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마지막 원맨쇼 '007 노 타임 투 다이' 가장 명예로운 퇴장

조연경 기자 2021. 9. 30.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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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오후 5시 전세계 최초 개봉 '007 노 타임 투 다이' 리뷰
| 15년 제임스 본드 활약 다니엘 크레이그 마지막 미션
| 제임스 본드의 과거, 007의 현재, 시리즈의 미래 총망라

출연: 다니엘 크레이그·라미 말렉·라샤나 린치·레아 세이두
감독: 캐리 후쿠나가
장르: 액션
등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63분
한줄평: 캐릭터 헌정은 이렇게
팝콘지수: ●●●○○
개봉: 9월 29일
줄거리: 가장 강력한 운명의 적 등장으로 죽음과 맞닿은 작전을 수행하게 된 제임스 본드의 마지막 미션


다니엘 크레이그표 제임스 본드 시대의 막을 내림과 동시에 새 장을 여는 25번째 '007' 시리즈 '007 노 타임 투 다이(007 No Time To Die)'가 29일 오후 5시 전세계 최초 대한민국 개봉을 앞두고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언론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됐다.

제임스 본드를 연기하는 다니엘 크레이그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이번 시리즈는 다니엘 크레이그의 피날레 외에도 '보헤미안 랩소디'로 국내 관객들에게 친숙한 라미 말렉이 사상 최강의 적으로 합류해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007 노 타임 투 다이'까지 5편의 007 시리즈에 합류하면서 '007 죽느냐 사느냐'(1973)부터 '007 뷰 투 어 킬'(1985)로 12년간 활약한 3대 제임스 본드 로저 무어가 보유했던 최장 기록을 돌파, 007 세계관 안에서는 살아있는 전설이 됐다.

'007 스펙터'를 끝으로 제임스 본드와 작별을 고하려 한 것으로 잘 알려진 다니엘 크레이그는 "'이 정도면 007로서는 할 만큼 다 했다'고 생각했지만, 심사숙고한 끝에 마지막으로 합류하면서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눈물의 애정을 표하기도 했다.


할리우드에서 정통성 있는 연기 내공으로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아 올린 라미 말렉은 '보헤미안 랩소디'의 히트로 글로벌 인지도를 높이며 '007' 시리즈까지 당당하게 합류하게 됐다. 다니엘 크레이그와 라미 말렉의 만남은 관객들에게도 반가움을 선사한다.

또한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일찍부터 역대급 스케일을 자랑하고, 자신했다. 실제 총 2억5000만불(한화 약 2964억5000만원)의 제작비가 투입됐고, 영국·이탈리아·노르웨이·자메이카 등 4개국 로케이션을 통해 고공 헬기, 오토바이 등 버라이어티 액션을 완성했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제임스 본드로 활약한 '007' 시리즈의 국내 성적은 '007 카지노 로얄'(2006) 101만2085명, '007 퀀텀 오브 솔러스'(2008) 220만5160명, '007 스카이폴'(2012) 237만6266명, '007 스펙터'(2015) 182만839명으로 집계된다.

특히 월드와이스 수익 11억불(약 1조 3043억 8000만원)을 찍으며 시리즈 최초 흥행을 달성했던 '007 스카이폴'은 국내에서도 가장 높은 기록을 세웠던 바,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팬데믹 시국 속에서도 기념비적인 레이스를 펼칠지 주목된다.

"주어진 삶을 의미있게…옛 것을 버리고 새 것을 맞는다"


이번 영화는 제임스 본드에 의한, 다니엘 크레이그를 위한 결과물이 나왔다. 영화 속 제임스 본드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날아다니지만, 영화는 오로지 다니엘 크레이그를 위해 모든 것을 움직였다. 어느 시리즈보다 제임스 본드의 원맨쇼가 빛난다.

시작부터 끝까지 공들이고 돈들인 티가 난다. 볼거리 하나는 기가막힌다. 007 시리즈 특유의 몽환적 시그니처 OST 시퀀스가 나오기 직전까지 오토바이 액션과 카체이싱을 전진 배치시켜 이미 한 편의 단편영화를 본 듯 깊이있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영화는 새하얀 설원을 배경 삼은 마들렌 스완(레아 세이두)의 과거로 시작된다. 최강의 적 사핀(라미 말렉)의 첫 만남을 관객들에게 먼저 소개하고, 신뢰와 비밀·오해와 진실 사이에서 갈등하고 헤어지는 제임스 본드와 마들렌의 모습, 그리고 5년 후의 현재를 펼쳐낸다.

이국적인 정취와 70~80년대 007 시리즈를 보는 듯한 색감은 화려한 액션과 묘하게 어우러지며 클래식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과거 비주얼과 현대 기술을 접목시킨 듯한 첫 차량은 등장만으로 반갑고 신선하다. '007스러움'을 곳곳에 살려내려 노력한 연출이 특히 돋보인다.


빌런의 목적은 예나 지금이나 '복수'라 할지라도, 시대가 발전하는 만큼 범행 방식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이번엔 DNA를 활용한 약물을 주요 소재로 대규묘 표적 범죄를 준비했다. 전문적으로 완벽히 이해하지 못해도 흐름을 이어가는데 어려움은 없다.

제임스 본드의 일당백 활약을 기대한다면 120% 만족할 만 하다. 죽어도 죽지 않았던 제임스 본드는 어느 때보다 침착하게, 절대 여유를 잃지 않는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몸놀림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고 가볍고, 15년간 쌓은 노련미까지 갖췄다. 긴장감 속 편안함이 무기다.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꽤나 어필했던 마들렌 스완, 노미(라샤나 린치), 팔로마(아나 디 아르마스) 등 주요 여성 캐릭터들의 존재감은 이들이 돋보일만한 시퀀스를 마련해 주기는 했지만 기대에 비해서는 각기 다른 쓰임과 매력 정도를 확인케 한다.


제임스 본드의 유일무이 이유가 되어주는 마들렌 스완으로 분한 레아 세이두는 과거와 비밀에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제임스 본드가 빠질 수 밖에 없는 치명적 아름다움을 뽐낸다. 사랑에 대한 진정성에 모성애를 더했고, 빌런 앞에서는 굽히지 않는 당당함을 내비친다.

새로운 007로 불리는 MI6 요원 노미는 '여성 007'이라는 설정 자체로 확연히 달라진 시대상을 엿보이게 한다. 제임스 본드와 함께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인물로 청춘의 패기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아직은 주변 인물이다.

오히려 단 한 장면만으로도 관객들을 반하게 만들 아나 디 아르마스가 짧고 굵게 강하다. 제임스 본드의 조력자로 전통적인 본드걸의 미모를 담당하면서 동시에 군더더기 없는 블랙 드레스 액션을 소화했다. 합을 맞췄어도 완벽하다.



관심을 모았던 빌런의 활용은 꽤 아쉽다. '사상 최강의 적'이라 표현했지만 라미 말렉이 연기한 사핀의 강렬함이 그다지 크게 와 닿지는 않는다. 얼굴 가린 가면이 더 섬뜩하다. 사핀과의 만남까지 거쳐야 하는 부하들과의 퀘스트도 '저 정도 쯤이야'로 넘기게 만든다.

요즘 빌런은 유약한 열폭덩어리에 다 준비해두고 가만히 앉아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는 것이 대세라지만, 기다렸던 제임스 본드와 야심찬 독대마저 구강 액션은커녕 구구절절 신세한탄에 가깝다. 긴장감이 떨어질 수록 지루함이 느껴지는건 비단 긴 러닝타임 때문만은 아니다

이 과정에서 살아 남은 건 오히려 사핀을 바라보는 꼬마 숙녀 마틸드의 측은하고 한심스러운 표정이다. 관객들의 마음을 고스란히 대변하는 듯한 이목구비가 그야말로 압권. 의외의 명장면으로 왜 감독이 여러 번 잡아주는지 이해하게 만든다.

또한 언제나 그랬듯 전형적인 미국영화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는 에피소드도 상당하다. 일명 '위기 속 갑분키스'는 팬서비스 차원인 것인지, 꽤 여러 번 나와 익숙한 헛웃음을 짓게 한다. 이 모든건 오로지 제임스 본드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장치가 됐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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