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고아 부부 143억 美 일리노이대 기부 "큰 돈이 재앙 부를 것 같아 사회 환원"
의료기 사업 정리한 거액 대학에 기부
"유학시절 장학금으로 화가 됐기에 갚는 것"
따뜻하고 서정적인 그림으로 서울 개인전
재미동포 화가 김원숙(68)은 사랑과 그리움, 희망, 기적을 화폭에 담는다. 난해한 현대미술 흐름에 휘둘리지 않고 그의 삶과 감정을 또렷한 형체로 표현한다. 무엇을 그렸는지 금새 와 닿고 마음을 서서히 덥히면서 잔잔한 감동을 준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그림은 관람객을 주눅들게 하면 안된다"며 "예술은 소통이기에 이해하기 어려우면 실패한 것이다"고 말했다.
그림처럼 행복하냐고 묻자 작가는 "나는 정말 감사하면서 산다. 하루 종일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입양한 아이들(1남1녀)이 잘 살아서 행복하다"고 답했다.
그림 뿐만 아니라 사회 환원으로 행복을 나눈다. 2019년 모교인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에 1200만 달러(약 143억원)를 기부해 김원숙 칼리지(Kim Won Sook College of Fine Art)가 생겼다. 일리노이 주립대 측이 부부의 기부를 기리고자 단과대학 이름을 바꾼 것이다.
1972년 이 대학으로 유학간 그는 "장학금으로 공부하면서 받은 혜택을 돌려주는 것일 뿐"이라며 "기부는 내 인생에서 가장 잘 한 일 중 하나"라고 말했다.
기부금은 그의 남편이자 한국전쟁 고아 출신 토머스 크레멘트(69)가 경영하던 미국 의료기기 회사를 정리한 돈으로 마련했다. 인디애나대-퍼듀대 인디애나폴리스 캠퍼스(IUPUI)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한 크레멘트는 사업가이자 발명가로 복강경 수술 등에 쓰이는 의료기구 관련 특허 64개를 출원했을 정도로 회사를 성공시켰다. 그의 모교인 퍼듀대에도 거액을 기부했다.
작가는 "현실감 없는 돈을 갖고 있으면 재앙이 올 것 같았다"며 "남편은 한국전쟁 중에 엄마가 버린 혼혈아로 길에서 자라 1956년 미국으로 입양됐다. 우리 둘 다 돈이 많은 집안에서 자란게 아니라 큰 돈을 갖고 있다가 큰 일 날 것 같았다"고 기부 동기를 들려줬다.
그는 40년전 한국에서 혼혈아 2명을 입양해 키웠다. 현재 51세 아들은 사업을 하고 48세 딸은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중이다. 작가는 "자식들이 나보다 훨씬 나은 사람들이 됐다"며 "20년전 재혼한 남편(크레멘트)과 자녀들이 입양아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 나보다 더 친하게 지낸다"고 말했다.
50년 화업을 일궈온 작가는 세상을 살면서 생기는 아픔과 슬픔을 그림으로 승화하고 있다. 몇년전 어머니가 별세한 후 반딧불 같은 빛을 그리면서 위안을 얻는다. 작가는 "엄마의 모든 것이 나에게 선물이었다. 사람이 떠나도 우리 곁에 영혼이 남아 있는 것 같아 빛으로 표현한다"며 "빛은 엄마일 수도 있고 모차르트, 예수, 석가, 우리 영혼에 영감을 주는 느낌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1983년 이후 6번째 열리는 서울 예화랑 개인전 '인 더 가든(In the Garden)'은 10월 30일까지 열린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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