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에 143억 기부한 화가 "인생은 아름다운 선물"
"슬프고 후회도 있었지만
예술은 삶의 부산물이죠"
서정적 그림 전시회 펼쳐
한국전쟁고아 남편과 함께
미국 일리노이대에 기부
"큰 돈이 재앙 부를 것 같아
사회 환원해 행복 나눠"
난해한 현대미술 흐름에 휘둘리지 않고 그의 삶과 감정을 또렷한 형체로 표현한다. 무엇을 그렸는지 금세 와닿고 마음을 서서히 덥히면서 잔잔한 감동을 준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그림은 관람객을 주눅 들게 하면 안 된다"며 "예술은 소통이기에 이해하기 어려우면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림처럼 행복하냐고 묻자 작가는 "나는 정말 감사하면서 산다. 하루 종일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입양한 아이들(1남1녀)이 잘 살아서 행복하다"고 답했다.
그림뿐만 아니라 사회 환원으로 행복을 나눈다. 2019년 모교인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 1200만달러(약 143억원)를 기부해 김원숙 칼리지(Kim Won Sook College of Fine Art)가 생겼다. 일리노이주립대 측이 부부의 기부를 기리고자 단과대학 이름을 바꾼 것이다.
작가는 "현실감 없는 돈을 갖고 있으면 재앙이 올 것 같았다"며 "남편은 한국전쟁 중 엄마가 버린 혼혈아로 길에서 자라 1956년 미국으로 입양됐다. 우리 둘 다 돈이 많은 집안에서 자란 게 아니라 큰돈을 갖고 있다가 큰일 날 것 같았다"고 기부 동기를 들려줬다.
그는 40년 전 한국에서 혼혈아 2명을 입양해 키웠다. 현재 51세 아들은 사업을 하고 48세 딸은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작가는 "자식들이 나보다 훨씬 나은 사람들이 됐다"며 "20년 전 재혼한 남편(클레멘트)과 자녀들이 입양아라는 공통점이 있어 나보다 더 친하게 지낸다"고 말했다.
부부는 2015년 10억원을 들여 입양 후 부모와 자식을 찾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유전자(DNA)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기도 했다. 이날 아내 개인전에 온 클레멘트는 "1998년부터 입양아들을 돕고 있다"면서도 "나는 생모를 절대 안 찾을 것이다. 새로운 가족과 잘살고 있을 텐데 갑자기 나타나 비밀이 드러나게 할 수 없다"고 했다. 50년간 화업을 일궈온 작가는 세상을 살면서 생기는 아픔과 슬픔을 그림으로 승화하고 있다. 몇 년 전 어머니가 별세한 후 반딧불 같은 빛을 그리면서 위안을 얻는다. 작가는 "엄마의 모든 것이 나에게 선물이었다. 사람이 떠나도 우리 곁에 영혼이 남아 있는 것 같아 빛으로 표현한다"며 "빛은 엄마일 수도 있고 모차르트, 예수, 석가, 우리 영혼에 영감을 주는 느낌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정적이고 몽환적인 동화 같은 작품들은 작가의 일상에서 나온다. 읽은 책과 들은 노래 느낌 등을 그려낸다. 작가의 입지나 방향을 고민하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그렸다고 한다. 뉴욕 첼시에 거주하는 작가는 "예술은 삶의 부산물이어서 그릴 게 무궁무진하다"며 "슬프고 돌이키고 싶은 일도 많았지만 그래도 인생은 아름다운 선물"이라고 했다. 1983년 이후 6번째 개최되는 서울 예화랑 개인전 '인 더 가든(In the Garden)'은 10월 30일까지 열린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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