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화 내비치며 이면엔 '덫'..文정부 수용땐 한미동맹 흔들

정철순 기자 2021. 9. 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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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9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남북 통신선 복원'을 내세우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에 조건을 내거는 등 대화 재개와 관련해 많은 사전 조건을 제시했다.

특히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에는 △종전선언 출구론 △한·미 동맹 탈피 △북한 신무기 개발 용인 △미국의 '조건 없는 대화' 거부 등 향후 남북 대화를 언제든 좌초시킬 수 있는 암초들이 내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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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속 김정은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에서 참석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박수를 치는 모습을 30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 김정은 “내달초 통신선 복원”

종전선언 선제조건 내세우며

文 ‘종전선언 입구론’거부 뜻

한미훈련 언급하며 갈라치기

정작 北은 무기 개발에 박차

美 대화 제의에는 “허울” 비난

양보 얻어내기까지 對美 압박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9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남북 통신선 복원’을 내세우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에 조건을 내거는 등 대화 재개와 관련해 많은 사전 조건을 제시했다. 특히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에는 △종전선언 출구론 △한·미 동맹 탈피 △북한 신무기 개발 용인 △미국의 ‘조건 없는 대화’ 거부 등 향후 남북 대화를 언제든 좌초시킬 수 있는 암초들이 내포돼 있다. 김 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모두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하면서도 이면에는 ‘덫’을 설치한 것으로, 정부가 수용할 경우 한·미 간 불협화음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미사일과 핵 등 군사 도발을 정당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30일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시정연설에서 “종전을 선언하기에 앞서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상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 관점과 정책들부터 먼저 철회돼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앞서 리태성 북한 외무성 부상과 김 부부장의 담화부터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입구론’을 적대시 정책 철회와 이중잣대 해소가 먼저라는 ‘종전선언 출구론’으로 맞받아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또 시정연설에서 한·미의 무력증강과 동맹군사활동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핵·미사일 방어를 위한 한·미 연합훈련과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등 한·미 동맹 자체를 흔들려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 정부 모두 들어주기 어려운 조건을 내세워 문재인 정부를 압박하는 동시에 향후 대화 단절의 정당성을 얻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적대시 정책 철폐를 빌미로 언제든 대화 단절 카드를 내밀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중 기준 비난카드도 북한의 신형 미사일 발사 등을 정당화하고 남측 미사일 발사 등을 핑계로 도발에 나설 요인이 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남측의 대북 억제력 확보는 ‘피해의식’이라면서 “적대 세력을 억제할 수 있는 새 무기체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자신들의 무기 개발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 △핵무기 소형화와 전술무기화 촉진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 개발 도입 △철도기동미사일연대 출범 △핵잠수함·수중발사핵전략무기 보유 등을 제시했는데 9월 철도기동미사일연대 탄도미사일 첫 발사와 극초음속 미사일 첫 시험 발사 등을 진행했다. 향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도발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10월 21일로 예정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를 빌미로 강대강 국면을 연출할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조건 없는 대화’ 정책을 ‘적대행위를 가리기 위한 허울’로 비난하고 대미전략적 구상 집행을 위한 전술적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제재 완화 등 양보를 얻어내기 전까지 대화를 거부하고 대미 압박을 높이려는 전략이어서 문 정부의 ‘중재자론’은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은 한국이 북한 쪽으로 기우는 것을 보면서 상황을 관리하며 2021년 정권 교체 후에 본격적인 대북정책을 짤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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