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코로나19·독감 동시 온다는데..백신이 '트윈데믹' 해결할까

이정아 기자 2021. 9. 30.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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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독감이 돌지 않았지만 올 겨울에는 코로나19와 독감이 함께 유행하는 '트윈데믹'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지난해 유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독감에 대한 자연면역을 가진 사람들이 거의 없고, 올 겨울 유행할 독감에 대한 백신 효과가 떨어질 수 있어서다. 이정아 기자

지난 겨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이 유행하면서 독감이 돌지 않았지만 올 겨울에는 두 질환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해 독감이 유행하지 않다보니 자연면역을 가진 사람들이 거의 없고, 올 겨울 유행할 독감에 대한 백신 효과가 떨어질 수 있어서다. 

CNN과 뉴욕타임즈,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의 감염병 전문가들 다수가 지난 겨울과 달리 올 겨울 독감이 유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 같은 개인 위생 수칙을 대다수가 잘 지켰고 국가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했지만 최근 여러 국가에서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작하며 방역수칙 일부를 완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로나19 감염자는 물론 인플루엔자바이러스에 감염된 독감 환자도 늘어날 것이란 얘기다.

윌리엄 섀프너 미국국립감염병재단 의료책임자(밴더빌트대 감염병학과 교수)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독감이 유행할 것으로 보이며 코로나19와 함께 트윈데믹이 될 것"이라며 "의료시스템과 사회경제에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라고 추측했다. 미셸 배런 미국 콜로라도대 의대 감염예방및통제센터 수석의료책임자는 "2009년에 유행했던 신종 플루처럼 지금까지 평균 10년 주기로 악랄한 독감이 대유행했었다"며 "주기상 올 겨울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능하다면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을 둘다 맞으라고 권장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올 겨울 코로나19 유행 추이가 어떠하느냐에 따라 독감 유행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지난해 11~12월처럼 마스크 착용 등 개인 수칙을 대다수가 잘 지키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한다면 독감이 유행하기 힘들다"며 "반대로 국내에서도 11월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작하며 개인 위생 수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고 방역도 완화된다면 크게 유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독감이 유행하지 않으려면 예년에 독감에 걸렸다가 나은 사람들이 가진 자연면역과 백신 접종으로 인한 면역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며 "지난해 유행하지 않은 탓에 자연면역률이 매우 낮은 데다 최근 코로나19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독감 백신에 대한 관심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매년 독감 백신을 개발해 시장에 내놨던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집중하겠다며 일찌감치 독감 백신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독감 백신을 맞아도 이번 백신은 올 겨울에 실제로 유행하는 바이러스와 달리 예방 효과가 떨어진다는 우려도 있다. 매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남반구의 겨울(북반구의 여름)에 유행했던 인플루엔자바이러스 유전정보를 토대로 6개월 뒤 북반구의 겨울에 유행할 바이러스주를 선정해 발표한다. 그러면 세계 여러 제약사들이 이 정보를 토대로 6개월 동안 그 해 독감 백신을 개발해 내놓는다. 독감을 예방하기 위해 매년 새로운 백신을 맞아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지난 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지구적으로 독감이 유행하지 않으면서 올 겨울 유행할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

전문가들은 현재 제약사들이 개발하고 있는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에 기대하고 있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는 27일(현지시간) 독감 mRNA 백신을 개발해 미국 65~85세 고령자 60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화이자는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공동으로 코로나19에 대한 mRNA 백신을 만들어 코로나19 백신으로, 동시에 mRNA 백신으로 첫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mRNA 백신은 기타 다른 백신플랫폼에 비해 예방 효과가 뛰어나고,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 교수는 "현재 상용화하고 있는 독감 백신은 WHO에서 매년 2월 말 공개하는 정보를 토대로 6개월 가량 개발 과정을 거쳐 9월쯤 시판된다"며 "mRNA 백신은 이보다 훨씬 빠르게 3개월이면 완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독감 mRNA 백신이 상용화 된다면 6~7월쯤 올 겨울에 유행할 바이러스 주를 선정해도 충분히 9월에 내놓을 수 있다"며 "유행시기와 가까운 시기에 만들수록 유행 바이러스 주를 예측하는 정확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전에도 독감 mRNA 백신 개발에 뛰어든 제약사들이 여럿 있다. 화이자에서 진행하는 임상시험이 가장 대규모다. 화이자처럼 코로나19 mRNA 백신을 내놓은 미국 모더나도 독감 mRNA 백신을 만들어 지난 7월 18세 이상 성인 180명을 대상으로 임상 1·2상을 시작했다.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도 독감 mRNA 백신을 만들어 지난 6월 18~49세 성인 280명을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제약사들이 올해 중하순부터 임상시험을 시작한 만큼 올 가을과 겨울에 독감 mRNA 백신을 당장 맞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추후 계절성 또는 토착화할 가능성이 높은 코로나19와 독감이 트윈데믹을 일으킬 위험을 줄이는 데 mRNA 백신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zzung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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