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원 합의금으로 일단락된 암 집단 발병 '장점마을'의 비극

백도인 2021. 9. 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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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시 장점마을의 비극의 시발점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을에서 1㎞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비료공장이 들어서면서다.

주민들은 암이 집단으로 발병하기 전부터 전북도와 익산시 등 행정기관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별문제 없다'는 말만을 들어야 했다.

2019년 환경부 역학 조사 결과 암 집단 발병의 원인은 비료공장에서 퇴비를 만들며 불법적으로 쓴 연초박(담뱃일 찌꺼기)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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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위 구성해 4년여간 끈질긴 싸움..민사소송 끝에 최종 합의
2001년 마을 인근에 비료공장 건립 이후 각종 암 발병
"비료공장 연초박이 발병 원인..행정 부실 관리·감독이 화 키워" 공식 확인
장점마을 주민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익산=연합뉴스) 백도인 기자 = 전북 익산시 장점마을의 비극의 시발점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을에서 1㎞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비료공장이 들어서면서다.

멀쩡했던 주민들이 하나둘씩 암으로 쓰러져갔다.

종류도 간암, 피부암, 담도암 등 가지가지였다.

그동안 주민 16명가량이 각종 암으로 숨졌고, 여러 명이 투병 중이다.

비료공장 건립 후 잇따라 암 발병

평온했던 농촌 마을에 재앙이 밀어닥친 것이다.

주민들은 비료공장을 의심했다.

공장 쪽에서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역한 냄새가 진동했고 공장 폐수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곤 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암이 집단으로 발병하기 전부터 전북도와 익산시 등 행정기관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별문제 없다'는 말만을 들어야 했다.

장점마을 인근 비료공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결국 잇따라 쓰러져가는 이웃들을 더는 지켜볼 수 없었던 주민들이 2017년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투쟁에 나서면서 암 집단 발병의 원인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2019년 환경부 역학 조사 결과 암 집단 발병의 원인은 비료공장에서 퇴비를 만들며 불법적으로 쓴 연초박(담뱃일 찌꺼기)으로 밝혀졌다.

연초박 처리 과정에서 배출된 각종 발암물질이 바람을 타고 마을로 향해 주민들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것이다.

"불법적 연초박 사용과 부실한 관리·감독 원인"

감사원 감사에서는 행정기관이 제대로 된 관리·감독을 하지 않아 사태를 키운 점이 확인됐다.

감사원은 "익산시가 사용이 금지된 연초박 등을 유기질 비료 원료로 쓰겠다는 비료공장(금강농산)의 신고서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수리했으며 점검과 지도도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이를 토대로 주민들은 전북도, 익산시 등을 상대로 작년 7월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섰다.

소송에 앞서 진행된 민사조정에서 157억원을 요구했지만 50억원 이상은 어렵다는 전북도·익산시와 합의를 이루지 못했고 수차례에 걸친 물밑 조정작업이 진행됐다.

그리고 30일 민사조정을 신청한 주민 175명 가운데 84%가량인 146명이 조정에 합의하며 사실상 4년여의 싸움에 종지부를 찍었다.

KT&G타워 앞에 뿌려진 연초박 [연합뉴스 자료사진]

비료공장과 KT&G의 탐욕도 주요 원인

장점마을 사건은 비료공장의 탐욕과 허술한 발암 유발물질 관리, 행정기관의 부실한 감독 등이 빚어낸 우리나라 최대의 환경의료보건 재난 중 하나로 꼽힌다.

비료공장인 금강농산은 퇴비로만 써야 할 연초박(담뱃잎 찌꺼기)을 유기질 비료로 만들었다.

연초박을 유기질 비료로 만드는 과정에서 발암 물질이 배출되기 때문에 퇴비로만 써야 하지만 이를 어긴 것이다.

퇴비보다 유기질 비룟값이 훨씬 비싸기 때문에 이윤 극대화를 위해 불법을 서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KT&G도 이 공장에 연초박을 공급하고 이용 실태를 점검하지 않아 사태를 키웠다는 주민의 거센 비난을 받아야 했다.

KT&G가 연초박 판매 등으로 얻은 이익은 불과 6억원대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농촌진흥청 역시 연초박의 부실 관리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연초박을 함유한 퇴비를 썩히는 과정에서 발암물질이 나오는 데도 사전 유해성 실험 없이 퇴비 연료로 허용했다는 것이다.

익산 장점마을 옆 마을에서도 "암 집단 발병" (CG) [연합뉴스TV 제공]

인근 2개 마을서도 암 집단 발병

장점마을 사건은 인근의 장고재마을과 왈인마을로 옮겨붙을 가능성이 있다.

이들 마을은 장점마을과 인접해있고 비료공장으로부터의 거리도 비슷하다.

주민들은 이미 20명가량이 암에 걸려 사망했거나 투병 중이라고 주장한다.

이들 마을 주민들도 한때 장점마을과 함께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싸움을 벌인 적이 있다.

그러나 도중에 대책위에서 빠져나오면서 이렇다 할 보상이나 배상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장점마을이 최소한의 위로금과 치료비를 받게 되면서 다시 싸움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doin1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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