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식 편견 깨는 고급스러운 한끼 "일주일치 주문해도 매일 새로운 행복" [먹어주는 얼굴]

윤경현 2021. 9. 3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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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린푸드 '그리팅'



나이 50을 눈앞에 두고 건강관리를 시작했다. 5개월 넘게 매일 1시간 가까이 한강변을 달리고 있지만 당췌 몸무게는 줄어들 기미가 없다. 보다 못한 아내가 "먹는 것, 특히 탄수화물 섭취를 줄여야 한다"고 권고(?)하고 나섰다. 알지만 실천하기가 참 힘들다. 빵, 라면, 햄버거, 만두가 식탁에서 사라진다고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나이 생각해라" "우리 딸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이다"는 아내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든다. 탄수화물에 중독되다시피 한 내 몸이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이지만 일단 '무모한 도전'에 나서기로 한다. '요알못'인 아내에게 기댈 수는 없고, 적절한 건강식단 패키지를 찾아보기로 했다. 여기저기 찾아봐도 다들 비슷하다. 지인들이 현대그린푸드의 '그리팅'을 추천했다. 그리팅의 여러 챌린지 프로그램 중에서 '하이 팻(HI FAT) 식단'을 골랐다. A세트와 B세트를 합쳐 여섯 끼를 일주일치 코스로 구성했다. 하루는 치팅데이(Cheating Day)다. 이주일치를 담았다. "먼저 일주일 동안 해보고 할 만하면 추가로 하지. 뭐 하러 한꺼번에 이주일치를 주문하냐"는 아내의 타박이다. "이거 일주일치야. 혹시 맛있으면 어떡하냐. 더 먹고 싶으면 바로 주문할 수도 없잖아"라고 항변했다. "다이어트하려는거 맞아? 건강관리한다는 사람이 먹을 궁리부터 하냐"는 날선 아내의 공격이 이어진다. 그래도 꿋꿋하게 이주일치를 주문하는 내가 자랑스럽다(?).
# 고급 기내식 느낌 '트리플치즈 새우 프리타타'

첫날 저녁 영접한 메뉴는 '트리플치즈 새우 프리타타'다.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음식이라 호기심이 배가 된다. '저탄고지' 식단의 필수품으로 꼽히는 MCT오일과 새우, 계란, 블랙올리브 등이 주요 재료다. 고메버터에 에그스크램블을 볶아 베이스로 깔고, 토마토 소스와 브로콜리, 블랙올리브, 새우 등 8가지 토핑을 얹었다고 한다. 여기에 모짜렐라, 슈레드 체다, 그라나 파다노 등 3가지 치즈로 풍미를 높였다고 안내서에 적혀 있지만 1도 이해가 안 가는 외계어일 뿐이다.

첫 인상은 (냉동식품이라)창백하게 얼어붙은 모습이다. 용기의 깊이가 예상보다 깊지 않다. 평상시 나의 먹성이라면 두 개를 먹어야 할 각이다. 맛은 '엄지척'이다. "다이어트 식단이 이렇게 맛있어도 되나"라는 말이 자연스레 튀어나온다. 간도 적당하고, 전체적으로는 부드러운 식감인데 탱글탱글한 새우를 씹는 맛이 일품이다. 치즈가 훌륭한 조연 역할을 한다. 보통 냉동식품에 든 야채들이 전자레인지를 거치면 흐물흐물해지기 마련인데 다행스럽게도 식감이 살아 있다. 그중에서도 블랙올리브를 골라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플라스틱 포장 그대로 먹으니 비행기에서 먹는 '프리미엄' 기내식 느낌이 묻어난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을 못 가는 상황에 이렇게 위안을 받는구나. 후식으로 과일이나 푸딩, 초콜릿 케이크, 시원한 탄산음료 같은 것이 나왔으면 좋겠다.

대략 3분 만에 '뚝딱' 해치웠다. 양이 적어서라기보다는 맛있어서 빨리 먹었다. 하나로는 살짝(?) 부족하긴 하다. 초면에 두 개 또는 두 가지 메뉴를 만나기는 차마 부끄러워 삶은 고구마로 배를 채운다. 역시 "다이어트는 내일부터"가 진리다.

# 한 끼 식사로 충분한 '데리야끼 삽겹살구이'

'데리야끼 삽겹살구이'는 포만감으로 치자면 6가지 메뉴 가운데 단연 첫 손가락에 꼽힌다. 칼로리(580㎉)가 제일 높다. 유럽산 통삼겹살을 직접 만든 흑마늘 데리야끼 소스에 재워서 구웠단다. 두툼한 삼겹살을 적당히 잘 구웠다. 부드러운 육질이 내 입맛에 딱이다.

여기에 쑥 훈증으로 발효한 남해 흑마을 진액을 사용해 영양을 더했다. 덕분에 돼지고기 특유의 잡내는 전혀 나지 않는다. "훈연향이 나서 담백하다"는 인터넷 후기를 본 적이 있는데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다.

그린빈스와 가지를 비롯해 당 함량이 낮은 7가지 채소를 바질과 올리브유로 마리네이드해 구운 가니쉬를 더했다고 적혀 있다. 어려운 말들 투성이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건강식으로 챙겼다는 건 알겠다.

고추장과 공기밥이 간절했다. '저탄고지' 식단이지 '무탄'은 아니라고 아내를 설득한 끝에 다섯 숟갈의 밥과 한 숟갈 분량의 고추장을 얻어냈다. '신의 한 수'였다. 삼겹살이 열 배로 맛있어졌다.

코코넛크림 함박스테이크

세 번째 참가자 '코코넛크림 함박스테이크'는 '왕따봉'이다. "맛있다"는 탄성이 저절로 터져나온다. '트리플치즈 새우 프리타타'를 제치고 1등에 오를 자격이 충분하다. 아내가 "기사에도 맛있다고 쓰는거 아니지?"라고 묻는다. "기자는 사실만을 전달한다. 거짓은 있을 수 없다"고 하자 아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함박스테이크가 나의 '최애' 음식 중 하나여서가 아니다. 이건 그냥 맛있다. 다이어트 식단으로서는 정말 '반칙'이다.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 그대로다. 크림소스와 생소한 듯 아주 잘 어울린다. 호주산 청정우와 국내산 무항생제 돼지고기로 만들었다니 건강함까지 전해져온다.

구운 야채는 아직 숨이 완전히 끊어지지 않았다. 아삭함이 남았다. 접시에 옮겨서 데워준 아내의 정성이 더해져 외식하는 기분마저 난다. 결국 마지막 소스 한 방울까지 깨끗하게 비워냈다. 무심코 "남은 소스에 식빵 찍어 먹으면 참 맛나겠다"고 했더니 아내가 눈에서 레이저를 뿜는다. "하나 더" 했다가는 자칫 집에서 쫓겨날 뻔했다.

치즈불닭 콜리플라워 그라탕

'치즈불닭 콜리플라워 그라탕'은 닭다리와 콜리플라워, 양파, 양배추가 함께 들었다. 콜리플라워가 밥을 대신하는 셈이다. 마치 코올슬로를 먹는 것 같은데 식감은 훨씬 부드럽다. 청양고추와 카옌페퍼 덕분에 매콤해진 불닭과 콜리플라워의 조화가 흥미롭다. 맵찔이인 나도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정도다. 다른 메뉴들에 비해 칼로리(320㎉)가 낮은 탓인지 한 끼로는 많이 부족하다.
버터레몬 피쉬 큐브

별다른 고민 없이 곧바로 다른 메뉴를 하나 더 만나보기로 한다. 고기를 먹었으니 이번에는 생선으로 눈을 돌려본다. '버터레몬 피쉬 큐브'가 그 주인공 되시겠다. 비타민A가 풍부한 아귀 순살을 가람 마살라, 올리브유에 마리네이드해 구웠고, 레몬 소스로 풍미를 높였단다. 한 쪽은 커리맛이 나고, 다른 한 쪽은 상큼한 맛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커리맛이 나는 쪽은 괜찮다. 생선살이 쫄깃하고, 비린내도 전혀 없다. 하지만 다른 쪽은 입맛에 맞지 않는다. 동남아 음식에서 맡아본 듯한 묘한 냄새가 거부감을 줬다. 그나마 아스파라거스와 올리브가 넉넉하게 들어서 다행이다.

# 육질이 부드러운 '부추페스토 오리볶음'

'부추페스토 오리볶음'은 굿이다. 무에 재운 덕분에 육질이 아주 부드럽다. 소불고기를 먹는 기분이다. 이름을 먼저 듣지 않았다면 오리고기인지도 몰랐을 거다. 오리고기와 백목이버섯, 부추페스토를 함께 먹으면 꿀맛이다. 찬 성질의 오리에 따뜻한 성질의 부추를 곁들여 영양학적으로 궁합을 맞췄다. 부추가 깔끔하게 맛을 정리해주는 느낌이다.

씨겨자의 도움은 필요 없을 정도로 간간하다. 밍밍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그 핑계로 공기밥을 꺼냈다. 이번에는 씨겨자까지 4단 콤보로 먹었더니 맛이 색다르다. 이 또한 입이 즐겁다. 표고버섯과 느타리버섯도 풍미를 돋우며 충분히 제 역할을 한다.

일주일치로 5일 만에 한 바퀴를 돌았다. 바쁠 때 간단하게 한 끼 챙겨먹기에는 이 만한 것도 없다는 생각이다. 특히 'HI FAT' 식단은 일상에서 흔히 접하기 힘든,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찾을 법한 메뉴들이어서 매력적이다. 다양한 음식을 번갈아가며 맛볼 수 있어 좋고, 건강을 위한 설계가 잘 돼 있을 거라 생각하니 부담도 적다. 체중관리, 식단관리를 할 수 있는 건강식 도시락을 찾는다면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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