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혐의 벗었다는 안호상, 뒤집는 진술 나왔다

임석규 2021. 9. 3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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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으로 내정
문화연대 등 11개 단체 철회 요구
내정 근거가 된 진술 사실과 달라
"안씨가 고소하겠다고 압박해 진술 번복"
김성장 작가가 30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마당에서 열린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 선임 철회 문화예술인 집중행동 행사에서 오세훈 시장의 세종문화회관 사장 선임 철회를 요구하는 붓글씨를 쓰고 있다. ‘문화예술계 국정농단 세력의 세종문화회관 사장 내정 반대 문화예술단체 연대행동(가칭)’은 “안호상 전 국립극장장은 블랙리스트 국가범죄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에 깊이 연루돼 있다”며 “오세훈 시장은 안호상 블랙리스트 국가범죄 관련자의 세종문화회관 사장 임명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연루 의혹을 받아온 안호상 전 국립극장장이 세종문화회관 사장으로 내정된 것을 두고 문화예술계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진상조사 과정에서 혐의를 벗었다는 안씨의 주장을 정면으로 뒤집는 진술이 나왔다.

문화연대,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세종문화회관 노동조합 등 11개 문화예술단체는 지난 28일 기자회견에 이어 30일에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집회를 열어 안씨 내정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안씨가 블랙리스트에 깊이 연루돼 있고, 진상조사를 통해 블랙리스트 실행에 가담한 범죄자임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안씨는 블랙리스트 문제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는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 활동 후 발행한 진상보고서에 명백히 기록되어 있다. 그들의 주장은 보고서의 내용에 반한다. 이미 소명이 끝난 일”이라고 일축했다. 앞서 주용태 서울시 문화본부장도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문체부 조사에서 (안씨의) 혐의점을 찾을 수 없다고 결론 났다”고 말했다.

안씨 주장은 2019년 2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진상조사위)가 펴낸 백서를 근거로 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 실무진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이전인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감사원 감사에서 ‘공연예술발표공간 지원사업’ 심의위원으로 참여했던 안씨와 사전에 공모해 22개 단체를 지원에서 배제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예술위 실무진은 박영수 특검 조사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1차 조사에서도 똑같이 진술했다.

그런데 예술위 실무진은 진상조사위에 자신들의 진술을 거듭 번복 요청한 끝에 2차 진술서에서 ‘안호상씨가 심의에 늦게 도착해 사전 협의를 할 수 없었다’고 진술을 바꾸었다. 당시 진상조사위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예술위 실무진을 직접 조사했던 이양구씨는 30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1차 조사에서 안씨의 요구로 22개 단체를 지원에서 배제했다고 진술했던 예술위 직원이 진상조사위를 찾아와 ‘안호상씨가 우리를 고소하겠다며 진술 번복을 요구하고 있으니 어쩌겠느냐. 진술을 번복하게 해달라’고 애원하다시피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진술을 번복하게 할 수는 없어 할 수 없이 2차 진술서에 이들의 뒤바뀐 진술도 나란히 병기했다”며 “이제 와서 안씨가 이를 근거로 소명이 끝났다고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이씨는 “나중에 예술위 실무진에게 ‘이제는 진실을 얘기해달라’고 했더니 ‘당연히 안호상씨와 협의했다. 우리가 무슨 힘이 있다고 22개 단체를 지원에서 배제하겠느냐’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경준 서울시뮤지컬단원(왼쪽)과 한상희 서울시합창단원이 30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마당에서 열린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 선임 철회 문화예술인 집중행동 행사에서 오세훈 시장의 세종문화회관 사장 선임 철회를 요구하는 공연을 하고 있다. ‘문화예술계 국정농단 세력의 세종문화회관 사장 내정 반대 문화예술단체 연대행동(가칭)’은 “안호상 전 국립극장장은 블랙리스트 국가범죄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에 깊이 연루돼 있다”며 “오세훈 시장은 안호상 블랙리스트 국가범죄 관련자의 세종문화회관 사장 임명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진상조사 백서 발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김미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도 29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안씨의 주장을 조목조목 재반박했다. 김 교수는 “강제 조사권도 없던 진상조사위로서는 조사보고서에 이들의 상반된 진술을 병렬식으로 기록했을 뿐 ‘안호상에겐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낸 바 없다”며 “관여하지 않았다는 안씨의 소명이 진상조사보고서에 반영되었을 뿐 그가 혐의를 벗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제의 공연예술발표공간 지원사업은 2018년 서울고등법원 판결의 범죄일람표에 적시됐는데, 범죄 요약 부분에는 “예술위의 지원배제 대상자 탈락 종용”이라고 명기돼 있다. 김 교수는 “예술위 실무자들이 안호상과 사전에 배제 대상을 협의하였다는 진술에 토대하여 이 범죄 사실이 성립된 것”이라며 “이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그대로 확정되었다”고 말했다. 결국 문제의 공연예술발표공간 지원사업은 고등법원과 대법원 판결로 블랙리스트 실행의 범죄 사실이 확정되었으며,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조사에서도 안씨에게 ‘혐의없음’ 결론을 낸 적은 없다는 얘기다.

이 밖에도 2015년 9월 이후 2016년까지 안씨가 참여했던 최소 4건 이상의 심의에서 블랙리스트에 따른 문화예술인 배제가 이뤄졌다는 건 여러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김 교수는 30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안씨가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잡아떼는 것이 과연 설득력이 있느냐”며 “오세훈 서울시장은 블랙리스트 사태의 본질과 전말에 대해 과연 얼마나 인지한 상태에서 안씨를 세종문화회관 사장에 임명하려 하는가”라고 말했다.

임석규 선임기자 sky@hani.co.kr

반론보도문

본지는 2021년 10월1일자 「‘블랙리스트’ 혐의 벗었다는 안호상, 뒤집는 진술 나왔다」 제목의 기사에서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 조사를 통해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혐의를 벗었다고 주장했으나, 이를 반박하는 진술이 나왔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안호상 사장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블랙리스트 명단에 있던 단체들을 예산 지원에서 배제하거나, 진상조사위원회에서 불리한 진술을 한 직원을 직접 만나 협의하거나 고소하겠다고 압박하여 진술을 번복하도록 한 사실이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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