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미디어데이]아이디어 만발, 감독들의 '5자 출사표'는?
[서초=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프로농구 10개 구단 감독들이 미디어데이의 단골 메뉴로 자리잡은 '5자 출사표'에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각자의 고민을 담았다.
프로농구 10개 구단 감독들과 구단별 대표선수들은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JW매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2021~2022시즌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새 시즌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감독들에게는 가장 먼저 이번 시즌 목표를 '5글자'로 밝히고, 그 이유를 설명해달라는 요청이 나왔다.
흥미로운 5자 출사표가 이어졌다. 가장 먼저 바통을 받은 인물은 원주 DB 이상범 감독이었다. DB는 지난 시즌 9위에 머물렀지만,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린 KBL 컵대회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하며 반등을 예고했다. 때문에 이 감독은 '넌할수있어'라는 출사표를 발표했다. 그 이유에 대해 "우리 선수들이 이번 컵 대회에서 자신감 있게 경기했기 때문에 새 시즌에도 자신 있게 해달라는 부탁의 의미를 담았다. 선수들이 그렇게 최선을 다해서 해준다면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생각해서 정했다"고 밝혔다. 팀의 상황과 바람이 담긴 진지한 출사표였다.
뒤를 이은 서울 삼성 이상민 감독의 출사표는 '끝까지간다'였다. 그는 "봄 농구(플레이오프)를 경험한지 오래됐다. 또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 일로 차질이 생겼는데, '토끼와 거북이' 우화의 거북이처럼 성실하게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봄 농구를 해보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즌 감독으로 데뷔한 서울 SK 전희철 감독은 대표선수로 나온 김선형과 함께 준비한 '도발성 출사표'를 내놨다. 그는 "이유를 먼저 설명하고, 나중에 김선형과 함께 5자 출사표를 외치겠다"고 한 뒤 "첫 감독으로 부임 후 다른 9개구단 감독님들께 도발적인 멘트를 준비했다. SK의 강점인 스피드를 살리는 농구를 하겠다는 의미"라고 출사표의 뜻을 밝혔다. 그리고는 "슥~잡아봐라"라고 외쳤다. '슥'은 일부 팬들이 SK를 지칭하는 용어다.
창원 LG 조성원 감독은 팀의 핵심선수들인 이관희와 이재도에게 기대를 건다는 의미로 '관희와재도'를 5자 출사표로 내놨다. 이어 고양 오리온 강을준 감독은 '일체유심조'라고 발표하며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올해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라며 선수들의 마음자세를 강조했다.
전주 KCC 전창진 감독의 5자 출사표는 애잔했다. '기다려보자'. 그는 "사연이 많다. 이번 시즌 유난히 부상도 많고, 훈련 과정에서 고민도 많았다. 감독으로서 준비하는 입장에서 상당히 걱정도 많고, 전체적으로 다 같이 모여 훈련해본 상황이 없어서 걱정이 된다. 그래서 선수들이 좋아지기를 기다려야 하는 게 아닌가 한다.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오면 잘 해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다"며 좋지 않은 팀 상황을 설명했다.
지난 시즌 우승을 차지한 '디펜딩 챔피언' 안양 KGC 김승기 감독의 출사표는 가장 재치넘치고, 독특한 '스틸러빙유'였다. 그는 "록밴드 스콜피언스의 노래인데, 여기에 나오는 스틸(still)을 농구용어 스틸(steal)로 바꿔봤다. 이번 시즌에도 공격적으로 수비해 스틸을 많이 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수원으로 연고지를 옮긴 KT 서동철 감독은 '소닉붐시즌'이라고 밝혔다. 그는 "성적도, 인기도, 매너도. 모든 면에서 우리의 시즌으로 만들 것이다.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대구로 내려가 재창단한 한국가스공사 유도훈 감독의 출사표는 '새로운도전'. 그는 "창단 첫 해로서 도전할 게 많다.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빠른 시간 안에 KBL 정상에 서도록 도전하는 것이고. 둘째는 지난 10년간 농구 잊고 산 대구 시민들께 농구 재미를 선사하고 체육관으로 많이 찾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라고 목표를 밝혔다.
미자막으로 울산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종이에 출사표와 이유를 적어와 발표했다. 그는 "'넥스트챕터'라고 정했다. 나 또한 올 시즌 모비스 경기력이 많이 궁금하고 기대된다. 젊은 선수들이 많아졌고, 모두 한 단계 성장해야 할 시기다. 설레고 기대된다. 성장도 중요하고, 성적도 중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시즌으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서초=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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