히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이벤트를 통해 단기 성과를 내려고 하는 것은 문제만 더 꼬이게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조급증을 내기보다는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으면 자신들에 득이 될 게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시키는 길뿐이다.
오철수 기자 csoh@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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