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입 연 '1호'..제안 받고 '관계 개선' 문턱은 높여

10월 남북 통신선 복원 지시, 정부 요청에 '화답'
이중기준·적대정책 철회 재부각.."南 태도에 달려"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남북 관계 개선의 첫 단추로 10월 초 남북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시에 '1호'의 입으로 직접 '이중기준'·'적대정책' 철회를 요구하면서 향후 관계 회복의 문턱은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김 총비서는 전날인 29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 이틀째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30일 보도했다.

앞서 김여정 당 부부장이 24~25일 연이틀 담화에서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관계 개선 의지를 시사한 이후 이번에는 김 총비서가 직접 나서 예정에 없던 시정연설을 통해 대대적인 대외 메시지를 표출했다.

연설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경색된 남북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일단' 오는 10월 초부터 남북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는 점이다.

남북은 정상 간 합의에 따라 지난 7월27일 13개월 만에 통신연락선을 복원했으나 2주 만인 지난달 10일 북측이 한미 연합훈련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은 상태다.

연락선 복원은 김 총비서가 일단 정부의 요청에 화답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김여정 부부장 담화가 나온 이후 원활하고 안정적인 소통을 위해서는 통신연락선을 우선 복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김 총비서는 연락선을 통한 남북 접촉을 지시하면서도 향후 남북관계가 진전될지, 악화할지는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라고 여지를 남겼다.

특히 "편견적인 시각과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 관점과 정책부터 먼저 철회되어야 한다는 것이 불변한 요구"이자 "북남관계를 수습하고 밝은 전도를 열어나가기 위해서 선결되어야 할 중대 과제"라고 관계 개선 조건을 밝혔다.

'이중적 태도', '적대 정책' 철회는 김여정 당부부장이 앞서 내건 대화 선결 조건과 같다. 자신들의 군사력 증강을 자위권 행사가 아닌 '도발'로 규정하는 '이중 기준'과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 대북 적대 정책을 철회하라는 것이다.

김 총비서는 이를 다시 언급하면서 대화 조건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부각한 것으로 보인다.

내용은 그대로지만 대화 문턱은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여정 부부장이 '개인적인 견해'라고 했던 조건이 최종 정책결정자인 김정은 총비서의 입장으로 되풀이되면서 현 시점에서 북한의 '최종안'이 됐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중기준과 적대 정책 철회를 얻어내기 위해 일단 통신선 복원이라는 당근을 남측에 던지면서, 동시에 김 총비서의 입을 통해 '눈에 띄는 실천'을 보이라는 압박 수위를 높인 모습이다.

김 총비서는 "북남관계 악화의 원인들을 알면서도 외면하고 방치했으며 아무러한 변화도 보이지 않는 남조선 당국의 태도"를 지적하며 지금 남북이 "심각한 선택의 갈림길"에 놓여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김여정 부부장이 가능성을 언급했던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이번 연설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김 부부장의 두 번의 담화를 통해 남한에서 필요 이상의 유화적 분위기가 조성된 것을 경계하려는 메시지 관리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yeh25@news1.kr

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