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멈추는 날'[오동희의 思見]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2021. 9. 3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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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개봉한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지구가 멈추는 날' 영화 포스터


"지구가 죽으면 인간들도 죽지만, 인간이 죽으면 지구는 살 수 있어!"

1951년 만들어진 '지구 최후의 날'을 2008년 리메이커한 헐리우드 영화 '지구가 멈추는 날(The Day the Earth Stood Still, 2008)'에서 남자 주인공인 외계인 클라투(키아누 리브스 분)가 여자 주인공인 우주 생물학 교수 '헬렌(제니퍼 코넬리 분)'에게 자신이 지구에 온 목적을 설명하는 부분이다.

인류에 의해 파괴되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는 지구를 파괴하는 인간들을 모두 멸종시키는 것이 낫다는 외계 생명체들이 지구를 찾아와 인류를 '청소'하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대에 따라 바다생물이 지구의 다수를 차지하다가 공룡이 우세종이 됐다가, 인류가 우세종으로 지구에 잠시 머물뿐 '지구의 주인은 지구'라는 생명체로서의 지구인 '가이아 이론'을 담은 영화다. 과거 지구를 지배하던 공룡의 종말도 지구를 지키기 위해 지구 스스로가 선택한 결과라는 것과 함께 인류의 미래도 같을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 영화다.

지구 환경문제를 다루는 이 영화에서 궁극적인 생존 대상은 지구이지 인간이 아니다. 극단적으로 인간을 희생해서라도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가이아적 시각이 담겨있다.

최근 환경론자들이 탄소중립을 절대선으로 상정하고, 국내 산업의 생존 환경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높은 탄소감축 기준을 밀어붙이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대목이 있다. 국내 기업이 생존에 위협을 받더라도 탄소중립으로 서둘러 가야 한다는 논리다.

탄소중립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긴 하지만 모든 것에 앞선 절대선은 아니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인간이 숨을 쉬지 말아야 한다는 것까지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인류가 살기 위해서 지구를 살려야 하지만, 지구를 살리기 위해 인류의 삶을 멈춰야 한다는 외계인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말이다.

특히 제조업이 국가산업의 근간인 우리나라에서 미국이나 중국 등 글로벌 강국들보다 앞서서 '환경 제일주의'에 빠져 기업의 생존을 도외시하는 것은 선후가 바뀐 결정이다.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 중 하나인 중국은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배출을 늘려나가다가 206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데 우리만 2030년에 2018년보다 35% 이상 줄인들 무슨 의미가 있나. 둥근 지구에서 중국이 온실가스를 뿜어대는데 우리만 제조업을 죽이고 열심히 탄소를 줄인다고 우리 하늘이 맑아질까.

우리가 탄소중립에 성공해도 국가 경쟁력이 뒤쳐져 생존이 위협받을 때 미국이나 중국, 유럽이 탄소중립에 기여한 우리의 생존을 위해 도울 것이라는 기대는 오산이다. 국제사회는 각자도생이다.

탄소배출 산업에서 탄소중립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바꾸는 대변혁이 필요하고 이는 한순간에 이뤄지기 힘들다. 물고기를 물밖으로 내놓으면 바로 죽는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 정부와 기업들이 대화를 통해 탄소중립의 길로 가면서 국가경쟁력도 유지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지난 28일 대화의 자리가 마련됐는데, 소위 환경단체라는 곳에서 그 문을 막고 소통까지 막았다. 지구만 필요하다는 외계인들로 밖에 보이지 않는 행동이다.

환경운동가로서 온실가스를 줄이겠다면 대화의 장을 막아설 게 아니라 차라리 소나 염소 등 되새김질하는 반추동물들의 축사에 가서 그들에게 트림과 방귀를 최대한 뀌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고 감시하는 게 더 나은 행동일지도 모른다.

소 한마리가 내놓는 메탄이 연간 100kg 정도 되고, 전세계 약 15억 마리의 소들이 내뿜는 메탄의 양이 지구 전체의 25%이니 말이다. 양과 염소를 합치면 전체의 37% 가량 된다. 메탄가스는 같은 부피에서 이산화탄소보다 열을 잡아 가두는 능력이 21배나 높아 지구온난화에는 더 나쁜 물질이다.

탄소중립의 길로 가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바다에서 육지로 진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아가미 호흡에서 폐호흡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기나긴 시간이 필요했다. 탄소중립 산업으로의 전환도 마찬가지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편집자주] 사회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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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hunt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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