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야!" 34억 조회수 기록한 세포들 이야기 [왓칭]

손호영 기자 2021. 9. 3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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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ING 오리지널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
누적 댓글 수 500만개 인기 웹툰 원작
유미를 사랑하는 세포들의 이야기
유미의 손끝이 짝사랑하는 남자와 닿자, 유미나라에 꽃비가 내렸다. 3년 전 실연 후 내내 혼수상태에 빠졌던 사랑세포가 곧 깨어난다./TVING

네이버 웹툰 ‘유미의 세포들’의 실사화(實寫化)가 결정됐을 때 팬들은 반신반의했다. ‘유미의 세포들’은 2015년 4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5년간 연재되며 누적 조회수 34억뷰, 누적 댓글수 500만 개를 기록한 초 히트작. 5년간 수요 웹툰 1위의 자리를 지킨 명작 웹툰으로 꼽힌다.

원작 팬들을 만족시키는 실사화는 쉽지 않을 터였다. ‘30대 직장인 김유미의 일상과 연애 이야기’란 평범한 주제. 이 웹툰을 특별하게 하는 건 오로지 유미의 머릿속에 사는 의인화된 세포들이라, 파란색 쫄쫄이를 입은 세포들을 어떻게 구현할지에 관심이 모였다. ‘파란 쫄쫄이를 입은 인간이 연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제작진은 인간에게 파란 쫄쫄이를 입히는 대신 3D 애니메이션과 실사 드라마를 결합했고, 결과는 대성공이다. TVING 오리지널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은 유미 머릿속 ‘유미나라’를 애니메이션 화면으로, 현실 이야기는 실사 화면으로 찍어 교차 진행하며 위화감을 없애는 데 성공했다. 배우 김고은이 주인공 유미를, 안보현이 유미에게 첫눈에 반한 구웅을 연기한다.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의 주인공 유미(김고은·왼쪽)와 구웅(안보현)./TVING

주인공 유미의 모든 생각·말·행동은 왕성한 세포 활동의 결과물이다. ‘유미 마을’엔 최소 38만 9211개의 세포들이 산다. 웹툰엔 그 중 약 80여 종이 등장한다. ‘이성이’ ‘감성이’ ‘불안이’ ‘사랑이’ 등 각각의 특성을 가진 세포들이 유미의 모든 감정과 충동을 제어하고 실행한다. 배고픔을 담당하는 ‘출출이’, “무조건 유미 편!”을 외치는 자존감 담당 ‘판사세포’, 성욕을 관장하는 ‘응큼이’도 있다.

이들 세포는 무조건적으로 유미를 사랑하며 유미를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존재들이다.

유미가 짝사랑 남에게 직진할 땐 사랑이가 나서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있던 ‘본심이’를 탈출시키고, 슬픈 유미의 표정 관리가 필요할 땐 이성이가 죽을 힘을 다해 ‘표정 레버’를 돌린다. 유미가 야근할 땐 모든 세포가 총동원돼 거대한 맷돌을 돌린다. 원작 웹툰 작가 이동건은 “안 돌아가는 맷돌 그만 굴려”란 아내의 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했다.

야근중인 유미를 위해 열심히 맷돌을 굴리는 이성이와 세포들./TVING

웹툰의 폭발적 인기 요인은 뭐니뭐니해도 탁월한 심리 묘사다. 작가는 남성이지만 여성의 섬세한 심리를 특히 예리하게 포착해 2030 여성들을 열광케 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애매한 마음, 일상에서 쉽게 지나치던 감정을 세포들은 명확히 짚어낸다.

드라마는 웹툰의 참신하고 기발한 설정을 그대로 옮겨왔다. 예컨대 유미가 밤마다 청승을 떨며 잠 못 이루는 건 새벽 1시부터 3시까지 달을 바라보며 시를 쓰는 감성이의 ‘감성폭발타임’이어서다. 유미의 패션세포는 옷에 과도한 지출을 한 죄로 경제 사범이 되어 감옥에 갇혔다가 데이트가 시작되면서 사면됐다.

식욕 담당 ‘출출이’의 한 마디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야식 만두를 굽는 유미, 도저히 웃을 기분이 아니지만 사회생활을 위한 ‘리액션 로봇’을 켜는 유미를 보며 모두가 한 번쯤 겪었던 일상을 떠올린다.

유미의 성욕 세포 '응큼이'. 개그우먼 안영미가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TVING

유미의 모든 세포들이 각각 매력 있지만 그 중 가장 사랑 받는 세포는 ‘응큼이’다.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와 다른 세포들을 경악케 하는 응큼이는 극 중에서 유일하게 바지를 입지 않는 세포다. 남자주인공 구웅에게도 응큼세포가 있다. 공룡의 모양과 크기를 한 응큼사우르스다.

팬들은 세포의 목소리 연기에도 주목한다. 극 중 응큼이의 목소리 연기는 코미디언 안영미가 맡았다. ‘유미의 세포들’은 국내 최고 성우 라인업으로도 유명한데, 심규혁, 박지윤, 안소이, 엄상현, 이장원, 정재헌, 사문영, 김연우, 이슬 등이 목소리 연기를 맡아 마니아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웹툰 속 구웅(왼쪽)과 드라마의 구웅. 의상과 헤어스타일, 수염까지 원작을 그대로 살렸다./TVING

웹툰 실사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캐스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작엔 ‘구웅’ ‘유바비’ ‘순록이’ 총 3명의 남자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드라마에선 아직 첫번째 남친인 구웅 차례다.

베우 안보현이 머리스타일과 옷차림까지 웹툰 속 구웅을 완벽하게 구현했다. 장발 가발을 쓰고 턱수염까지 실제로 길렀다. 뼛속까지 공대생인 그는 유머세포의 과한 활약으로 소개팅에 어려움을 겪지만, 특유의 단순 솔직함을 무기로 혼수상태던 유미의 사랑 세포를 깨웠다.

‘여자 사람 친구’와 ‘여자 친구’의 경계를 아슬아슬 줄타기하며 남자 주인공 마음을 흔들어 놓는 구웅 친구 ‘서새이’는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다. 드라마 인물 중 한 명의 말을 빌리자면 “나 갖긴 싫은데 남 주긴 아까워서 사람 마음 갖고 노는 스타일”. 그를 바라보는 복잡 미묘한 심리도 세포를 통해 명쾌하게 해설된다. 얄미운 회사 동료 ‘루비’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웹툰 '유미의 세포들'의 한 장면. 원작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장면 중 하나다./네이버웹툰

사실 웹툰이 이미 완결돼 결론이 알려진 점이 드라마 흥행엔 불리할 수 있다. 웹툰 팬들은 소심하던 유미가 감정에 솔직한 진짜 어른으로 성장하고 꿈을 이루는 과정까지 함께 지켜봤다.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고, 남자친구를 자기 인생의 1순위로 여기던 유미는 어느 순간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운명은 없어. 선택만 있을 뿐이야” 유미는 5년 간 사랑과 꿈 사이를 오가며 성장했고, 독자들은 유미를 응원하며 동시에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됐다.

4화까지 공개된 드라마를 보면 팬들의 찬사를 받은 웹툰의 섬세한 감정선을 충분히 이어가는 듯하다. 특히 애니메이션 부분이 웬만한 극장용 작품 못지 않은 완성도로 제작돼 몰입도를 높인다. 세포들의 다채로운 색과 움직임, 표정들은 오히려 원작보다 더 발랄하다.

유미의 세포들 중 가장 힘이 센 건 ‘사랑세포’지만, 그만큼이나 강력한 세포가 식욕 담당 ‘출출이’다. 출출이’의 머리 위엔 유미의 소울푸드인 떡꼬치가 꽂혀 있는데, 이는 유미의 ‘입맛’이다./TVING

웹툰과 비교하면 드라마의 전개가 빠른 편. 드라마 4화까지 웹툰 내용 60회를 담았다. 원작 팬들이 사랑하는 장면들을 놓치지 않고 반영한 것도 인기 포인트. 최근 방송된 회차에서 남자 주인공 웅이의 사랑세포가 귀여운 개구리를 가장해 유미마을에 침투한 에피소드가 대표적이다.

웅이 마음의 문 비밀번호는 네 자리로 단순하지만 유미 마음의 문 비밀번호는 스물아홉자리로 복잡하다. 이를 알아내지 못한 웅이의 사랑세포는 ‘귀여우면 비밀번호 없어도 다 통과’란 규칙을 이용한다. 귀여운 개구리로 분장해 마을에 숨어든다.

개구리로 변장해 유미 마을에 잠입한 구웅의 사랑세포. 귀여워서 비밀번호 없이도 마음의 문을 통과했다./TVING

주인공 유미는 한동안 닫아두었던 인스타그램 계정(@yumiiii_0109)을 최근 다시 열기도 했다. 웹툰의 흐름을 따라가던 이 계정은 드라마 스토리에 따라 다시 업데이트되고 있다.

애니메이션과 실사 화면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시도가 기존 웹툰 팬이 아닌 이들에겐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때문인지 TV 시청률은 2%대로 낮은 편이다. 작품 완성도에 비해 아쉬운 숫자지만, 역주행까지 기대되는 콘텐츠이기도 하다. 최근 티빙 플랫폼에선 인기 프로그램 1위에 올랐다. TV에선 금·토요일 오후 10시 50분부터 방송되고, 티빙에도 같은 시간 공개된다.

개구리축제에서 데이트하는 유미와 구웅./TVING

개요 한국 l 드라마 l 2021 l 시즌 1 l 회당 1시간 내외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특징 원작 팬들까지 만족시키는 실사화.

평점 IMDb⭐9.2/10, 왓챠피디아 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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