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를 만드는 기업들](8) 우주발사체 시험설비 종합 솔루션 기업 꿈꾼다

고재원 기자 2021. 9. 3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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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시험설비 유지보수 기업 한양이엔지
지난 1월 28일 누리호 연소시험설비에서 종합연소시험을 진행했다. 설비 구축과 운영, 유지, 보수 관리를 한양이엔지가 담당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한국이 처음으로 독자 개발하는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2)’가 10월 21일 우주로 향한다. 10여년 간의 개발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다. 누리호 발사로 마무리되는 이 사업은 발사체 엔진부터 추진기관, 제어기관, 발사대 등을 모두 국내 순수기술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발사가 기존 계획보다 약 8개월 연기되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만큼 철저한 기술검증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누리호가 발사될 전남 고흥 외나로도 남쪽 나로우주센터에는 발사대 외에도 터보펌프 실매질 시험설비와 연소기 연소시험설비 등 9종의 추진기관 시험설비가 들어서 있다. 이들 시험설비가 없었다면 애써 우리 손으로 어렵게 개발한 누리호 발사체 기술을 검증할 수단이 없다. 반도체 기계설비공사 전문회사 '한양이엔지'는 나로우주센터 필수설비 구축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 

이달 14일 대전 유성구 한양이엔지 대전사업장에서 만난 지상연 EPC(설계·조달·시공)사업부 우주항공팀 차장은 "9종의 추진기관 시험설비 중 7종 구축에 한양이엔지가 참여했다"며 "현재 시험설비와 발사대에 대해 운영과 유지, 보수 역할도 모두 맡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7월 20일 누리호 75t급 액체엔진 시험모델 1호기 연소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추진기관 시험설비는 2013년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 발사 이후 구축이 시작됐다. 연소기 연소시험설비, 터보펌프 시험설비, 엔진 지상 연소시험설비, 엔진 고공 연소시험실비, 3단 엔진 연소시험설비, 열공력 시험설비, 추진기관 시스템 시험설비, 발사체 총조립 시험시설이 나로우주센터에 구축됐다. 이전까지 고추력 엔진시험이 가능한 시험 설비가 없어 사실상 엔진 개발이 불가능했었다. 지 차장은 "시험설비 구축으로 비로소 발사체 엔진와 추진기관 시험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나로호 발사 당시 1단 엔진은 러시아에서 제작해 들여왔다. 

한양이엔지는 나로우주센터에 들어설 시험설비 중 중 터보펌프와 연소기, 엔진 지상, 엔진 고공, 추진기관시스템 7종의 시험설비 구축을 맡았다. 반도체 기계설비 구축에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 차장은 "반도체 기계설비는 초고순도 가스와 화학약품을 전달하기 위한 배관이 필요하다"며 "배관은 초저온이나 초고압을 견딜 수 있어야 하며 아주 청결한 상태로 기밀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 차장은 "발사체 시험설비도 비슷한 조건이 필요하다"며 "엔진에 연료와 산화제를 공급하는 성능을 평가하는 수류시험이나 엔진의 성능을 검증하는 연소시험에 필수적 조건들"이라고 덧붙였다.

지상연 EPC(설계·조달·시공)사업부 우주항공팀 차장은 1990년대 후반 우주항공 사업에 뛰어들었다. 17년째 관련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대전=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한양이엔지는 시험설비 구축 외에도 운영과 유지, 보수 역할도 맡고 있다. 2014년에는 나로우주센터 근처에 소속 직원들을 위한 기숙사를 마련하기 위해 땅을 700평 매입하고 건물을 지었다. 직원들은 가까운 거리에서 나로우주센터를 상시 들르며 설비들을 관리하고 시험을 지원한다. 지 차장은 "우주사업을 단발성 사업으로 보지 않고 꾸준히 이어나가겠다는 신호"라며 "관련 인프라 마련을 위해 현재 대전에 연구개발(R&D) 센터와 인근에 로켓부품개발을 위한 전용 시험장 부지 매입을 고려하는 등 한양이엔지는 우주산업에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엄빌리칼 타워에 달린 누리호 3단 로켓에 연료를 공급하는 밸브다. 대전=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한양이엔지는 누리호 사업에서 추진제와 가스류 등을 지상에서 공급하기 위한 구조물인 '엄빌리칼 타워'와 열 제어∙화재 안전 시스템, 발사대 추진제 공급설비 개발에도 참여했다. 지 차장은 "부품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면 설비를 만들 수 없다"며 "시험설비들을 구축하고 운영한 덕에 발사체 기술에 대해 종합적 이해를 할 수 있었고, 이는 직접 부품들을 개발하는데 근간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협력해 1t급 액체메탄 엔진 연소기를 만들며 개발 분야를 확대하는 등 우주산업 시장에 대한 승부수를 걸고 있다. 이 연소기는 국내 최초로 3차원(3D) 프린팅으로 만들어 제작 비용과 시간을 크게 절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항우연은 연소기 외에도 터보펌프나 밸브 등 엔진 속 다른 구성품 개발에도 3D 프린팅을 적용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지 차장은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발사체 개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기체 구성이나 추진기관, 부품개발 제어 등 설계부터 제작까지 모두 맡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양이엔지는 동반 성장을 위해 국내 우주개발기업인 이노스페이스와 페리지항공우주 시험 설비를 지원하고 있다. 지 차장은 "KAIST나 서울대, 충북대에 필요한 로켓 시험설비 구축에도 도움을 줬다"며 "미래의 좋은 연구가 자리 잡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윤은 따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4일 대전 유성구 한양이엔지 대전사업장에서 소속 직원들을 만났다. 대전=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1988년 설립된 한양이엔지는 반도체 기계설비공사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7585억원에 이른다. 세법상으로는 사실상 대기업에 속하는 중견기업이다. 한양이엔지의 우주항공 매출은 전체 매출의 2~3% 정도로 아직 크진 않은 편이다. 지 차장은 "매출이 아직 많이 올라오진 않았지만 현장 기능직까지 약 110명의 우주항공 관련 인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한양이엔지의 가장 큰 장점은 항상 우주항공 산업에 발을 두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지 차장은 "우주항공 산업에 뛰어들었다가 철수한 회사들이 수두룩하다"면서 "한양이엔지는 나중에 다시 찾아와도 항상 그 자리에 있다"고 말했다. 한양이엔지가 우주항공 산업에 뛰어든 지도 벌써 20년이다. 1990년대 후반 국내 첫 액체연료 발사체인 KSR-III 기반 설비 개발에 참여했다. 이후 인공위성 시험설비 구축이나 전투기 연료기 사업, 나로호 개발 사업 참여로 이어졌다. 지 차장도 17년째 우주항공 사업에 종사하고 있다. 

지 차장은 최근 국내외에서 형성되고 있는 '뉴스페이스' 분위기에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뉴 스페이스는 정부 주도의 우주개발에서 벗어나 민간이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생태계를 지칭한다. 한국 정부도 국가 우주 정책 분야에서 ‘브레인’ 역할을 할 우주정책센터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에 신설하는 등 뉴스페이스 시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 차장은 "정부가 뉴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시그널을 분명히 주고 있다"며 "정부 과제 형태로 마중물을 주겠다고 했으니 그에 따라 도전하겠다"고 강조했다. 지 차장은 또 "누리호 사업이 종료되는 내년부터는 분명히 우주항공 사업 관련 매출이 떨어질 것"이라며 "불황을 기회라 생각하고 내년에 우주항공 사업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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