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제한 임박.. '보증금 오른 만큼만' 적용案 부상

박소정 기자 입력 2021. 9. 30. 16:01 수정 2021. 9. 30. 16:1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금융위, 전세대출 규제 시사했지만 '묘수' 없어
은행 "담보 비율 조정·DSR, 실수요자 건든다"
국민은행 시행 전세대출 제한案 일괄 적용 유력
"보증금 충당할 여력되는 이의 과도한 대출 차단"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전세대출의 본래 목적 외 유용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전세대출에 대한 규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로서 KB국민은행이 선제적으로 시행 중인 ‘전세보증금 증액 이내’ 대출 조처를 전 은행권에 적용시키는 방안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보증기관의 담보 비율 축소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시 전세대출을 포함하는 경우, 비실수요자와 실수요자 모두에 대한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현실성이 없다고 은행권은 지적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전세대출 증가액은 14조7543억원으로,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28조6610억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전체 가계대출이 4%대 증가세를 기록했는데, 같은 기간 전세대출은 14.02%로 치솟은 것이다.

KB국민은행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 차원에서 한시적으로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집단대출의 한도 기준을 줄여 적용하기로 한 지난 29일 서울의 한 KB국민은행 영업점에서 한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전셋값이 크게 뛴 영향이지만, 금융당국은 전세대출이 상대적으로 후한 탓에 주택 구매나 주식 투자 등 다른 용도에 활용되는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고 위원장이 최근 “전세대출이 금리라든지 그런 조건 면에서 유리하다는 지적도 있다”라고 언급한 이유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선 다음달 발표될 금융위의 가계부채 추가 대책에 전세대출 관련 조치가 포함될 거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현재 언급되고 있는 방안 중 하나는 보증기관의 담보 비율을 조정하는 것이다. 주택금융공사·SGI서울보증·주택도시보증공사 등 보증기관들은 현재 금융사의 전세대출에 대해 80~100%의 비율로 보증을 서주는데, 이를 70~80%나 극단적인 경우 50%까지 낮춘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은행들은 줄어든 보증 비율 만큼 전체 한도를 크게 줄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체 한도를 일괄적으로 줄이는 것은 ‘실수요를 건들지 않겠다’는 당국의 취지와 맞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정부에서 일괄 한도 축소에 대한 후폭풍을 의식해 보증 비율만 낮춰놓고 이전과 똑같은 수준의 대출을 내주라는 단서를 달게 된다면 줄어든 만큼은 개인 신용으로 감내해야 하기 때문에 금리가 큰 폭으로 뛸 수밖에 없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대상에 전세대출을 포함하는 방안도 언급되고 있지만, 이 역시 너무 급진적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DSR은 차주의 모든 대출의 원리금을 연소득으로 나눠 산출하는데, 현재 은행권 차주별 DSR 산정 시에는 전세자금대출은 제외돼 있다. 투기 수요가 아닌 실수요라는 이유에서다. 은행 관계자는 “차라리 DSR 규제 2단계를 앞당겨 시행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3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자본시장 유관기관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나마 계약 갱신 시 보증금이 오른 만큼만 대출을 내주는 조치를 전 은행권에 적용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세대출이 가파르게 늘어나 고심을 거듭하던 국민은행은 여러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 한 끝에 이런 방법을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전날부터 시행했다. 하나은행 역시 동일한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현재 시행 시기를 조율 중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에 전세대출 없이 현금 등으로 보증금을 충당하고 있었던 이들이 보증금 증액 시 돈을 빌릴 수 있는 한도가 크게 줄게 된다. 만약 4억원이었던 전세 보증금이 재계약 때 2억원 늘어나 6억원이 됐을 경우를 가정해 보면, 기존에 대출이 없었던 A씨의 경우 2억원까지만 돈을 빌릴 수 있다. 이전에는 총 보증금의 80%인 4억8000만원까지도 가능했었다. 기존 보증금에 대출이 있었던 사람이나 새로 전세계약을 맺은 사람의 경우 이전과 크게 달라지는 점은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보증금을 충당할 여력이 되는 사람이 과도하게 대출을 받는 경우를 차단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실수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