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 3세 서민정, '1조 매출' 그녀의 이니스프리에 무슨 일..
[편집자주] 세계 최대의 화장품 격전지 중국에서 중국산 화장품 브랜드 C-뷰티의 성장세가 무섭다. C-뷰티는 애국 마케팅과 K-뷰티의 기술력을 등에 업고 시장을 장악했다. 중저가에선 C-뷰티에 밀리고 고가에선 로레알, 에스티로더에 밀리며 K-뷰티는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한한령과 코로나19, 공동부유까지 격변하는 중국 시장에서 K-뷰티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생존전략을 모색해본다.
"이니스프리 가족 여러분. 1조원 매출 달성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시안 뷰티로 전 세계를 아름답게 변화시키고 있는 여러분의 원대한 도전을 응원하며 함께 하겠습니다."
2016년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이니스프리의 총 매출 1조원 돌파를 기념해 임직원들에게 서한을 전했다. 그러나 1조원 매출의 기쁨도 잠시, 한한령(중국 내 한류 금지령)을 겪으며 이니스프리는 중국 시장에서 급격한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이니스프리는 서민정 아모레G 과장이 지분 18.18%(4만4450주)를 보유해 2대 주주에 올라있는 회사다. 중국인들이 사랑하는 관광지, '제주도'의 자연주의를 내세운 이니스프리는 중국 시장에서 2016년까지 순풍에 돛 단듯 고성장했다.
하지만 2017년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한한령으로 K-뷰티 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중국 로컬브랜드와 프랑스, 미국, 일본의 명품화장품이 파죽지세였다. 특히 이니스프리가 점유하고 있던 중저가 화장품 시장에서 바이췌링, 카슬란, 퍼펙트다이어리 등 애국심으로 부장한 중국 현지 C-뷰티 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중국의 유통채널이 온라인으로 급격하게 전환되자 뷰티업계에선 디엔샹(디지털마케팅)이 중요해졌고 타오바오, 사오홍슈 등 온라인 쇼핑플랫폼에서 즈보(라이브방송)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퍼펙트다이어리를 비롯한 중국 애국심으로 무장한 C-뷰티 브랜드의 현지밀착형 디지털 마케팅을, 오프라인 중심의 이니스프리는 따라잡지 못했다.
이니스프리는 중국 오프라인 시장에서도 유통의 변화에 적응하는데 실패했다. 정대현 닷츠크리에이티브(DOTS creative) 대표는 "2017년 이후 중국 화장품 유통시장은 Colorist, WOW color 등 뷰티멀티샵 중심으로 재편됐고 이 과정에서 단일 브랜드숍은 매출 부진으로 철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올해 상반기 중국 최대 쇼핑축제인 6.18 행사에서 이니스프리 매출은 전년비 20% 넘게 줄었다.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었지만 C-뷰티 중저가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승리하지 못했던 것이다.
효자에서 천덕꾸러기가 된 이니스프리를 위해 아모레퍼시픽 그룹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올해부터 아모레퍼시픽 그룹의 해외매출 1위 브랜드는 설화수로, 이니스프리의 자리를 대체하게 됐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이니스프리를 포기해야 살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서경배 회장의 후계자이자 그룹을 승계할 서민정 과장이 대주주로 이름을 올린 이니스프리는 그룹에 있어 포기할 수 없는 '아픈 손가락'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아모레 그룹의 중국 전략은 올해부터 전면 수정됐으며 온라인과 럭셔리 브랜드 중심으로 간다는 입장이 명확해졌다"며 "중국 중저가 화장품 시장은 현지 브랜드가 장악했기에 이니스프리같은 단일 브랜드로는 대응이 어렵다고 보고 오프라인 점포 폐점 등을 이어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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