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없는 가을 몽상, 단번에 날리는 더없는 여행지 '강화도' [투어테인먼트]

강석봉 기자 2021. 9. 30.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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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보문사에서 바라본 강화 앞바다.


가을 우울함을 달랠 백신과 같은 여행지로 강화만큼 효과 만점의 선택지는 없다. 여행 가방은 챙기지 않아도 된다. 가다 쉬면 그곳이 뷰 포인트요, 주린 배를 채우려 들면 널린 곳이 맛집이다. 전등사·보문사·마니산 등 그 속살을 살피다보면 어느새 속 뜻을 만나게 돼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드라이브의 피곤함에 빠질라치면 어깨를 나란히 한 갯벌의 무량함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강화의 부속섬 석모도와 교동도 다리로 이어졌으니, 여행 부심도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덧없는 마음 더없이 달래 줄 곳이 강화 말고 또 있을랴.

보문사 대웅전.


■절경의 환상보다 진경에 환장할 석모도

강화 석모도를 달리다보면 순간순간 운전대를 놓고, 차창 넘어 안구정화의 풍광을 만날 수 있다. 그 작은 섬에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도 있고, 역사 품은 기도도량도 있으며, 이곳 만의 미각은 군침마저 무색케 한다.

예전 강화 외포리와 석모도 석포리는 도선으로 두 섬을 연결했다. 해가 지면 그 배마저 끊기니, 그 상황에 애석한 그녀와 그 현실을 설계한 그‘놈’의 에피소드는 낭만과 낙망 사이에서 롤러코스터를 타야 했다.

보문사에서 바라본 강화 앞 바다.


이제 두 섬은 다리로 이어졌다. 이후 이 곳은 흑심보다 환심의 여행지로 환골탈태했다. 2017년에 놓인 1.54㎞의 2차선 석모대교를 건너 오른쪽으로 돌면 소담한 풍광이 가슴을 치는 드라이브 코스를 만날 수 있다. 고개 하나를 넘으면 너른 갯벌이 눈에 가득하다. 이렇게 순환도로를 돌다보면 보문사와 온천, 민머루 해수욕장, 장구머리 등을 만날 수 있다. 장구머리에선 이곳 명물인 밴댕이 회가 입맛을 다시게 하고, 민머리해수욕장에선 갯벌 속 모래 해변을 걷는 호사를 누린다.

■기 차오른 보문사, 기 막힌 환상 낙조

보문사 종각.


보문사는 요즘 증축 불사로 조금은 혼란스런 모습이다. 그렇다고 남해 보리암, 낙산사 홍련암과 더불어 3대 해수관음도량이란 명성이 퇴색될 리 만무하다. 이곳은 635년(선덕여왕 4년)에 창건됐으니 역사를 헤아리기도 버겁다. 그렇게 쌓인 기도문 역시 어마무시할 터. 보문사에는 국내 유일의 자연석실불당도 있다. 이곳에 모셔진 부처는 옛날 어느날 한 어부가 바다에서 건져 올렸다고 전해진다.

보문사 석조 와불상.


낙가산(해발 316m) 중턱에는 눈썹바위와 바위벽에 10m 높이로 부조된 마애불상이 있다. 그 앞에 간절한 기원을 담은 기도가 차고 넘친다. 특히 대입 자녀를 둔 학부모의 정성은 보는 이의 마음마저 숙연케 한다. 굳이 기도할 여유가 없더라도, 이 곳에 서면 한눈에 들어오는 서해바다와 석양의 황홀은 기가 막힌 모습을 하고 있어 마음에 평안함을 선사한다. 한가지 알아둬야 할 것은 이런 호사는 400여개의 계단을 올라야 하는 수고로움 끝에 맛볼 수 있다.

보문사 석불전.


낙가산을 오르지 못하더라도, 보문사의 이곳 저곳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석모도 여행의 핵심 포인트는 마음에 담아올 수 있다.

보문사 일주문.


■십자가를 품은 한옥, 역사 품은 성공회 강화성당

강화성당 입구.


강화읍에 있는 성공회 강화성당은 십자가를 품은 한옥의 기품이 눈길을 사로 잡는다. 이 성당은 1900년 이 곳에 세워졌고, ‘성베드로와 바울로성당’으로도 불린다.

국가지정 문화재(사적 242호)인 이 성당은 한옥의 외관과 달리 성당 내부는 서양의 교회 건축 양식인 ‘바실리카 양식’에 따라 지어졌다. 1890년 성공회를 전파한 찰스 존 코프(1843~1921) 주교에 의해서다. 이 성당은 이곳에 자리한 것은 1900년 11월15일이다.

강화성당.


배모양을 하고 있는 이 성당은, 촉 빠른 이는 아다시피 성서에 나오는 구원의 방주를 상징한다. 40간 규모로 250명의 신자를 품을 수 있다.

성당 중앙문 정문에는 태극무늬가 있고, 그 무늬 안에 십자가 모양을 새겨 넣었다. ‘종각’의 기능을 하는 내삼문에 있는 종은 사찰의 범종을 닮았다. 지붕의 서까래에도 연꽃문양이 있다.

서양과 동양의 건축 양식, 서양 종교와 우리 전통 가옥이 한 몸이 됐지만 서로 부딪히기보다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듯 해, 방문객의 얼굴에 미소가 절로 번진다.

■단군 경배한 마니산과 그 아들이 품은 전등사

마니산.


강화도 남쪽에 자리한 마니산(해발 468m)은 단군 유적지. 백두산 천지와 한라산 백록담의 중심에 위치해 민족의 정기가 집결한다고 여겨진다. 마니산의 정상에는 단군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참성단이 남아 있다. 해마다 개천절이면 이 곳에서 성화를 채화한다. 하지만 그 산의 상위 포식자로 고양이가 위치한 듯, 이곳저곳에 ‘냥이’들이 출몰하니, 세월 역시 무상함을 역으로 느낄 수도 있겠다.

마니산에서 바라본 전경.


단군을 우러른 마니산은 천년고찰 전등사을 품었고, 전등사 역시 단군의 세아들이 쌓았다는 삼랑성 안에 자리해 있다. 대회전을 멈추지 않는 이 메비우스의 띠는 마니산과 전등사에 신비로움을 더한다.

전등사는 372년 소수림왕 때 세워졌다. 사찰 뒤쪽에 있는 장사각(藏史閣)은 ‘정족산 사고’로도 불린다.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전국 4곳 중 한 곳이다.

500년 수령의 은행나무가 이곳의 역사를 웅변하고 있다. 몽골의 침략에 맞서 강화를 지키던 병사들이 전등사 대웅전 안 낡은 기둥에 남긴 기도문과 이름이, 역사서에서 튀어나온 이들의 궐기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차고넘치는 강화, 그외의 볼거리

옥토끼우주센터는 아이를 동반한 가족여행객에게 인기가 높다. 우주에 관한 과학체험공간으로 달에서 사용되는 월면차와 인공위성, 우주선 모형 등 우주시설장비 500여점을 실물과 모형으로 전시해놨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인 이소연이 탔던 소유즈 우주선의 모형을 볼 수 있다.

천연기념물 중 숟가락처럼 생긴 부리를 좌우로 휘두르며 먹이를 찾는 저어새(천연기념물 419호)를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지구상에 1500마리 정도만 남아 있는 멸종위기종으로 300마리 정도가 강화도에 있다.

강화도는 뭐니뭐니해도 갯벌이 장관이다. 동막해변을 비롯해 여차리, 동검리로 이어지는 남단 갯벌은 ‘세계 4대 갯벌’ 중 하나다. 천연기념물 제419호로 지정된 갯벌은 여의도의 52.7배에 달한다.

강화군 양사면 철산리에 있는 평화전망대에서는 1.8㎞ 떨어진 북한 농촌마을을 망원경을 통해 볼 수 있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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