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국내 인터넷 생태계 지속 성장을 위한 책임과 의무

박종진 2021. 9. 3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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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창범 법무법인 인 대표변호사

디지털 일상화로 세계적으로 온라인플랫폼 가치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다. 실제 소수의 거대 온라인플랫폼 사업자는 확보한 이용자 기반의 규모와 범위 경제라는 시장 효과로 빠르게 연관 시장을 장악했고, 코로나19 시대를 보내면서 시장 독점적 지위를 기반으로 굳건한 참호를 구축했다.

그 과정에서 온라인에서 구축된 보이지 않는 새로운 영역이 오프라인에서 살아가는 한 개인의 삶의 질까지 결정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소수의 거대 플랫폼 사업자가 이용자와 이용자 데이터를 레버리지 삼아 자신만의 확고한 왕국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거대 온라인플랫폼 기업에 대한 유효한 경쟁 압력이나 도전이 사실상 불가능한 시장이 형성됐다.

온라인플랫폼의 독점력이 이용자에서 출발했음에도 기존의 규제 체계에 포섭되지 않은 부가통신사업자가 차지한 독점적 시장지배력에서 발생하는 악영향은 고스란히 이용자의 몫으로 남았다. 이러한 이유에서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한 규제 적용 움직임은 글로벌 트렌드가 돼 힘을 얻고 있다.

이용자로부터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며 동시에 상당한 사회적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부가통신사업자 역시 그에 상응하는 수준에서 공적 책무를 일부 분담해야 한다는 당위적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콘텐츠(C)-플랫폼(P)-네트워크(N)-디바이스(D) 역학관계가 역동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과 같이 기간통신사업자에만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와 같은 전기통신역무 제공 의무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가계통신비 경감 등과 같은 사회 책무를 전가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

국가로부터 독점적 권한을 부여받아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당위적인 논리만을 적용하기에는 과거와 너무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

통신시장에 대한 규제의 시각을 달리해 결과론적 차원에서 부가통신사업자가 전체 인터넷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점을 신중히 고려해야 할 때다. 국민에게 전기통신서비스 접근권을 보장하는데 더 이상 기간통신사업자와 부가통신사업자의 출발점이 다르다는 논리에 매몰될 필요가 없다.

1934년 미국 연방통신법 정의에서 출발한 보편적 역무는 모든 이용자에게 언제 어디서나 적절한 요금으로 제공될 수 있는 기본적 전기통신역무를 의미한다. 어디에 살고 있든 경제적으로 전기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후 상황 변화에 따라 균질적인 서비스를 요금의 차별적 취급 없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건이 추가됐으며, 그 대상 역시 전화 중심의 전통적 역무에서 원활한 부가통신서비스 이용을 위한 데이터 서비스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대되고 있다.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우리 국민의 기본적 전기통신서비스 접근을 보장하는 것이 바로 모든 시장 참여자가 부담해야 하는 의무라는 전제에 힘이 실리고 있다.

통신 시장에 적용되는 규제 철학에 대한 본질적 검토가 이뤄지고 미국 중심으로 해외에서도 온라인플랫폼 의무 등에 대한 법제화가 추진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도 부가통신사업자의 사회 책무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최근 대형 부가통신사업자에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분담시키는 법률 개정안이 대표 사례다.

우리 사회에서 논의되는 전기통신사업자로서의 사회 책무는 고정된 개념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 약자에 대한 사회 책무를 이행하는 사업자 범위도 마찬가지다. 전기통신사업자에 부여된 사회 책무는 시대에 맞게 진화해야 한다. 진화 방향에 대한 고민은 이용자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용자에게서 획득한 시장 가치가 다시 이용자에게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사회·경제·개인에게 미치는 상당한 사회적 영향력을 책임지는 부가통신사업자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요구된다.

우리 사회에 정당한 대가 없는 성장은 없다. 국내 인터넷 생태계의 지속 성장을 위해 행동과 결과에 대한 책임 및 의무가 항상 뒤따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권창범 법무법인 인 대표변호사 cbkwon@lawi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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