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경찰 '수사권 기싸움'에 시름 깊은 기업들

박동환 2021. 9. 3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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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감독관 수사법안 계류중
경찰 "독점수사 안돼" 반발
재계 "이중수사 우려 노심초사"

◆ 기업 옥죄는 중대재해법 ②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4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고용노동부와 경찰이 중대법 수사 권한을 두고 '기 싸움'을 벌이면서 기업과 경영자들 주름살은 더 깊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처벌 범위, 대상, 면책 범위 등 모든 게 불투명한 상황에서 수사기관이 확실하게 정리되지 않은 채 중대법이 시행되면 동일한 사건에 대해 고용부와 경찰이 중복 수사를 하게 돼 기업만 죽어나게 생겼다는 호소다.

3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초 여야가 각각 발의한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 직무 범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은 여전히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중대법 위반 사건을 고용부 소속 특사경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수진 의원, 국민의힘에서는 박대수 의원이 지난 2월과 4월에 각각 대표 발의했다. 박 의원은 개정안을 발의할 당시 "예전부터 산재 사건을 맡아와 산업안전 분야의 전문성과 실무를 갖춘 근로감독관이 중대재해 사건의 수사를 맡는 게 공정성과 신속함을 확보하는 최소 조건"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최근 입법 과정에서 경찰청을 중심으로 중대법 위반 사건 관련 수사권을 공유하겠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이 고용부의 독점적 수사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대법에 따르면 중대재해는 중대시민재해와 중대산업재해로 나뉜다. 이 때문에 경찰은 중대산업재해의 경우 고용부가 수사하더라도 현재 공중이용시설, 공중교통수단의 결함으로 인해 사망·부상·질병자가 발생하는 사건인 중대시민재해는 자신들이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도 내놓고 있다.

반면 국회 법사위에서 열린 중대법 논의에 참석한 박화진 고용부 차관은 "산업안전법과 연계해 산업안전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산업안전감독관이 중대산업재해 수사를 담당해야 한다"면서 경찰 논리에 정면 반박했다. 이날 양쪽 기관의 설전이 가열되자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법사위원)은 "정부 부처 간에 관할을 다투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다"며 "경찰에서 수사를 나오고 근로감독관도 수사를 나오면 경영자 입장에서 대처가 되겠느냐"고 일갈하기도 했다.

다툼을 지켜보는 기업들은 입술이 바싹 타들어가고 있다. 가뜩이나 모든 규정이 모호한 깜깜이 상황에서 법 시행을 맞아야 하는데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김용춘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정책팀장은 "경찰이든 근로감독관이든 동일한 사건에 대해 이중으로 수사가 들어가는 것은 최악"이라며 "기업 입장이든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라도 근로감독관이 산업재해에 대해서는 이해도나 노하우가 많이 쌓여 있어 수사 주체를 고용부로 일원화하는 것이 맞는다"고 설명했다.

[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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