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스포츠 人] 한국 테니스의 현재 그리고 미래, 권순우

권수연 2021. 9. 3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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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아스타나오픈에 출전한 권순우, 연합뉴스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한국 테니스계 사상 '돌발상황' 이 터졌다.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간), 대한민국 선수가 18년 8개월만에 남자프로테니스(이하 ATP) 투어 대회 단식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 국가들은 테니스 불모지에 가깝다. 체격, 파워, 재정적인 부분이 뒷받침 되어야하는 소위 '귀족 스포츠' 로 불리는 종목 특성상 웬만한 선수들은 프로에 입문해 꾸준한 성적을 내기 어려운 종목으로 알려져있다. 취미 삼아 배우는 사람은 많지만 전문적인 선수 양성으로 들어가는 순간 난이도가 달라진다. 

한국에서는 현재 은퇴한 이형택(45)이 오랜 기간 한국 테니스계의 전설로 꼽혔다. 그러나 그 뒤를 이을 선수 풀은 너무나 빈약했다. 지난 2015년에 들어서야 겨우 96년생의 정현(25)이 나타나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노박 조코비치(34, 세르비아)를 꺾어 파란을 한 차례 만든 뒤, 지난 2020년부터 정현은 부상과 더불어 성적부진에 빠졌다.

테니스 불모지인 한국에서 에이스 한 명의 공백은 해당 종목 팬들에게는 큰 상실감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현의 공백을 메울 차세대 에이스 선수가 혜성처럼 등장했다.

바로, 지난 20일 열린 '2021 누르-술탄 아스타나오픈' (이하 아스타나오픈) 에서 한국 테니스 선수 사상 최연소 ATP 투어 단식 우승기록을 세운 권순우(23, 당진시청)다.

사진= 아스타나오픈에 출전한 권순우, 연합뉴스

어린 시절 그는 오히려 축구를 더 좋아하는 평범한 소년이었다. 그러나 고등학교 교사인 아버지가 테니스를 좋아한 탓에, 아버지와 함께 테니스장에 다녔던 것이 선수 전향의 계기가 되었다.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시작된 선수 생활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오랜기간 꾸준히 성적을 내야하는 종목 특성상, 권순우는 수도 없이 많은 대회를 거쳤다.

첫 프로무대 데뷔는 지난 2013년이었다. 부산 오픈 챌린저 대회에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참가한 것을 시작으로, 2015년부터는 호주 오픈 주니어에 출전해 본격적인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2015년 초, 세계랭킹 2,039위였던 순위는 그 해 말 645위까지 껑충 뛰었다. 

이후 2016년 들어 3월 일본 퓨쳐스 대회에서 우승, 12월 말 4차 태국 퓨처스 단식에서 우승하며 세계랭킹 308위에 들었다. 지난 2017년 역시도 연말 ATP 싱글 랭킹 168위에 들며 준수한 성적을 자랑했다. 특히 부산에서 개최된 부산 챌린저 투어에서 4강에 진출하며 세계 랭킹이 훌쩍 뛰어 처음으로 세계랭킹 200위 안에 진입했다. 

사진= 경기를 치르고 있는 권순우, 테니스코리아 제공

지난 2018년은 그에게 조금 가혹했다. 푸네 타타오픈 예선 1회전에서 브라질의 주앙 수자에게 세트스코어 1-2로 패배한 것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줄줄이 패배가 이어졌다. 연초 세계랭킹 ATP 싱글랭킹 175위로 시작했던 성적은 연말 253위까지 떨어졌다. 

잠시 주춤하던 성적은 2019년부터 다시 날개를 달았다. 연초 ATP 싱글랭킹 235위로 시작했던 성적이 100위를 넘어 88위까지 드는 이변이 연출되었다. 

다음 해에도 랭킹 갱신은 계속 이어졌다. 지난 해 3월, 69위를 기록한 것을 더불어 US 오픈 1회전 승리로 메이저 대회 본선 첫 승, 4개 투어 연속 8강 진출 등의 준수한 성과를 냈다. 비록 코로나19 확산세로 리그가 중단되었지만 프랑스 오픈 본선 참가로 모든 메이저 대회에 진출하는 수확을 얻었다. 

사진= 데이비스컵대회에서 경기를 치르는 권순우, 세계 테니스 명예의 전당 공식 SNS

2021년은 그야말로 웅크린 개구리같은 한 해였다. 지난 5월 어깨부상이 겹치며 뮌헨오픈(250) 이후 대회에 불참했다. 이후 2020 도쿄올림픽에 유일하게 테니스 종목 국가대표로 13년만에 참석했지만 1회전에서 프랜시스 티아포(미국)에게 0-2(3-6, 2-6)으로 패배했다. 

9월까지 어깨 부상에 시달렸지만 도약의 기회가 찾아왔다. 권순우는 지난 17일 열린 뉴질랜드 데이비스컵 대회에 에이스로 참가하며 단식 2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다. 특히 단식 3회전에서 루빈 스테이덤(뉴질랜드)을 2-0(6-3, 6-3)으로 완파함으로써 한국의 3-1 승리에 큰 몫을 했다. 

그리고 이변이 터졌다. 지난 26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오픈에서 제임스 더크워스(호주)를 2-0(7-6,<8-6>,6-3)으로 꺾은 권순우는 ATP투어 단식을 제패한 두 번째 한국선수가 되었다. 지난 2003년 아디다스 인터내셔널에서 정상에 오른 김형택 이후 18년 8개월만의 일이다. 

사진= 지난 26일 아스타나오픈에서 최종 우승한 권순우가 상패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빛나는 업적을 만끽할 틈도 없이 권순우가 치를 다음 일정은 벅차다. 잠깐의 휴식을 취한 뒤 오는 10월 7일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2021 인디언스 웰스 마스터스' 를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에이스만이 만끽할 수 있는 숨가쁨이다. 한국 테니스계 대선배인 이형택은 "국내 주니어 선수들에게 도전 의식과 동기부여를 심어주었다, 그의 정신력과 공격적인 전술, 체력을 보니 앞으로가 기대되는 선수" 라며 후배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 테니스계는 현재 모두가 권순우의 어깨에 집중하고 있다. 침체된 한국 테니스계에 승리의 단비를 적신 권순우는 이제 고작 만 23세다.

아직 그의 기량은 완전한 정점이 아니며, 그가 휘두르는 라켓은 언제든지 자기 자신의 기록을 격파할 수 있는 무서운 에너지를 품고 있다. 권순우가 일으킬 다음 '이변' 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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