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89억 타워팰리스 산 중국인, 알고보니 대출 100%..어떻게?

이효정 입력 2021. 9. 30. 15:25 수정 2021. 10. 24.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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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은행서 대출 받아 본인 자금은 0% 투입..대출 막힌 내국인들 '허탈'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규제로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일부 외국인 주택 매수자들은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국인들은 국내에서 대출을 못받으면 자국 등 해외에서 대출을 받으면 그만이기 때문에 대출길이 막힌 내국인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국내 은행에서 외국인에 대한 대출 규제는 내국인과 동일하게 적용한다지만, 해외 은행에서 대출 받아 국내에서 주택 구입을 하는 사례까지는 어쩌지 못하는 실정이다.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 강남의 고급 아파트들 [사진=뉴시스]

◆ 중국인 A씨 타워팰리스 복층 펜트하우스 89억원에 매수…대출 100%·본인자금 0%

30일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국적의 A씨는 지난 3월 13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타워팰리스를 89억원에 매수했다.

타워팰리스는 2000년대 초반에 지어진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로 A씨가 구입한 전용면적 407㎡ 아파트는 복층 구조로 아파트 내에서는 몇 채 안되는 일종의 '펜트하우스'다.

A씨는 올해 1988년생으로 우리나라 나이로 올해 34세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펜트하우스를 마련한 셈이다.

그가 구입한 타워팰리스의 등기부등본을 떼보니 이 타워팰리스를 담보로 근저당설정이 이뤄진 내역이 없다. 다시 말해 타워팰리스 구입시 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구입자금에 보태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가 강남구청에 제출한 자금조달계획서를 보면 매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차입금 89억원 전부를 대출로 조달했다고 명시돼 있다. 본인의 보유 현금이나 상속이나 증여, 또는 다른 대출로 인한 자금은 단 한 푼도 들어가지 않았다.

타워팰리스를 담보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다고 하면 현재 대출 규제로는 집값의 100% 대출은 불가능하다. 결국 다른 담보나 대출상품 등을 통해서 89억원의 거액의 대출을 받았다는 얘기다.

중국인 A씨가 대출 100%로 타워팰리스를 매수할 수 있었던 배경은 뭘까.

자금조달계획서에 따르면 '외국 은행'에서 매수금 89억원 전부를 조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여기서 말하는 외국 은행은 국내에서 은행업 인가를 받아 국내에서 영업하는 외국 은행이 아니라 해외 현지 은행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 금융당국의 사업 인가를 받는 외국계 은행들은 모두 다른 시중은행과 동일한 대출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내에서 은행법 상으로 인가를 받은 은행들은 모든 대출 규제들이 내·외국인이 똑같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 외국인이 외국 은행서 대출받아 국내 주택 구입 막을 수 없어

그동안 금융당국은 내·외국인의 대출 규제가 똑같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앞서 지난 3월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쇼핑'과 관련해 내·외국인에 다른 대출 규제가 적용된다는 보도가 잇따랐을 때에도 금융당국은 반박 자료를 내고 적극 부인했다.

당시 금융위위원회는 반박자료를 통해 "은행업 감독규정 등 관련 규정에서는 대출과 관련해 내외국인에 차별을 두고 있지 않으며, 동등대우 원칙이 지켜지고 있다"며 "외국인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이 제한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국내에서 영업하는 은행에 한해 적용되는 얘기다. 외국 현지 은행에서 대출 받아 국내 주택을 구입할 때 쓰는 것까지 우리나라 금융당국이 막을 도리는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외국인이 외국 현지 은행에서 받은 대출은 그 나라 법에 따라 처리되는 것이지 우리나라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 국내 시중은행 금융당국 방침에 대출 조이기 한창

현재 내국인들은 대출길이 점점 좁아지는 형편이라 A씨의 사례는 더욱 눈에 띈다. A씨가 아파트를 구입한 지난 3월이면 최근과 마찬가지로 시중은행들이 한창 대출금리를 올리고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방안에 따라 대출한도를 조정하는 등 대출 증가세를 억누르던 시기였다.

최근 꾸준히 대출 규제는 강화되는 추세다. 지난해 11월 말부터 연소득 8천만원 이상의 고소득자가 1억원 이상 신용대출을 받으면 40%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된다.

지난 7월부터는 금융위원회가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적용 대상을 전체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의 시가 6억원 초과 주택으로 확대 적용하고 있어 대출 한도가 예전같지 않다.

서울 근교에서 거주하는 30대 한 직장인은 "우리나라 땅인데 외국인들은 자유롭게 사고 우리와 같은 내국인들은 규제하는 것이냐"며 "이럴 거면 대출 규제를 다 풀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지난해 10월 27일부터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 매매를 할 때 거래가와 상관없이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주택 구입의 자금 출처를 투명하게 하고 정부가 부동산 불법 행위를 부동산 취득 등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자금조달계획서를 미제출하면 부동산거래 신고필증(등기)을 받을 수 없어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자금조달계획서를 미신고나 허위신고할 경우에는 최대 3천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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