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봄' 튀니지, 아랍권 첫 여성총리 임명..대통령 독재 비판 회피 카드 비판도

이윤정 기자 입력 2021. 9. 30. 11:21 수정 2021. 9. 3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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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아랍의 봄’ 발원지 튀니지에서 아랍권 첫 여성총리가 탄생했다. 하지만 튀니지 역사상 첫 여성총리를 임명한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은 지난 7월 국회 활동을 정지시키고 ‘쿠데타성’ 긴급조치를 취한 터라 독재행보 비판을 받고 있다.

사이에드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나쥴라 부든 롬단 튀니지 국립엔지니어링학교 교수(63·사진)를 총리로 임명했다고 알자지라 등 현지 매체가 전했다. 아랍권에도 여성 장관들이 있지만 여성 총리는 처음이다. 의회를 정지시키며 권력을 장악한 대통령이 ‘여성 총리’를 반전 카드로 사용한 것이다. 사이에드 대통령은 이날 롬단 총리를 만나 “우리는 국가 기관에 만연한 부패와 혼란을 끝장내기 위해 일할 것이다. 더 낭비할 시간이 없다”며 새 정부를 구성해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튀니지는 2011년 북아프리카와 중동을 휩쓴 ‘아랍의 봄’의 발원지이자 아랍의 봄 운동이 일어난 지역 중 드물게 민주화에 성공한 국가로 꼽혀왔다. 하지만 지난 7월 경제난과 코로나19 부실 대응 등으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고 사이에드 대통령은 총리를 해임하고 의회의 기능을 30일 동안 정지시켜 독재행보를 걷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롬단 신임 총리는 한때 고등교육부에서 근무하며 교육개혁 프로그램 추진한 경력이 있지만 정치 경력은 전무하다. 여성의 지위가 열악한 아랍권에서 첫 여성 총리라는 기록을 세웠지만, 민주주의 원칙조차 흔들리고 있는 튀니지에서 롬단 총리가 얼마나 정치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뉴욕타임스는 “첫 여성 총리 타이틀은 얻었지만 정치 경험이 전무해 튀니지 대통령이 독재국가를 꿈꾸고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인들과 전문가들은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전직 장관 사미르 딜루는 “쿠데타성 긴급조치를 한 대통령이 총리를 임명한 것 자체가 불법”이라면서 “현재 국가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상황 또한 심각해 새 내각은 큰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밝혔다. 튀니지 정치 분석가인 타렉 칼라우이는 “여성 총리 기용을 통해 자신의 독재 행보를 숨기려 한다”면서 “유화정책을 쓰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신임 총리가 더 나은 튀니지를 만들기를 기대하고 있다. 알자지라는 튀니지 국민들이 신임 총리가 아랍의 봄을 성공시킨 유일한 국가 튀니지의 이미지를 되살리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튀니지 은행 직원 아민 벤 살렘은 알자지라에 “여성이 정부를 이끈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면서 “신임 총리가 파산의 망령으로부터 나라를 구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최근 일자리를 잃은 20대 알라 브리키는 “첫 여성 총리가 경제 상황을 개선하길 바란다”면서 “우리는 책임자들이 이제 뭔가를 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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