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팬데믹에 10년 당겨진 미래..생존 전략을 수정하라

정영현 기자 2021. 9. 30.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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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가속-스콧 갤러웨이 지음, 리더스북 펴냄
코로나發 사회 모든 분야 급변
변화 대응 여부에 흥망성쇠 달려
기업들도 '과잉수정' 전략 중요
구글·아마존·액슨모빌·보잉 등
기업사례 들어 성패 원인 분석도
[서울경제]

“몇십 년 동안 아무 일도 없다가 몇 주 사이에 수십 년 동안 일어날 법한 사건이 벌어질 수 도 있다.”

이 말은 러시아 혁명가 레닌의 발언으로 세간에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스코틀랜드 하원 의원이었던 조지 갤러웨이가 먼저 한 말이라고 한다. 누구의 발언이었건 간에 과거 이데올로기의 격랑 시대를 관통하는 표현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이 말은 이데올로기 투쟁이 약화된 오늘날과 오히려 더 잘 어울리는 듯하다. 몇십 년 동안 아무 일도 없다가 ‘코로나 19가 갑자기 터진 후’ 몇 주 사이에 수십 년에 걸쳐 일어날 법한 일들이 세상 곳곳에서 벌어졌다. 개인, 기업, 국가가 그간 계획했던 많은 것들이 수포로 돌아갔고, 미래를 예상하는 것은 매우 두려운 일이 됐다. 너무나 급변한 세상 속에서 모두가 넋을 잃은 것이다. 하지만 당장 정신을 차려야 한다. 살아남고, 소멸하고, 변화하는 속도는 앞으로 더 빨라질 뿐 코로나 19 이전 수준으로 느려질 리는 없다고 스콧 갤러웨이 뉴욕대 교수는 신간 ‘거대한 가속(원제 : Post Corona)’에서 진단한다.

갤러웨이 교수는 미국 MBA 종합 정보업체인 포이츠 앤드 퀀츠가 꼽은 ‘세계 최고 비즈니스 스쿨 교수’ 중 한 명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한 ‘내일의 글로벌 리더’에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창업의 경험도 풍부하다. 프로핏, 레드앤벨로프, L2 등 9개 회사를 설립했고, 뉴욕타임스컴퍼니 등에서 이사로 역임하기도 했다. 기업 가치 평가와 전망이 워낙 냉정해 실리콘밸리 기업인들이 껄끄러워하는 석학으로 평가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코로나 19로 인해 역사의 변곡점이 갑자기 눈 앞에 나타났다고 말한다. 개인과 기업, 시장과 사회 모든 분야의 추세가 10년씩 앞당겨졌다는 것이다. 이 변화의 핵심을 꿰뚫어볼 수 있어야 팬데믹 이후 세상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갤러웨이 교수는 강조한다.

먼저 비즈니스 시장은 코로나 19로 인해 독식하는 승자와 학살 당하는 패자로 재편되고 있다. 갤러웨이 교수는 그 증거로 애플·구글·아마존·페이스북 등의 시가총액이 급증했다는 사실을 지목한다. 아마존의 경우 2020년 3월 2일부터 7월 31일 사이에 시총이 63% 늘었다. 반면 엑슨모빌, 코카콜라, JP모건체이스, 보잉, 디즈니, 3M 등의 시장 가치는 크게 떨어졌다. 이들의 성공과 실패 이유를 단지 대면과 비대면의 차이에서 찾아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지나칠 정도로 빠르고 가혹하게 전략 스펙트럼을 바꾸는 ‘과잉 수정’, 가치와 프라이버시가 교환되는 세상에서 ‘개인정보의 프리미엄화’, 손쉽게 비용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자본의 경량화’ 가능 여부가 팬데믹 시대에 기업 흥망성쇠의 결정타가 됐다고 갤러웨이 교수는 설명한다. 예를 들어 우버나 에어비앤비, 월마트의 경우 코로나 19의 직격타를 맞은 업종에 속하면서도 경쟁자들과 달리 잘 버티고 있다는 점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갤러웨이 교수는 구글·아마존·애플·페이스북 등 이른바 ‘빅4’가 팬데믹을 기점으로 어느 영역으로 파고들지도 예측한다. 아마존은 헬스, 애플은 반복 매출 ‘런들’과 웨어러블을 통해 수익을 올릴 것이라는 게 그의 예상이다. 신생기업에 대해서는 주의 깊게 봐야 한다. 갤러웨이 교수는 그럴싸한 ‘헛소리’로 포장한 기업들의 가치가 상장 직후 추락했던 사례들을 전하면서 펠로톤, 레모네이드, 와비파커, 브룩리넨, 로빈후드 등이 세상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살펴보라고 조언한다.

코로나 19로 지각 변동이 불가피한 또 다른 영역은 교육이다. 갤러웨이 교수는 기술 발전과 혁신 속에서도 늘 제자리에 머물러 있지만 중산층 부모들의 대리욕망 덕에 규모만 커진 교육이 이젠 변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오프라인 캠퍼스 생활과 비싼 등록금 사이에 등가가 성립되지 않음을 많은 이들이 깨닫기 시작했다고 그는 지적한다.

이와 함께 코로나 19 팬데믹을 계기로 사람들은 공공시스템, 즉 정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고 갤러웨이 교수는 지적한다. 선진국으로 여겨지던 많은 국가가 바이러스로부터 국민들을 지켜내지 못해 충격을 안겼다. 특히 미국 국민들의 품위 없는 행동은 ‘미국 예외주의’의 부작용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공공 영역이 제 기능을 하려면 개인은 성과주의에 대한 맹신에서 벗어나야 하며, 기업을 평가하는 혁신의 잣대를 공공 영역에 들이대선 안된다고 그는 제언한다. 더 나은 정부를 원한다면 서투른 정치인이 정권을 잡는 것을 막아야 함은 물론이다. 1만7,000원.

정영현 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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