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다음은 저축은행'..당국발 대출 조이기, 제2금융권으로 확대

유진우 기자 2021. 9. 3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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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카드사에 이어 가계대출이 급증한 주요 저축은행과 카드사를 잇달아 소환해 가계대출 속도 관리를 주문하고 나섰다. 은행 대출을 막을 경우 제2금융권 대출로 몰려갈 ‘풍선 효과’를 의식한 조치다. 사실상 카드사, 저축은행 등도 대출 규제의 사정권에 든 셈이다. 금융당국을 의식해 대출을 선제적으로 줄이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SBI저축은행과 애큐온저축은행, 한국투자저축은행 등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율이 높았던 저축은행 3곳과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를 불러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가졌다. 앞서 지난 24일 KB저축은행 관계자를 불러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요구한 데 이어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다시 저축은행 관계자를 소환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회의에 참석한 저축은행들에 가계부채 연간목표 초과 사유를 묻고, 앞으로 어떻게 관리할 계획인지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 업계 가계대출 증가율은 금융당국이 지정한 기준치를 빠르게 넘어서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을 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저축은행 79곳의 가계대출 총 잔액은 약 36조87억원이다. 작년 말 잔액인 31조5948억원보다 14.0% 늘어났다.

특히 이날 회의에 소환된 애큐온저축은행은 올해 상반기 내내 중금리 대출 상품을 빠르게 늘리면서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전년대비 40%를 넘겼다. 당국이 제시한 연간 증가율 목표치 21.1%에 비하면 2배 가까이 높은 증가율이다. 한국투자저축은행 역시 집단대출이 몰리면서 목표치를 넘겼다.

SBI저축은행은 아직 목표치를 초과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저축은행 가운데 자산이 유일하게 10조원을 넘는 1위 회사라는 상징적인 이유로 SBI저축은행이 회의에 불려간 것이라고 추측했다. 결국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빠른 ‘요주의’ 저축은행 뿐 아니라 해당 업권 전체에 대출을 줄이라는 경고를 한 셈이다.

금융위가 제2금융권에 대출 취급 속도 자제를 요청한 가운데 서울 한 시중은행 앞에 대출 광고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금융당국은 보름 전인 15일에는 현대카드와 롯데카드, 여신금융협회를 불러 가계부채 관리 점검회의를 진행했다. 회의에 참석한 현대카드와 롯데카드는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연간 총량 목표치를 2배 이상 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드사들은 이날 회의에서 카드론 한도 축소를 비롯해 자체적인 ‘대출 조이기’ 방안을 내놨다.

일부 카드사들은 이날 회의를 기점으로 고신용자 위주 카드론 한도를 수천만원에서 수백만원 수준으로 줄이는 등 적극적인 총량 조절에 나섰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대출 심사를 강화하거나, 한도를 줄이는 식으로 총량을 조절할 예정으로, 시중은행처럼 카드론을 전면 중단하는 방안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카드론 상품은 중도상환수수료도 따로 없고 잔고도 바로 확인할 수 있어 관리가 어렵지 않은 편”고 말했다.

카드업계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치는 5~6% 수준이다. 금융당국이 전체 카드사에게 카드론 등 가계대출 속도 조절을 당부한 적은 있지만, 각 카드사를 불러 경고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감독원이 이달 발표한 ‘2021년 상반기 신용카드사 영업실적(잠정)’ 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카드대출 이용액은 작년 상반기보다 5.8% 늘었다. 특히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이용액은 13.8% 늘어나 28조9000억원에 달했다. 2019년 상반기 대비 2020년 상반기 카드론 증가율이 8.6%였던 것과 비교하면 현저하게 빠른 속도다.

제 2금융권에서는 카드사에 이어 저축은행까지 금융당국이 직접 불러 회의라는 명목의 구두 경고를 내린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연말부터 은행권 대출을 옥죄면서 대출 수요자들이 제 2 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 효과가 그만큼 거세졌다는 반증이다.

현재 카드사와 저축은행 등 비(非)은행권에는 60%의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한다. 시중은행에 적용하는 DSR 40%보다 20%P 가 더 높다. 특히 카드사가 운영하는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는 DSR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대출이 어려운 사람이 대거 몰리는 추세다.

여느때보다 대출 수요는 많지만, 금융사 입장에서는 금융당국이 직접 내린 대출 총량 관리 권고를 무시하기 어렵다. 특히 전국 79곳 저축은행 가운데 상반기 가계 대출 증가율이 금융당국이 제시한 연간 증가율 목표치를 아득히 넘어선 대신저축은행(78.9%), DB저축은행(23.7%), BNK저축은행(36.3%) 등은 강도 높은 대출 조이기에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필요하다면 DSR을 은행권과 동일한 40%로 제한해서라도 대출을 줄일만큼 총량 규제에 대한 의지가 뚜렷한 것으로 보인다”며 “시중은행 대출 상품을 이용하기 어려운 중·저신용자용 상품을 제외한 나머지 대출은 취급 규모가 적잖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 중인 가운데, 기준을 어기는 회사는 반사이익을 누리게 된다”며 “이를 용납하면 통제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선에서 관리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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