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민주당 입법독주, 언중법 앞에서 막힌 세 가지 이유

박기주 2021. 9. 3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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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총선에서 180석을 확보한 후 쟁점 법안들을 강행 처리해온 여당의 입법 독주가 결국 언론중재법 앞에서 멈춰 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법안을 최우선 과제로 둔 바 있지만, 청와대의 부정적인 태도와 국제사회 여론, 특히 대선을 앞둔 정치적 셈법이 이를 막아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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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법 강행 처리 예고하던 민주당, 사실상 후퇴
①文 우려 ②국제사회 비판 ③대선 정국 정치셈법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지난 총선에서 180석을 확보한 후 쟁점 법안들을 강행 처리해온 여당의 입법 독주가 결국 언론중재법 앞에서 멈춰 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법안을 최우선 과제로 둔 바 있지만, 청와대의 부정적인 태도와 국제사회 여론, 특히 대선을 앞둔 정치적 셈법이 이를 막아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 언론미디어제도개선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재논의하는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지난 29일 국회에 언론미디어제도개선특위를 구성해 언론중재법과 정보통신망법, 신문법, 방송법 등 언론미디어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30일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언론개혁에 대해 종합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언론개혁 시즌1이 드디어 열렸다”며 자평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그동안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골자로 한 언론중재법을 우선 처리해야 한다며 법안 강행 처리를 시사했던 것을 고려하면 입법 동력을 상당 부분 잃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달 임시국회 당시만 해도 민주당의 의지는 강경했다. 언론중재법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법안 소위와 전체회의에서 야당의 반대에도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범여권 의원들이 강행 처리했고, 법제사법위원회 통과 역시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앞서 민주당은 본회의에서도 ‘공수처법’과 ‘임대차 3법’과 마찬가지로 과반 의석을 활용해 이 법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이 법을 두고 여야의 대치가 극심하게 진행된 지난달 30일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의 방문 후 민주당의 태도는 미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당시 이 수석은 민주당 지도부를 만나 청와대의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언론중재법 처리는 9월말로 미뤄졌지만 청와대의 우려 표명은 계속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언론이라든지 시민단체라든지 국제사회에서 이런 저런 문제 제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점들이 충분히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사실상 여당의 강행 처리 시도에 반대 신호를 보낸 것이다.

국제사회의 반대 여론도 부담이 됐다. 지난달 국제 언론 감시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가 “언론에 대한 자의적 개입과 언론을 압박하는 도구화될 가능성을 열게 될 것”이라고 우려의 뜻을 전했고, 아이린 칸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지난 24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포함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국제사회 우려에 대해 민주당은 “미디어 환경이 달라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애써 무시했지만, 문 대통령의 우려 표명에 UN까지 부정적인 의견을 내자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마지막으로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 대표 주자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중도층의 결정이 중요해진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성남 대장동 개발 의혹이 이재명 지사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다 국민의힘으로 화살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굳이 중도층의 반감을 살 입법을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만약 언론중재법을 강행 처리할 경우 세계 언론단체가 모두 비난하게 될 텐데 그러한 움직임은 중도층을 움직이게 될 것”이라며 “(특위 구성은)대선을 앞두고 중도층 이탈이 점쳐지는 입법을 중단한 사실상의 출구전략”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언론중재법 처리를 원하는 강성 지지층의 경우 해당 법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이탈할 가능성이 적지만, 중도층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 고려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기주 (kjpark8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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