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 "국방부, 故홍정기 일병 순직변경 심사 10분만에 기각"

이윤식 2021. 9. 3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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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심사위원 "사회 있었더도 안 좋았을 것"
軍, 사망과 국가수호 등 활동 직접 관련성 인정 않아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지난 6월 17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홍정기 일병 사망사건 순직 유형 변경 신청'을 기각한 국방부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방부가 군 복무 중 백혈병 관련 뇌출혈으로 2016년 사망한 홍정기 일병에 대해 올해 순직유형 변경 심사를 진행하면서 10분도 걸리지 않고 변경 진정 기각 결정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 위원은 심사 과정에서 "(홍 일병이)사회에 있었어도 병의 진행을 보왔을 때 예후가 좋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30일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보도자료를 내고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가 홍정기 일병 순직 유형 재심의 요청에 대해 '어차피 죽었을 것'이라며 10분만에 기각했다"고 주장했다. 홍 일병의 유가족들은 국방부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지난 3월 개최된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 회의록 일부를 확보해 군인권센터를 통해 공개했다.

홍정기 일병은 2016년 군 복무 중 급성 골수성 백혈병 발병에 따른 합병증(뇌출혈)으로 사망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홍 일병은 군 복무 중 몸에 이유를 알 수 없는 멍이 들고, 구토하는 등 급성 백혈병 증상을 호소하며 2주간 6차례 군의관을 찾았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 당시 군의관이 피부병을 거론하며 혈액검사를 하지 않았고 상급병원에도 보내지 않았다는 게 센터 측 설명이다. 그가 백혈병에 걸렸다는 사실은 홍 일병이 의식을 잃은 뒤에야 확인됐고 그는 병명도 모른 채 뇌출혈 합병증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2016년 육군 보통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순직2형이 아닌 순직3형으로 결정했다. 군인사법에 따르면 순직2형은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한 사람(질병 포함)'이 대상이다. 반면 순직3형은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등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직무수행 등 중 사망한 경우가 대상이다.

유가족은 2019년 2월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고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에 순직유형 변경을 신청했으나 국방부는 2021년 3월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번에 유가족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해 공개한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홍 일병에 대한 기각 결정은 신속히 이뤄졌다.

회의 과정에서 한 위원은 "망인의 질병은 복무 7개월 여만에 발병했고 질명의 악화와는 관련이 없어 보인다. 질병의 진행속도가 빠른 것으로 보여지며 빨리 알았더라도 예후가 좋지 않았을 것 같다"며 "해당 질명으로 사망하신 분들도 모두 순진3형으로 결정됐고 예외를 둘 수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위원은 "사회에 있었어도 병의 진행을 보왔을 때 예후가 좋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군인권센터 측은 "급성 백혈병은 간단한 혈액검사로도 충분히 진단할 수 있다. 홍 일병과 같은 20대는 적절한 항암제 치료와 골수이식을 받을 경우 5년 이상 생존할 확률이 60%를 넘는다"며 "적시에 진단과 치료만 받을 수 있었다면 홍 일병이 한달만에 사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졸속 처리 된 재심의 결과를 철회하고 홍정기 일병의 순직 유형을 3형에서 2형으로 변경해야 한다"며 "위원회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위원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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