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SOC 예산'에도.. 미지근한 반응 나오는 건설업계

유병훈 기자 2021. 9. 3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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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공개한 가운데, 건설업계에서는 일단 환영하면서도 속내는 다소 복잡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정부가 홍보하는 것처럼 ‘역대 최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편성됐지만, 정작 건설업계가 바라는 수준에 못 미치는 데다 구성에도 다소 아쉬움이 남기 때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2022년 예산안 및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31일 2022년도 정부 예산안을 공개했다. 내년도 예산 중 사회간접자본(SOC) 분야 예산으로는 올해보다 1조원 늘어난 27조5000억원이 배정됐다. 정부는 ‘역대 최대 수준’의 SOC 예산안을 편성했다고 자평했다.

우선 정부는 SOC 예산의 방점을 고도화·첨단화에 두고 집중 홍보하고 있다. 실제로 SOC 예산 증액분 1조원 중 7000억원이 SOC 고도화·첨단화에 집중됐다. 구체적으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와 지방 광역도로·철도를 본격 추진하고, 비수도권 광역철도 사업에 착수하는 국가교통망 확충 예산이 3000억원 가량 늘었다. 이 밖에도 ▲도심 항공교통 인프라 구축 ▲철도 스마트 관리체계 ▲스마트 시티 ▲스마트 물류 등이 내년도 주요 예산으로 꼽혔다.

건설업계는 일단 환영하는 반응을 보였다. SOC 예산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토건 예산’으로 지목되며 지난 2018년까지 감액해 편성됐다. 당시 극심한 SOC 가뭄을 겪었던 터라 건설업계가 SOC 예산이 늘어난 것 자체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지만, 어쨌든 예산이 늘었기 때문에 건설업계로서도 기대해볼 여지가 생긴 건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심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 분위기다. 먼저 SOC 예산의 총액이 30조원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대한건설협회는 지난 28일 국회에 “SOC 예산을 30조원 이상 편성해달라”는 건의문을 보냈다. 건협은 건의문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을 2.5% 이상 달성하기 위해서는 민·관을 통틀어 53조원 규모의 SOC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SOC 투자를 통해 일자리 확보와 소득 회복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건협은 지난해에도 ‘SOC 예산 30조원 편성’을 주장했다.

엄근용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SOC 예산 총량의 측면에서 조금은 아쉬운 수준”이라며 “27조5000억원이 명목가격상 역대 최고액은 맞으나,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와 물가 등을 감안한 실질 가격으로는 오히려 2010년 SOC 예산보다 작은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또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공언하는 등 주요 선진국들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SOC 투자를 크게 늘리는 추세도 거론했다.

예산의 구성 측면에서도 SOC 예산 상당수가 건설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 역시 나온다. 한 건설 유관협회 관계자는 “겉보기에는 역대 최대치라는데, 내용을 찬찬히 뜯어보면 스마트 사업 중심의 정보통신(IT) 투자 사업이 상당수”라며 “없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당장의 마중물 효과를 기대하기엔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부동산 대란이 계속되고 있는데 대규모 공공주택 건설예산이라도 더 편성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도 “정부 예산안 발표자료만 봐서는 사실 ‘속 빈 강정’이라는 느낌이 든다”며 “예산의 액수보다도 실제로 사업 현장에 얼마나 보탬이 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엄근용 부연구위원은 “정부가 밝힌 SOC 예산의 세부 사업 중 상당수가 ‘정통 SOC’인지 뚜렷이 인지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 예산안은 시설물에 대한 진단, 장비 장착 등에 너무 초점이 맞춰진 느낌”이라며 “기존 노후 시설물 등에 대해 상태를 진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태에 대한 분석과 그를 토대로 한 시설물의 교체·보강·개량 등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IoT(사물 인터넷) 등 IT와의 접목이 강화되는 현 추세에서 건설업계가 새로운 도전으로 인식하고 적극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SOC 예산은 사회의 인프라를 통해 외부효과를 창출할 수 있어 예산 배정에 우선순위를 둬야 할 분야”라며 “그런 측면에서 내년도 예산안의 SOC 예산 총량은 기본은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그러면서 “앞으로 미래의 먹거리는 IT분야에서 나올 것이기 때문에 정통 건설·토목업계도 영역을 넓혀나갈 필요가 있다”며 “비(非)정통 SOC 예산 사업이 많더라도 정부 예산안에 대해 진취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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