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예산전쟁에 일정 취소하고 설득전..의회 야구경기 깜짝 방문(종합)

김현 특파원 2021. 9. 30.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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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엔 펠로시 하원의장, 척 슈머 원내대표 만나..저녁엔 야구경기 깜짝 방문
3조5천억달러 사회복지법안 놓고 당내 갈등 지속..중도파 "재정적 미친 짓" 비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9월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내셔널스 파크에서 열린 연례 의회 야구 경기에 참석해 공화당 의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김현 특파원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미국 연방의회의 벼랑 끝 예산전쟁으로 인해 연방정부의 셧다운(업무정지) 위기가 눈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 정치권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경제 행보를 위한 시카고 방문 일정을 취소한 채 직접 민주당 의원들과 만나면서 설득에 나섰다.

민주당은 3조5000억달러(4148조9000억원) 규모의 사회복지 법안과 바이든 행정부의 역점 사업인 1조2000억달러(1422조4800억원) 규모의 초당적 인프라 법안을 둘러싼 당내 이견을 조율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공화당은 사회복지 법안의 연방정부의 셧다운을 막기 위한 임시예산안과 미국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를 차단하기 위한 부채한도 유예 법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더힐 등 외신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홍보할 예정이었던 시카고 방문을 취소했다. 대신 이날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를 백악관에서 만나 법안 처리 방안을 모색했다. 전날엔 중도 성향인 키어스틴 시너마,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과 만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저녁엔 미 의회 자선 야구경기에 깜짝 방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 대표팀이 5-4로 앞서고 있던 2회에 경기장에 등장했으며 관중석에서 펠로시 의장과 포옹을 나눈 뒤 민주당 대표팀 더그아웃으로 이동해 대화를 나눴다. 바이든 대통령은 3회에 민주당 대표팀이 8-5로 역전하자 공화당 더그아웃으로 건너가 공화당 의원들과도 소통했다.

백악관 보좌진들은 이날 시너마 의원을 재차 접촉했다. 시너마 의원과 맨친 의원은 초당적 인프라 법안을 지지해 왔지만, 3조5000억 달러의 사회복지 법안 처리에 대해선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원은 민주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반면, 상원은 50대 50으로 민주당과 공화당이 정확히 양분하고 있다. 그나마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쥐는 상원 규정으로 인해 민주당이 과반을 넘길 수 있다.

현재 민주당은 사회복지 법안을 공화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우회하기 위해 단순 과반으로 통과시킬 수 있는 예산조정 절차를 통해 처리하고자 한다.

일반 법안 통과 절차대로 사회복지 법안 처리를 시도할 경우엔 공화당의 필리버스터로 인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데다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하기 위해선 60명의 찬성이 있어야 하지만 현재 양분된 상원 구조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시너마 의원 등 중도파 상원의원 중 단 한명이라도 이탈할 경우엔 법안 처리가 불발될 수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사회복지 법안 처리에 시너마 의원이 협조할지 여부와 관련한 질문에 법안 통과를 지지할 것이라고 답했지만, 맨친 의원은 이날 저녁 성명을 통해 사회 복지 법안에 대해 "재정적 미친 짓(fiscal insanity)"이라고 강도 높게 반발하는 등 여전히 설득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 (현지시간) 워싱턴 내셔널스 파크에서 열린 의원 야구 경기를 관람하며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얘기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반면, 초당적 인프라 법안은 지난 8월 상원에서 처리돼 미 하원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민주당 하원의 진보 진영은 3조5000억 달러의 사회복지 법안을 인프라 법안과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 민주당 지도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진보 진영은 중도파의 총액 축소 주장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맨친 등 중도파들을 달래기 위해 초당적 인프라 법안 처리를 먼저 추진하려고 하지만, 진보 진영은 이 경우 인프라 법안 처리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이로 인해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당초 지난 27일 인프라 법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었지만, 진보 진영의 반발에 부딪혀 30일에 표결하기로 연기한 바 있다.

진보 진영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펠로시 의장과 스테이 호이어 원내대표 등 민주당 하원 지도부는 30일 인프라 법안 처리를 시도하겠다는 입장이다. 호이어 원내대표는 “내일 인프라 투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 법안의 처리가 재차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이들 법안보다 급한 건 연방정부의 셧다운을 막기 위한 임시 예산안과 디폴트 사태에 이르지 않기 위한 부채한도 관련 법안 처리다.

당초 민주당이 주도하는 미 하원은 지난 주 연방정부의 셧다운을 막기 위해 오는 12월3일까지 정부에 자금을 지원하고 부채 한도를 내년 12월까지 유예하는 법안을 처리해 상원으로 넘겼지만, 공화당이 부채한도 유예에 반대하면서 처리가 불발됐다.

이에 민주당은 연방정부의 셧다운을 막기 위해 임시 예산안과 부채한도 유예를 분리하기로 방침을 정했고, 민주당과 공화당 상원은 이날 저녁 부채한도 유예 문구를 삭제한 임시 예산안을 30일 오전에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수정된 임시예산안이 상원을 거쳐 하원까지 무난하게 통과한다면 연방정부의 셧다운 위기는 일단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등을 감안해 임시 예산안 처리에 협조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폴 공 루거센터 선임 연구원은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연방정부가 셧다운을 하게 되면 코로나19에 대처하고 있는 의료 인력 등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공화당도 임시 예산안 처리엔 협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미국의 디폴트 사태를 막기 위한 부채한도 관련 법안 처리다. 현재 미국은 법정 한도(22조달러)를 훌쩍 넘긴 28조4000억 달러 규모의 부채를 안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최근 10월18일까지 부채한도를 유예하거나 늘리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디폴트 사태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일단 논란이 큰 부채한도 증액보단 유예 쪽으로 가닥을 잡은 모양새다. 미 하원은 이날 내년 12월까지 부채한도 유예하는 법안을 별도로 상정해 가결했다. 민주당은 상원에서 부채한도 유예법을 처리한다는 방침이지만, 공화당이 부결시킬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상원에서 부채한도 유예나 증액을 예산조정 절차를 통해 처리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지만, 해당 절차를 통해 처리가 가능한지부터 유권해석을 받아야 하는 등 난관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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