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관리 안하면 처벌 덜받는 재해법..배달기사 되레 위험 내몰려
똑같은 배달기사 중대재해도
직접고용한 사업주는 처벌대상
위탁고용땐 대행업체 책임물어
안전·동선 등 통제 여부가 관건
라이더에 책임전가 부작용 우려
5인 미만 업장 쪼개기 성행할듯
◆ 기업 옥죄는 중대재해법 ② ◆
30일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배달라이더 산재 현황'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393건 수준이던 사고 건수는 지난해 2255건으로 급증했다. 특히 사망사고는 같은 기간 7건에서 17건으로 242% 늘어났다. 올해의 경우 총사고건수가 상반기 기준 1733건으로 이미 2019년 전체 수준을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건설·제조업 현장보다 사고가 훨씬 많고 잦은 사망사고로 인해 혼란도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현재 국내 배달업계는 △배달플랫폼이 라이더들과 직접 위탁계약을 체결해 배달하는 경우 △배달플랫폼은 배달주문 중개만 하고 실제 배달은 대행업체가 하는 경우 등으로 구분된다. 예를 들어 쿠팡이츠, 배달의민족, 요기요 익스프레스 같은 업체는 따로 배달대행사를 두지 않고 라이더들과 직접 위탁계약을 체결한다.
그러나 단순히 배달주문만을 고지하고 배달업무와 관련한 전권을 라이더에게 일임하는 형식으로 업무가 이뤄졌다면, 경영책임자 등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건설업, 제조업 기업들이 안전·보건 조치를 어떻게 취해야 강력한 처벌을 면할 수 있을지 고심하고 있다면 배달 등 플랫폼업체들은 '우리가 처벌 대상이냐'부터 고민해야 하는 처지다.
정부도 명확한 대답을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사업주가 라이더를 관리감독·통제했는지는 사안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예전 근로자성 인정처럼 여러 업체의 일을 라이더가 동시에 하는지, 특정한 업체의 일만 하는가 등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이는 해석일 뿐 사례가 쌓여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렇다 보니 정부가 의도했던 회사의 안전투자는커녕 처벌 근거가 될 지배·통제 관계를 아예 없애는 선택을 하면서 라이더들만 고립되는 결과를 낳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배달 대행업체를 통해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배달업무를 단순 중개해준 배달플랫폼에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배달대행사 대표와 지점을 내고 라이더들을 관리하는 지점장 등은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배달지점에서 상시근로자 수를 5인 미만으로 줄이기 위해 직원을 해고하거나 지점을 쪼개는 등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도 있다.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은 중대재해법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배달업계의 복잡한 계약관계와 중대법 적용 대상 등을 묻는 질문에 고용부 관계자는 "배달대행사, 배달플랫폼과 라이더 사이 계약 관계와 업무형태 등에 대해 파악 중"이라고 답했다. 법이 시행되기까지 4개월밖에 남지 않았지만 관련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안병준 기자 /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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