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업체 '케이카' 오늘부터 공모주 청약.. 수요예측 부진 극복할까
국내 중고차업체 최초로 증시에 상장하는 케이카가 오늘부터 내일까지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다. 케이카는 27~28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는 기대보다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으나 중고차 시장이 호황인 점과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수요가 점점 늘어나는 점 등 대외환경이 우호적이라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30일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케이카는 오늘과 내일 공모주 청약을 받는다. 수요예측에서 결정된 최종 공모가는 희망 밴드 최하단 미만인 2만5000원으로 확정됐다. 케이카는 3만4300~4만3200원을 공모 희망 밴드로 제시했으나 최저가보다도 27.11% 낮은 가격이다. 총 371개 국내외 기관이 참여한 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은 40대 1에 그쳤다.
부진한 수요예측에 대해서는 비교집단의 밸류에이션(평가 가치)이 너무 높았다는 평이 나온다. 케이카는 인증중고차 모델에 기반한 중고차 온라인 매매 플랫폼이다. 엔카닷컴, 헤이딜러, KB차차차 등 중고차 딜러와 소비자들을 연결해 수수료를 얻는 대부분의 플랫폼들과 달리 직접 차량을 매입해 상태와 품질 이력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같은 모델은 수입차 브랜드의 인증중고차를 제외하면 국내에서 사실상 유일하다.
케이카는 국내 주식시장에 아직 유사한 중고차 매매 플랫폼이 상장한 사례가 없다는 이유를 들며 비교기업으로 미국 최대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 카바나(CARVANA)를 포함한 해외 중고차업체들을 선정했다. 미국 중고차시장은 국내 시장에 비해 규모와 활성도가 훨씬 큰데다, 카바나의 시가총액은 현재 546억달러(60조원)를 넘는다. 케이카는 카바나가 미국 증시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저평가 경쟁사들도 비교기업에 포함시켰지만 여전히 과도했다는 지적이다.
렌터카업계 1위이자 중고차 매매업을 주요 사업으로 두고 있는 롯데렌탈의 영향도 있다. 지난 8월에 상장한 롯데렌탈은 IPO 흥행에 실패한 후 공모가조차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9일 기준 롯데렌탈의 종가는 3만9400원으로 공모가보다 무려 2만원 가까이 낮다. 롯데렌탈은 최근 3년간 1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했음에도 공모가 산정에서 SK렌터카(068400), AJ네트웍스(095570) 등 같은 산업군의 국내 상장사만 포함해 기업가치를 비교적 보수적으로 책정했다는 평을 받았다.
공모가 산정에 활용한 주가매출비율(PSR)도 이례적이다. PSR은 해당 기업의 기업가치가 매출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회사 전체 비용구조에 대한 고려가 없고 영업이익률이 높은 회사는 그렇지 않은 회사에 비해 평가절하될 수 있다. 통상 국내 상장 예정기업들은 유사한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을 따지는데, 케이카는 해외 중고차 플랫폼들을 따라 매출을 기준으로 삼았다.
유경하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핵심비교기업으로 잡았던 카바나의 밸류에이션이 높게 측정됐었다”며 “또 기관투자자들의 경우 PSR을 쓰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을텐데, 회사 측이 이런 부분을 설명했지만 설득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기존 밴드보다 낮은 수준에서 공모가가 결정된 점과 중고차 시장이 호황이라는 대외환경은 청약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중고차 시장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와 반도체가 품귀현상을 빚으면서 호황을 맞고 있다. 또 한국시장은 신차 대비 중고차 판매대수가 1.4배로, 2.3배인 미국이나 1.9배인 독일 등 선진국 대비 낮은 편이라 성장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글로벌 조사기관 프로스트앤설리번에 따르면 지난해 총 267만대 수준이었던 국내 중고차 시장 거래 규모는 2025년 약 296만대로 10% 가량 성장할 전망이다. 케이카가 주력하고 있는 온라인 시장은 같은 기간 4만대에서 26만6000대로 6배 넘게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공모가 확정에 따라 케이카는 상장을 통해 약 3366억원을 조달하게 된다. 케이카는 공모자금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확장하는데 투자할 계획이다. 현재 케이카는 전국 41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데, 온라인 주문을 소화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확장하고 외부업체가 맡고 있는 차량 탁송 서비스를 내부에서 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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