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0만원 줄테니 고령자 고용 확대하라"..고용절벽 대응예산 54억이 전부?

윤지원,박동환 2021. 9. 3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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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54억 들여 고용지원금
고령 직원 늘린 중기에 지급
혜택인원 700명 늘려 3천명뿐
대선 앞두고 MZ세대 의식해
정년연장 등 민감한 문제 미뤄
내년부터 정부가 고령자 고용을 확대한 중소기업에 1인당 분기별 30만원씩 인건비를 보조하기로 했다.

이는 정부가 '인구절벽'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한 대책이지만 고작 예산 54억원을 배정해 '생색내기용 돈 풀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초 정부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은퇴 대란에 맞서 고령자 고용 대책을 집대성하기로 했으나 대선을 앞두고 MZ(밀레니얼+Z)세대 표심을 의식해 임금 체계 개편을 전제한 '정년 연장' 논의 등 민간한 쟁점은 차기 정권으로 넘겼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회의를 열고 "지난해부터 활발해진 고령층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추가 채용 장려금을 신설하겠다"며 "고령 근로자 수가 이전 3년보다 더 증가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내년 한 해 동안 장려금 54억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인구절벽에 따른 고용 충격 대응 방안'의 일환으로 기존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 대상을 올해 2274명 수준에서 내년 3000명으로 확대하고, 신중년·베이비부머의 직업훈련 대상을 기존 1500명에서 2500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65세 이상 고령자의 고용보험 신규 가입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2019년 개정된 고용보험법에 따르면 피보험 자격을 유지하던 사람이 65세가 된 이후 계속 고용된 경우에만 실업급여 수급이 가능하고 65세 이후 새롭게 고용된 사람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었다.

이번 대책은 제3기 범부처 인구 정책 태스크포스(TF)가 오랜 논의 끝에 마련한 것이지만 기존 대책 재탕에 그쳤다는 평가가 많다. 이날 홍 부총리가 야심 차게 발표한 고령자 고용장려금은 기존 청년 추가고용장려금의 고령자 판(版)에 불과한 데다 예산 규모도 54억원에 지나지 않아 정책 효과가 의문시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중소기업에 인건비 줄 테니까 고령층을 채용하라는 것은 청년 대상 고용장려금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중소기업은 생산성 자체가 높지 않아 사람을 채용할 여력이 많지 않다. 실패한 정책을 또 활용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고령자 고용 대책에서 핵심 쟁점인 '정년 연장' 문제는 최대한 우회적으로 담는 데 그쳤다. 정부는 정년 연장이나 고용 연장이라는 직접적인 표현 대신 '주된 일자리 계속고용 확대'라는 정책 방향을 제시했고 이를 위해 10월부터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노동사회위원회 소속 고령사회대응연구회를 통해 고령자 고용과 임금 체계 개편 방안에 대한 논의에 착수하기로 했다. 경사노위 산하 연구회는 정책 사안이 다소 논쟁적이어서 의결 절차를 전제한 '소위'를 바로 꾸리기에 정무적 부담이 있을 때 여론을 살피기 위해 구성하는 연구모임 형식이다. 정부는 이 연구회에서 방안을 도출하면 향후 이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겠다고만 했다. 당초 홍 부총리가 2019년 9월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계속고용제 도입을 2022년부터 논의하겠다"고 시점을 못 박은 것과 달리 이번 발표에선 구체적 시점조차 밝히지 않은 셈이다.

대선을 앞두고 MZ세대 표심과 베이비부머 세대 표심 사이에서 표류하다 고령자 고용 대책 수립 자체가 용두사미에 그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구 정책 TF 관계자는 "대선으로 인해 새로운 것을 벌이기엔 부담이 있었다"며 "기존에 있었던 것들을 정리하는 수준으로 갈음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현재 만 62세에서 2023년 만 63세, 2033년 만 65세로 늦춰지며 소득 공백이 장기화되는 만큼 정년 연장은 찬반을 떠나 '사회적 논의'가 필수인 어젠다다. 대개 연공서열형 임금 체계를 직무급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향성과 함께 제기되며 세대 간 갈등 소지가 많다.

[윤지원 기자 / 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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