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A' 막후정치 귀환 속 출범하는 기시다 총리 체제

박은하 기자 입력 2021. 9. 30. 17:00 수정 2021. 10. 1.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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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자민당 총재. 도쿄|신화연합뉴스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를 계기로 ‘막후정치’라는 오래된 유산이 더 강력해진 형태로 돌아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론에서 앞서던 고노 다로 행정개혁상을 저지하고 자기 색깔이 약한 온건보수파 기시다 후미오 전 정무조사회장을 새 총재로 당선시키기 위해 물밑에서 움직인 아베 신조 전 총리, 아소 다로 전 부총리, 아마리 아키라 당 세제조사회장의 ‘3A’ 시대가 열렸다는 것이다.

기시다 신임 자민당 총재는 10월4일 취임에 앞서 당 간부 인사부터 단행할 예정이다. 기시다 총재는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의 후임으로 이번 선거 승리의 일등공신인 아마리 세제조사회장을 내정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9일 보도했다. 간사장은 일본 정당에서 중심이 되는 직책으로 당 운영 전반과 선거 전략 등을 지휘한다.

일본 정부 대변인이자 내각 2인자격인 관방장관에는 당내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 소속이자 아베 정권에서 문부과학상을 지낸 마쓰노 히로카즈 의원이 내정됐다. 기시다 총재 당선에 기여한 주요 파벌 인사들이 요직을 차지하는 것이다. 아베 전 총리가 지지했던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은 당 정무조사회장에 내정됐다고 일본언론들이 전했다. 이번 총재 선거에서 기시다 총재와 막판까지 대결한 고노 행정개혁상은 당 홍보본부장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당 간부 인사는 1일 발표될 예정이다.

아마리 세제조사회장은 기시다 총재 당선의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로 꼽힌다. 그는 아소파 일원이면서 아베 전 총리와 가깝게 지내 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아마리 세제조사회장은 투표를 이틀 앞둔 지난 27일 저녁 다카이치 사나에 전 부총리를 지원했던 아베 전 총리를 찾아가 선거 전략을 논의했다. 아베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 기시다 총재가 고노 다로 행정개혁상과 함께 결선투표에 오르면 다카이치 전 총무상을 지원했던 호소다파 의원들이 그를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시다씨가 고노씨랑도 잘 싸우고 있다. 전보다 많이 씩씩해졌다”고 말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아베 전 총리는 고노 행정개혁상의 탈원전 입장과 자신이 추진했던 이지스 어쇼어 도입 백지화에 반감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다카이치 전 총무상을 내세워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와 개헌 등 자신의 유산이 계속 선거의 핵심이슈가 되도록 판을 관리해 왔다. 결과적으로 아베 전 총리는 불편한 후보를 떨어뜨리는데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스가 내각 때보다 더 강한 영향력을 펼칠 수 있게 됐다.

왼쪽부터 아마리 아키라 자민당 간사장, 아베 신조 전 총리, 아소 다로 전 부총리


한 자민당 의원은 총재선거 결과를 두고 “(스가 총리 취임으로 권력 일선에서는 다소 물러나 있었던) 3A가 복권됐다. 1년 전과는 완전히 반대 입장이 됐다”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당내 역학으로 탄생한 차기 정권은 아베·아소의 ‘장로정치’가 짙게 따라붙게 될 것”이라며 “기시다 총재가 얼마나 독자적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막후정치의 위력을 확인한 당원들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도쿄에서 대안학교를 운영하는 히로타 유우다이는 “의견을 정치에 반영시킬 수 있는 기회였지만 당원들은 얕보이고 나가타초(일본의 국회의사당 거리) 문법으로 의사가 결정돼 유감”이라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요코하마의 경영자 야마모토 요시코도 “역시 자민당은 파벌이다. 국민의 생각과는 거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당원이 된지 반세기가 됐는데 당의 깊이와 포용력이 점차 없어지고 있다고 느낀다. 이번 선거 결과는 대파벌 수장들끼리 조정한 결과에 불과하다”며 “자민당은 당분간 달라질 수 없을 거 같다”고 말한 70대 당원도 있었다.

고노 행정개혁상을 공개 지지했던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지사는 총재선거 결과 발표 후 기자회견을 열고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민의와 괴리된 선택을 했다”며 “선거 결과를 당 지도부나 의원들이 어떻게 설명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의석 성신여대 교수는 당 지도부의 선택을 두고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당선됐던 2001년 자민당은 주요 선거에서 연전연패하고 있었고 정권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는 위기감이 지금보다 더 높았다”며 “현재 자민당 지도부는 오는 중의원 선거에서 질 일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입헌민주당 등 야당은 기시다 총재의 총리 취임 후 코로나19 대책과 아베노믹스 등 경제정책에 대한 입장을 집중적으로 물을 방침이다. 중의원 선거에서는 모리토모 학원 비리, 벚꽃 스캔들 등 아베 정권의 부패 스캔들 이슈도 불지필 전망이다. 에다노 유키오 입헌민주당 대표는 “자민당은 변하지 않고 변할 수 없다고 제시한 새 총재 선출이었다”며 “신임 총재가 아베·스가 정권의 유산 중 무엇을 부정할 것인지 명확하게 드러낼 필요가 있다”고 도쿄신문에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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