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 위해 최소 3개 정당 합쳐야 하는 獨.. 유럽 다른 국가 보니

이철민 선임기자 2021. 9. 3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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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방송 "영국인들이 '위기(crisis)'로 보는 상황에서, 독일인들은 '단합(unity)'을 찾아"

지난 26일 독일 총선에선 어느 당도 과반수 다수당이 되지 못했다. 제1당인 사민당(SPD‧25.7% 득표)과 제2당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속한 기민‧기사당 연합(CDU/CSU)의 득표율 차는 1.6% 포인트에 그쳤다. 이밖에 녹색당이 14.8%, 친(親)기업‧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자유민주당(FDP)이 11.5%를 얻었다. 따라서 차기 독일 정부는 ‘킹 메이커’가 된 녹색당과 자유민주당이 사민당 또는 기민‧기사연합 어느 쪽의 손을 잡느냐에 달렸다.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연정 구성 협상에서 차기 독일 정부의 '총리'와 '킹메이커'를 꿈꾸는 주요 정당 대표들. 왼쪽부터 욜라프 숄츠 사민당 대표, 아날레나 베어보크 녹생당 공동대표, 아르민 라셰트 기민-기사당 연합 대표, 크리스티안 린드너 자민당 대표. /EPA 연합뉴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연정(聯政)이 구성되기까지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연정 경험이 있는 독일에서도 최소 3개 정당이 합쳐야 정부 구성이 가능해지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은퇴를 선언한 메르켈 총리가 차기 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계속 ‘과도 정부’의 총리를 맡게 된다. 2017년 독일 총선 때도 연정 출범까지 6개월이 걸렸다.

반면에, 같은 의원내각제이고 다당제(多黨制)인 영국에선 보수당이나 노동당 한쪽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해 연정이 일어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유럽 대륙의 많은 국가는 비례대표제 위주 총선을 치러 다양한 정당이 의회에 진출하는 반면에, 영국에선 각 선거구에서 최다 득표한 1명만 의회 진출하는 소선거구제 총선을 실시하기 때문이다.

1945년 처칠의 전시내각 이후 최초로 2010~2015년 연정을 구성한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왼쪽)과 닉 클레그 자유민주당 소속의 부총리. 당시 내각은 보수당 16명, 자민당 5명으로 구성됐다./위키피디어

하지만, 2010년 총선에서 보수당 32.4%, 노동당 35.2%, 중도 자유민주당 22%로 표가 갈렸을 때에는 난리가 났다. 언론에선 “1930년대 이후 평시(平時) 첫 연정”이라며 온갖 추측성 기사를 냈다. 결국 총선 6일 만에 노동당의 고든 브라운 총리가 물러나고, 데이비드 캐머런 보수당 대표와 닉 클레그 자유민주당 대표 간에 연정이 결성됐다. 독일 스트라스클라이드대의 하인츠 브란덴부르크 교수는 “당시 영국 언론에선 난리가 났고, 모든 일이 빠르게 진행되는 과정이 매우 이상했다”고 말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네덜란드는 지난 3월 17일 150석을 놓고 총선(하원)을 치렀지만 아직도 새 정부가 출범하지 못했다. 득표율 5%를 넘는 정당만도 8개다. 벨기에는 2010년 6월 총선 때 정부 출범까지 541일이 걸려 ‘평시에 정부 없는 기간’에서 기네스북에 올랐다.

또 영국에선 여왕이 총선 제1당 대표에게 정부 구성 권한을 주지만, 독일은 이론적으로는 어느 당이든 정부 구성을 주도할 수 있다. 제2당으로 밀린 기사‧기민당 연합의 아르민 라셰트 대표가 차기 정부 총리를 하겠다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각 정당은 포기할 수 없는 기본 당론을 토대로, 정책간 타협을 되풀이하며 정부 구성 가능성을 따지게 된다.

BBC 방송은 이를 놓고, “상대방의 의중을 깊이 알아가면서 조율하는 작업이 예술의 경지에 속한다”며 “영국인들이 ‘위기(crisis)’로 보는 상황에서, 독일인들은 ‘단합(unity)’을 찾는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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