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 안 무섭다"..하락장서 1조 주운 개미, 상승장·기술주에 베팅했다

이다비 기자 2021. 9. 30.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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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증시 급락 충격에 지난 29일 국내 증시가 덩달아 하락하자 개미(개인 투자자)는 상승장과 기술주에 과감히 베팅했다. 하락장이 펼쳐지자 개인 투자자들은 저가매수에 나서면서 유가증권시장에서만 하루 만에 약 1조원을 순매수했다. 이들은 들고 있던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를 내다 팔고 삼성전자(005930)·카카오(035720) 등 기술주와 지수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를 고루 담았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9604억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개인은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순매수하며 5912억9000만원어치를 샀다. 삼성전자우도 996억2000만원어치 순매수했다. 삼성전자 주식만 총 7000억원가량 순매수한 것이다. 최근 외국인 매수세 유입으로 ‘8만 전자’를 넘보던 삼성전자가 다시 7만4000원대로 내려가자 저가 매수의 기회라고 판단해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

일러스트=정다운

삼성전자 다음으로는 SK하이닉스(000660)(1586억8100만원), KODEX 레버리지(757억3900만원)를 담았다. KODEX 레버리지 ETF는 코스피200지수의 하루 변동률을 2배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앞으로 상승장이 재개될 것이라고 판단해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와 LG전자(066570), NAVER(035420)(네이버) 등 기술 우량주도 이 종목들의 뒤를 이었다. 카카오는 개인 순매수 6위로 총 330억4100만원어치를 사들였다. LG전자는 개인 순매수 7위로 318억3600만원, 네이버는 8위로 289억4300만원가량을 순매수했다.

반면 이날 개인은 하루 동안 상장돼있는 인버스 상품 3개를 통틀어 1255억2300만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은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를 총 697억500만원어치 순매도했다. SK이노베이션(096770)에 이어 2번째로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이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는 대표적인 ‘곱버스’ 상품으로, 지수와 반대로 ‘베팅’하도록 설계됐다. 지수가 떨어질 때 내림 폭의 배로 수익을 내지만 만약 지수가 오른다면 곱버스 투자자들은 배로 손실을 보게 된다. 이 상품은 지수가 떨어질 때도 높은 수익을 내려는 공격적인 투자 성향의 개인이 많이 매수하는데, 개인이 이 상품을 매도했다는 건 앞으로 지수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개인은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 ETF도 361억900만원어치 순매도했다. KODEX인버스 상품도 197억900만원가량 순매도했다. 이는 같은 날 기관이 KODEX 200선물인버스2X와 KODEX코스닥150선물인버스, KODEX 인버스 상품을 각각 1위, 3위, 7위로 많이 순매수한 것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지난 29일 개인 투자자의 유가증권시장 순매도·순매수 상위 종목.

이는 지난해 하락장에 우량주나 기술주를 주축으로 한 성장주를 싼 값에 사들여 수익을 극대화했던 경험이 있는 동학 개미들이 다시금 변동성을 기회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미국 증시가 급락하며 국내 증시가 더 크게 요동칠 수 있었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순매수로 오후 들어 하락분이 소폭 만회되며 증시 하단을 받쳐줬다. 동학 개미는 지난해 코스피지수가 1400선까지 주저앉을 때에도 꿋꿋하게 삼성전자를 비롯한 성장주를 매수해 연말까지 코스피지수를 2800선 넘게 끌어올리며 ‘스마트 개미’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 우려 등이 불거지고 중국 헝다그룹 리스크(위험도)로 인해 다른 때보다 증시 변동성이 커진 시기이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고 경기 회복 흐름이 깨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개인 투자자 순매수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스마트 개미가 이번에도 웃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단기적으로 주요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주식시장의 상승 탄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인 탓이다.

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주가의 상승 모멘텀이 약화할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라며 “경기 회복에 따른 금리 상승과 더불어 미 연방준비위원회(연준·Fed)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주가의 부담 요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저효과에 따른 실적 모멘텀도 약화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도 “단순히 주가가 내려서 싼 값에 산다는 전략이 항상 통하지는 않을 수 있다”라며 “향후 주가 상승 동력이 가능한 요인 등을 따져서 펀더멘탈(기초체력)을 고려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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