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가 부른 불법시장..싱가포르 "온라인 경마 합법화"

강석봉 기자 2021. 9. 30. 12:2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포츠경향]

싱가포르 경마.


ARF(아시아 경마연맹)는 지난해 전세계 불법도박 규모를 전체 규모의 80%로 추정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봉쇄와 격리, 스마트폰, 블록체인, 암호화폐 등 IT기술 발달로 시장확대가 급속히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에 전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규제 중심의 사행산업 정책이 한계에 봉착함에 따라 도박산업을 인정하고 합법화하는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도덕국가’로 유명한 싱가포르 역시 예외는 아니다. 싱가포르는 2016년 경마, 스포츠토토 등 3개 사행업종에 대해 예외적으로 온라인 베팅을 허가했다. 당시 싱가포르 내무부는 “예외 없는 전면적인 온라인베팅 규제는 오히려 그 수요가 불법시장으로 유입되어 색출이 어렵고, 관련법의 무력화를 초래한다”며 “예외적인 허용 정책이 베팅시장의 규모를 관리하고 중독을 완화하는 방법” 이라고 설명했다.

■“도박의 양지화가 오히려 중독자를 줄여”

싱가포르를 필두로 한 경마 선진국들은 합법경마 시장 규제를 철폐해 불법도박 이용자들을 양지로 유인한다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온라인 경마를 도입할 당시 싱가포르 공식 스포츠베팅 및 복권사업자인 싱가포르 풀스는 “온라인으로 전환된 불법 도박활동의 법질서 문제와 사회적 결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가 생태계의 필수적인 부분으로서 온라인 경마가 필요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싱가포르 경마장.


선진국들이 온라인 경마를 비롯해 도박의 양지화를 앞다퉈 시행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합법도박은 중독치료 및 경로추적 등 이용자 보호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행산업감독위원회에서 발표한 제3차 불법도박 실태조사에 따르면 합법사행산업 대비 불법도박의 중독 유병률은 8.1%에서 25.1%로 3배 이상 크게 늘었다. 정부로서는 도박 이용자들을 통제 가능한 영역으로 유인해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또 불법시장으로 누수되는 세수를 합법시장으로 가져올 수도 있다. 동시에 자국 경마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한다는 이점도 있다.

실제로 2000년대에 온라인 스포츠베팅을 합법화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는 합법 온라인 베팅 시장이 열린 후 불법도박시장 규모가 축소됐다. 2008년 온라인 스포츠베팅이 합법화된 이탈리아와 2010년 허용된 프랑스는 해당 연도를 기준으로 합법과 불법 도박시장규모가 역전됐다. 특히 프랑스는 불법도박 시장이 합법 시장의 3배 이상이었으나, 온라인 베팅 합법화 2년 만에 불법도박시장 규모는 2009년 대비 절반 이하로 줄었다. 불법 도박시장이 증가 일변도이던 독일 역시 2011년 온라인 스포츠베팅 합법 통로를 열자 불법 시장 규모가 4억5000만 달러에서 2억1000만 달러로 급감했다.

■이용자 보호 안전망 구축해 건강한 레저로

싱가포르 풀스는 불법 도박에 대응하기 위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합법 사행산업을 서비스하는 것을 존재 의의로 삼고 있다. 이에 문제성 도박의 위험으로부터 고객을 보호하기 위해 안전망을 마련하고 있다. 온라인 베팅을 위한 계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직접 매장에 방문하거나 영상통화 등을 통해 본인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당연히 성인만 가입할 수 있으며, 지속적인 신분 확인을 위해 환급 전에 본인 증명을 추가로 요청하기도 한다.

싱가포르풀즈 홈페이지 캡쳐.


싱가포르 풀스 이용자들은 자발적으로 월 입금·베팅 한도를 조정할 수 있다. 자발적으로 베팅 참여를 조절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자기·가족 배제(Self·Family-Exclusion)’ 제도도 있다. 싱가포르 풀스는 문제성 도박이 이용자 본인 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해로운 것임을 강조하며, 이용자 혹은 그 가족이 원할 시 최소 1년의 기간으로 베팅 배제를 신청할 수 있게 했다. 동시에 2000달러 이상 마권 미적중금에 대해 10%의 리베이트를 주는 제도도 있다.

경마 관계자는 “규제라도 시대가 새로워진 만큼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 기술이 발달한 ‘새 시대’에서 ‘과거’의 규제에 메여있다면, 오히려 그 괴리로 인한 피해가 더 큰 것은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