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여름 입주인데..아파트 부술지 모른다구요?" 검단 주부 속 타들어간다

유준호 2021. 9. 30.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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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왕릉 경관 가린다" 공사중단 명령
2개 아파트 단지 30일부터 무기한 중지
분양받은 3400가구 입주 계획 '흔들'
철거 요청 청와대 청원 15만명 동의
"자기집 부순데도 동의하겠나" 하소연
인천검단 신도시 공사중단 아파트
"살고 있는 집 계약을 입주 시기에 맞춰 종료하겠다고 했는데, 지금 상태라면 오갈데가 없다. 공사 중단 소식에 속만 태우고 있다." (인천 검단신도시 입주예정자 A씨)

김포 장릉의 경관을 가린다는 이유로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에 들어서는 아파트 단지 12개동이 공사 중단에 들어갔다. 법원이 건설사가 낸 공사 중지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결과다. 지난 7월에 이어 또다시 무기한 공사 중단에 들어가자 입주 계획을 짜던 수분양자를 중심으로 불안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 단지는 내년 6~9월 입주를 목표로 이미 골조공사까지 마친 상태다.

30일 서울행정법원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인천 서구 원당동에 들어서는 대광로제비앙과 예미지트리플에듀는 이날부터 공사가 중단됐다. 지난 9월 초 문화재청이 내린 공사중단 명령에 건설사들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한 것이다. 공사중단 대상이 된 건물은 김포 장릉 에서 반경 500m안 건축물로 대광로제비앙 9개동, 예미지트리플에듀 3개동이다.

30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장릉 전방에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이 보인다. 문화재청은 이들 아파트 단지 3곳의 건설사가 문화재 반경 500m 안에서 공사를 진행해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했다며 공사 중단 명령을 내렸다. 사적 202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김포 장릉은 조선 선조의 5번째 아들이자 인조의 아버지인 원종(1580∼1619)과 부인 인헌왕후(1578∼1626)의 무덤이다. [사진출처=연합뉴스]
문화재청은 대방건설의 '노블랜드에듀포레힐' 7개 동도 공사 중단 명령을 내렸지만 이 단지에 대해서는 다른 판단이 나왔다. 건설사들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재판부(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와는 다른 재판부(서울행정법원 행정4부)가 사건을 맡았다. 행정4부는 대방건설 아파트가 금성백조, 대광건영이 짓는 단지 뒤쪽에 위치해 일부 옥탑 부분만 보여 경관 침해 요인이 적다고 판단했다.

금성백조와 대광건영은 법원 결정에 즉시 항고를 내 결정을 뒤집겠다는 입장이다. 문화재청도 대방건설에 대한 법원의 결정에 항고를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문화재청은 건설사들에게 10월 11일까지 '역사문화환경 개선 대책'을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이 대책은 추후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건설 중인 아파트와 관련한 후속 조치 사항이 결정될 방침이다.

30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장릉 전방에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이 보인다. 문화재청은 이들 아파트 단지 3곳의 건설사가 문화재 반경 500m 안에서 공사를 진행해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했다며 공사 중단 명령을 내렸다. 사적 202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김포 장릉은 조선 선조의 5번째 아들이자 인조의 아버지인 원종(1580∼1619)과 부인 인헌왕후(1578∼1626)의 무덤이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앞서 문화재청은 3개 사업장이 2017년 개정된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개별 심의를 받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당시 개정된 법에서는 문화재 반경 500m를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으로 지정하고, 문화재에 미치는 영향을 심의받게 했다. 김포 장릉의 경우 문화재청장이 건축물 최고 높이 20m 이상의 건축물은 개별 심의한다고 고시한 바 있다.

건설사들은 2014년 인천도시공사가 땅을 매각할 당시 김포시청에 문화재 주변 환경에 직간접 영향을 줄수 있다는 내용의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했고,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저촉사항이 없다는 회신은 받은 뒤 토지를 매각했기 때문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2014년에 받은 현상변경 허가는 택지 개발에 관한 것이고 아파트를 짓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맞서고 있다.

이날 공사 중단 소식이 전해지자 건설사에는 진행상황을 묻는 수분양자의 전화가 수백 통씩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입주시 시기에 맞춰 살던 집을 처분하거나 임대 계획을 끝낸 경우가 있어 수분양자를 중심으로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왕릉의 경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 건물을 부숴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30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장릉 전방에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이 보인다. 문화재청은 이들 아파트 단지 3곳의 건설사가 문화재 반경 500m 안에서 공사를 진행해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했다며 공사 중단 명령을 내렸다. 사적 202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김포 장릉은 조선 선조의 5번째 아들이자 인조의 아버지인 원종(1580∼1619)과 부인 인헌왕후(1578∼1626)의 무덤이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최근에는 아파트 철거를 지지하는 목소리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난 17일 '김포 장릉 인근에 문화재청 허가 없이 올라간 아파트의 철거를 촉구합니다'라는 청와대 청원에는 보름새 15만명의 동의를 받았다. 해당 청원인은 "아파트를 그대로 놔두고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로 남아 위와같은 일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며 "위법하게 지어졌으니 철거가 되는게 맞는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문화재청이 공사중단 명령을 내린 단지가 이미 분양이 끝났다는데 있다. 지난 에듀포레힐(1417가구), 예미지트리플에듀(1249가구), 대광로제비앙(735가구)등 분양 가구만 3400가구에 달한다. 수분양자의 세대원까지 고려하면 1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직간접적인 영향권 아래에 놓이는 셈이다.

입주예정자 B씨는 "아파트가 착공된게 언제인데 그동안 손을 놓고 있다가 문화재청이 왜 이제서야 문제제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철거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기 집을 부순다고 해도 가만히 있을지 궁금하다"고 하소연했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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