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산은 컨소시엄도 자산관리회사(AMC) 설립계획 있었다.. 화천대유 선정과정 의문 '증폭'

최온정 기자 2021. 9. 3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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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화천대유’가 포함된 하나은행 컨소시엄을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의 우선협상자로 선정한 걸까.

하나은행 컨소시엄만 유일하게 사업계획서에 자산관리회사(AMC)인 화천대유를 포함해 가산점을 얻었고, 그 덕분에 우선협상대상자가 될 수 있었다는 일각의 분석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입찰에 참여했던 산업은행 컨소시엄도 AMC를 설립해 사업을 진행한다는 내용을 포함해 입찰에 나섰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입찰에는 하나은행 컨소시엄과 산업은행 컨소시엄, 메리츠종합금융증권 컨소시엄이 참여했다.

이는 AMC를 포함시켰는지 여부에 따라 받는 가산점을 하나은행 컨소시엄과 산업은행 컨소시엄이 유사하게 받았을 것이란 뜻이다. 이에 따라 왜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선정됐는지, 그 절차나 기준은 적절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입수한 산업은행 컨소시엄의 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도시개발사업 사업계획안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부산은행, 전북은행, 대우증권과 함께 AMC인 ‘대장동 자산개발’도 컨소시엄에 포함하는 것으로 지분 구조를 계획했다. 대장동 자산개발은 설립 예정 법인이라고 사업계획서에 기재가 돼있다.

산업은행 컨소시엄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제출한 사업계획서 중 일부. 자산관리회사(AMC)인 대장동 자산개발이 설립 예정 법인이라고 기재돼 있다./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실

이는 하나은행 컨소시엄만 AMC 설립 계획을 포함시켜 점수를 받았을 것이라는 종전의 추측과는 배치된다. 앞서 이기인 국민의힘 성남시의회 의원은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에 참여한 민간사업자를 평가하는 과정에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다른 2개의 컨소시엄과 달리 유일하게 자산관리회사(화천대유)를 포함시켜 추가점수를 얻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 의원이 확보한 성남시의회 행정감사자료에 따르면 산업은행 컨소시엄에는 자산관리회사가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2015년 2월 13일 공표한 공모지침에 따르면 사업참여를 신청한 민간사업자는 사업계획(650점)과 운영계획(350점)으로 구분된 배점표를 기준으로 점수가 매겨진다. ‘자산관리회사 설립 및 운영계획’ 부분은 운영계획에 상대평가 방식으로 총 20점이 배정됐다. 이 의원은 이를 근거로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배경에는 자산관리회사 포함여부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했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캠프 측은 “언론 보도대로 다른 컨소시엄이 AMC 참여를 시키지 않았다면 그 점수를 포기한 컨소시엄의 책임”이라면서 원래 배정되어 있는 점수를 준 것으로 가산점이 아니라는 취지로 반박한 바 있다.

하지만 산업은행 컨소시엄도 AMC를 포함시켰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유사한 조건에 있었던 경쟁사들을 제치고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선정된 과정을 두고 시시비비가 새로운 국면에서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성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표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3개 회사 모두 AMC 설립계획을 제출한 것으로 안다며 AMC는 선정의 핵심 요인이 아니라는 취지로 말한 것과도 일치하는 대목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오래된 일이라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산업은행 컨소시엄이 제출한 계획서에 따르면 AMC 부문을 제외한 다른 주요 평가 항목에서도 하나은행 컨소시엄과 큰 차이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사업이익 배분(70점) 항목은 절대평가로 진행됐으며 ▲공원조성비 전액부담(미충족시 실격) ▲A11블럭 임대주택용지 제공(혹은 현금정산)을 충족하기만 하면 만점을 받았다. 산업은행 컨소시엄의 사업계획서와 앞선 보도 등을 취합하면 하나은행·산업은행·메리츠종금 컨소시엄 모두 공원조성비 2561억원 전액을 부담하기로 했고, 임대주택용지인 대장동 A11블럭(4만7806㎡)에 대해서는 각각 부지 혹은 현금 형태로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금융권에서는 자금조달능력 부문에서도 큰 차이가 없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출자자의 재무건전성(100점) ▲출자자의 사업실적(70점) 등 절대평가 부문의 경우 모두 점수를 채웠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례로 재무건전성 부문에는 대표사 신용등급의 우수성(30점)과 컨소시엄 신용등급의 우수성(20점), 대표자의 자기자본 규모(30점), 컨소시엄 출자자의 자기자본 규모(20점) 등이 포함되는데, 산업은행은 네 가지 항목에서 모두 최고점수를 받아 100점을 채운 것으로 사업계획서에 기재했다.

성남 대장시 프로젝트 입찰 당시 산업은행 컨소시엄의 사업계획서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자금조달능력 등 부분에서는 하나은행과 메리츠종금, 산업은행 모두 우량회사인 만큼 큰 차이는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어떤 부분에서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가점을 받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처럼 세 사업자 모두 AMC 관련 계획을 제출했고, 주요 평가항목이 절대평가로 진행됐다는 점은 평가 과정에 대한 의구심은 더 높아지고 있다.

다만 화천대유를 포함한 하나은행 컨소시엄의 경우 대장지구 개발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다른 컨소시엄보다 높았을 가능성은 있다. 도시개발업계 전문가 A씨는 “대장지구는 공공개발과 민간개발을 오가다가 공동 개발로 자리잡은 과거가 있는데, 화천대유의 인적 구성을 보면 대장지구 민간개발에 힘써온 인물들이 포함돼 있어 이해도가 다른 컨소시엄 대비 높았을 수 있다”면서 “사업을 진행할 땐 오히려 정성적인 면에서 가점을 얻었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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