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에이즈 치료제, 중국서 팔린다

[경향신문]

에이즈바이러스 치료제 후보물질 발굴 연구를 이끈 손종찬 박사.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국내 연구진이 발굴한 에이즈바이러스(HIV) 치료제 후보물질로 만든 신약이 조만간 중국에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신약은 1조원 규모의 중국 에이즈 치료제 시장에서 글로벌 제약사들과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화학연구원은 자신들이 발굴한 에이즈바이러스 치료제 후보물질이 추가 연구개발과 임상시험을 거쳐 올해 6월 중국에서 신약 시판 허가를 얻었다며, 향후 판매가 시작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

손종찬·이일영 화학연구원 박사팀은 1995년 에이즈바이러스 치료제 연구를 시작했다. 2006년 미국의 글로벌 제약사인 길리어드와 공동 연구를 거친 뒤 2008년 에이즈바이러스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 이 후보물질을 대상으로 국내 신약 개발기업인 카이노스메드가 국내 임상 1상을 마쳤고, 화학연구원은 이 회사에 기술을 이전했다. 카이노스메드는 에이즈 환자 증가율이 높은 중국에서 신약을 상용화하기 위해 2014년 중국 제약사 장수아이디에 후보 물질의 중국 판권을 이전했다. 그 뒤 중국 내에서 임상 1~3상이 이뤄져 올해 6월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에서 판매 허가를 받은 것이라고 화학연구원은 밝혔다.

화학연구원이 개발한 후보물질은 ‘역전사효소 저해제’라는 특징을 띤다. 역전사효소는 에이즈바이러스가 증식을 일으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데, 후보물질은 이 효소의 활동을 가로막아 치료 효과를 내는 것이다.

중국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HIV 감염인과 면역체계가 약해져 몸이 아픈 에이즈환자가 누적 125만명에 이르며, 매년 8만명씩 감염자가 증가하고 있다. 최길돈 화학연구원 의약바이오연구본부장은 “중국 에이즈 치료제 시장은 현재는 1조원 이상, 2027년에는 1조9000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종찬 박사는 “이번 치료제가 중국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