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D.P.' 정해인, 심쿵 미소 버리고 찾은 섬세한 강인함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2021. 9. 30. 0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서 안준호 이병 맡아
넷플릭스 오리지널 'D.P.' 스틸 /사진제공=넷플릭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배우로서 이제 막 정점에 올라서기 시작한 정해인이지만 그를 떠올리면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2018)에서 해사하게 맑은 미소로 윤진아(손예진)를 대하던 서준희의 잔상이 따라다녔던 것이 사실이다.

TV조선 드라마 '백년의 신부'(2014)로 데뷔해 tvN 인기 드라마 '도깨비'(2016)에서 지은탁(김고은)의 첫사랑 야구부 선배로 등장하며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었고, SBS '당신이 잠든 사이에'(2017)와 '슬기로운 감빵생활'(2017)을 거치며 주목할만한 신예로 떠올랐다. 이어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로 단박에 명실상부 멜로 드라마 흥행 타자로 떠올랐고 곧 이어 안판석 감독과 MBC 드라마 '봄밤'을 함께 하며 '멜로 장인'이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2019)과 '시동'(2019)부터 자신의 연기적 장점이었언 해맑은 미소, 부드러운 다정함과는 대척점에 있는 20대 청춘의 끝없는 불안함과 가슴 밑바닥에서 끓는 뜨거운 에너지가 혼재된 반항기 넘치는 캐릭터들을 선보이며 다채로운 캐릭터를 향한 욕망을 감지하게 했다.

그리고 지난달 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를 선보이며 뜨거운 화제의 중심에 섰다. 'D.P.' 한편으로 '국민 연하남'이라는 기존 수식어는 그저 과거에 묻어둬도 충분할 만큼 강렬한 변신을 선보였다. 정해인은 현실에서 도망치듯 입대한 군대에서 어느날 육군 헌병대 군무이탈 체포조 D.P.(Deserter Pursuit)가 된 이등병 준호 역을 맡아 기존의 감성 연기에서 한층 깊어진 내면 연기까지 단연 비등점을 넘어선 역대급 연기를 선보였다.

온라인 화상 인터뷰로 정해인을 만났다. 매번 인터뷰에 임할 때마다 정장 재킷 차림으로 등장했던 것처럼 이날 화상 인터뷰에서도 넥타이까지 동여맨 채 기자들을 반겼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당시 인터뷰에서 사소한 질문 하나에도 진중하고 조금이라도 자신의 진심을 토로하고자 했던 고집이 보였다면, 'D.P.' 인터뷰에서는 작품이 워낙 칭찬을 받고 있던 탓이었는지 잔잔한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사실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에게는 입대하는 꿈이 가장 큰 악몽인데 실제 촬영할 때 그런 순간이 많았어요. 촬영은 제게 일이지만 훈련소 장면이나 이병 장면을 찍을 때 마치 입대하는 꿈을 꾸는 기분이었죠. 내무반에서 촬영할 때 너무 긴장되고 모든 상황이 공포스럽고 그런 순간들이 있었어요."

김보통 작가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D.P.'는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D.P.) 안준호(정해인)와 한호열(구교환)이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을 쫓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을 접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내무반 세트부터 각 계급별 복장, 분장 등 모든 것들이 극사실주의적이라 할만큼 세세하게 묘사돼 실제 군생활을 하는 것처럼 몰입할 수 있었다는 정해인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번 작품이 가장 끌렸던 이유는 준호라는 캐릭터보다 'D.P.'가 가진 이야기의 힘이 컸어요. 글이 주는 어마어마한 힘을 느꼈죠. 안준호를 제가 표현하는 걸 상상하며 읽으니 너무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감독님이 저를 염두에 두셨다니 더 힘이 났고요. 한준희 감독님은 제 다른 작품들을 다 보셨더라고요. 이것저것 하나하나 다 애정이 물씬 느껴졌어요. 하지만 막상 안준호를 어떻게 표현할지 마음이 무거운 장면들도 많았죠."

정해인은 이번 드라마에서 기존의 부드러움을 벗고 강인한 얼굴과 전직 복서 출신다운 리얼 액션을 선보였다. 탈영병들을 쫓아야 해 유독 뛰어야 하는 장면도 많았고, 일대 일 리얼 개싸움을 보여야 하는 신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그를 긴장하게 했던 건 군대 내무반 장면들이었다.

"안준호를 어떻게 표현할지 마음이 무거운 장면들이 많았어요. 전작에 멜로 장르들이 있었지만 이번엔 상반된 역할이었죠. 또 극단적으로 이렇게 군대를 리얼하게 보여주는 작품들도 없었던 것 같아요. 실제 내무반 세트는 소품 등 디테일이 장난이 아니었어요. 고증이 잘 돼있었죠. 관물대에 걸린 군복의 모양이나 모포, 군화 위치, 선임들의 의상 색깔, 이등병의 옷 색깔들을 보면 오래 입은 옷은 바래잖아요. 그런 것들이 다 표현돼 있었어요. 이병 얼굴이 선임보다 까만 것까지 나오잖아요. 보통 제가 첫 촬영 때 잠을 잘 못자는데 내무반 촬영이라 긴장을 하기도 했고 첫 촬영 분위기가 저에게 아찔한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순간들도 있어서 너무 긴장이 됐어요. 관등성명을 하다가 실제 제 이름을 말하기도 했어요. 너무 긴장돼서 '이병 정해인' 했다가 NG가 났죠. 안준호로서 몰입했다기보다 정해인으로서 몰입 됐던 것 같아요. 마치 재입대한 것처럼 그 순간이 공포였죠."

'D.P.'가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된 이후 남여를 막론하고 군필자이건, 미필자이건 여부에 상관 없이 뜨거운 화제를 모으며 해외에서까지 '오늘의 Top 10'에 오르는 화제작이 될 수 있었던 데는 누군가는 겪었을 법한 군내 폭력과 가혹행위 등에 대한 가차 없는 묘사와 이런 부조리들이 수십년 동안 근절되지 않는 원인에 대한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D.P.'는 방영 이후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실제 군내 가혹행위를 겪었던 경험을 폭로하는 사례들이 등장하는가 하면, 국방부와 정치권에서도 'D.P.'를 직접 언급하며 현재 군내 문제점들을 돌아보는 계기로도 작용하고 있다. 드라마 속 사건들과 사례들이 시청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었던 데는 정해인과 구교환, 김성균 외에도 김보통 작가와 한준희 감독이 잘 짜놓은 설계도 안에서 미친 연기력을 펼친 조현철(조석봉 역), 신승호(황장수 역), 이준영(정현민 역), 손석구(임지섭 역) 등의 활약도 컸다.

"정말 소름끼칠 정도로 제 군 생활 생각이 많이 났어요. 그 때 그 인물들을 그대로 재현한 것처럼 리얼하게 연기들을 하셨어요. 5, 6부의 휘몰아치는 장면들을 촬영할 때는 너무 힘들었어요. 대본으로 봤을 때부터 가장 충격적 장면이었죠. 아마 조현철 선배가 가장 힘들었겠죠. 촬영하면서 많이 답답하고 슬펐고 화도 났고요. 복합적 감정이 밀려왔어요. 쉽지 않았어요. 조현철, 고경표 선배, 신승호 배우에게 너무 고맙고 감사해요. 모든 배우들이 다 어우러져 장면들을 잘 만들어 주셨어요. 준호는 이등병이기에 할 수 있는 말과 대답이 제한적이었어요. 모든 상황과 선임들이 하는 말과 행동에 주의를 기울여 기민하고 민첩하게 반응해야 했죠. 상대 배우들이 모두 살아있는 연기를 하다 보니 계속 반응하고 리액션 해야만 했죠."

실제 군에서의 보직은 운전병이었다. KBS2 ‘정해인의 걸어보고서’ 출연 당시 9:1의 경쟁률을 뚫고 사단장 운전병이 된 사연을 전한 적도 있다. 'D.P.' 촬영기간 동안 실제 군대 시절 경험들이 다양하게 떠올랐다는 답변이 이어졌다.

"군 생활 당시 운전병이었어요. 2.5톤 군용 트럭도 몰아봤죠. 'D.P.'에서 준호가 박범구 중사의 눈에 띄어 'D.P.'가 되고 한호열 상병이 챙겨준 것처럼 저를 챙겨주신 선임들께 운전병 교육을 받으며 많은 걸 배웠죠. 운전 실력도 늘었고요. 군 선임들한테 'D.P.'를 재미있게 봤다고 연락도 왔어요. 참 신기한게 촬영할 때도 영내에서 촬영을 하면 유독 추웠어요. 부내 안은 이상하게 더 춥고 체력 소모도 빨라요. 피로감도 많이 느껴지고요. 그러다 밖에 나가는 장면을 찍으면 이상하게 따뜻하고 네온사인을 보면 기분도 좋아지죠. 위병소 나가는 순간을 찍을 땐 약간 들떴고요."

'D.P.' 흥행의 일등 공신으로 정해인-구교환의 찰진 호흡을 꼽지 않을 수 없다. 벗어나고 싶은 가정사를 지니고 도망치듯 군에 입대해 과묵하기 이를데 없는 안준호와 첫 출연 장면부터 이름 석 자를 크게 적어 넣은 군용 팬티를 입고 등장해 능글 맞고 친화력 넘치는 사회성을 선보인 한호열의 티키타카 호흡은 무거운 긴장감으로 휘몰아치는 'D.P.'에 소소한 웃음과 재미를 안긴다.

"구교환 형도 저도 낯가림이 많은 편이에요. 그래서 교환이 형이 이야기할 때 잘 들으려고 했죠. 사적으로든 연기적으로든 형의 이야기를 잘 들었어요. 준호는 이등병이기에 선임에 대해 무조건 리액션해야 했어요. 반응이 없으면 안됐거든요. 그랬더니 교환이 형이 참 좋아하시더라고요. 이번 작품에서 저는 돋보이고 싶지 않았어요. 탈영병들의 이야기가 주가 되어야 했고 저는 이야기를 끌고 가는 화자의 입장이잖아요. 제가 돋보이려 해서는 안된다 생각했어요. 반면 구교환 형이 한호열을 통해 무겁고 답답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많이 리프레쉬 시켜줬죠."

안준호를 연기하면서 전작들과의 차별성을 두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드라마에 구구절절 사연이 등장하지 않지만 가정불화 속에서 자라 사회와 사람들에게 그닥 호의적이지 않은 준호는 우연한 기회에 'D.P.'가 되어 수많은 사연의 탈영병들을 체포하는 과정을 겪으며 오히려 성장하고 각성해나간다. 실제 정해인도 연기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감정과 깨달음을 얻었다.

"항상 대본 속에 답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준호는 죄의식을 지닌 인물인데 탈영병들을 잡으러 다니는 과정에서 느끼는 바가 있죠. 허치도 에피소드에서도 그렇고 스스로 각성하는 상황을 마주치게 되요. 엄마와 대화도 안섞다가 나중에 전화를 하잖아요. 안준호를 표현하면서 정해인이라는 사람이 가진 우울함을 돌이켜 볼 수 있었어요. 또 제가 우울할 때 어떻게 표현하는지도 돌아볼 수 있었죠. 작품 전체적으로는 조석봉 일병 일화가 가장 와닿죠. 제가 군생활 했을 당시보다 지금은 군대 문화가 많이 바뀌었겠지만, 사실 대본에서 5~6부를 읽고 실제 드라마로 장면을 보니 충격적이었어요. 우리 드라마가 군대 이야기를 그렸지만 군대만을 그린 건 아닌 것 같아요. 이 사회의 어떤 부조리함에 대해 또 인간의 내면에 있는 악한 기질들에 대해서도 다뤘다고 생각합니다. 저 혹은 우리들 대다수가 방관자는 아니었는지 메시지를 던진 부분이 마음에 와닿았고요."

'貫萱邦?탄생했다'는 평을 듣고 있는 정해인이지만 당분간 쉼 없이 내달릴 예정이다. 'D.P.' 직후 블랙핑크 지수와 함께 촬영한 JTBC '설강화'가 방송 대기 중이고 배우 이제훈의 감독 데뷔작 '언프레임드'도 곧 선보인다.

"겨울에 공개될 '설강화'에서는 'D.P.'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어느 정도의 휴식이 필요한 타이밍이었는데 '설강화'도 '언프레임드'도 대본을 보니 안 할 수 없겠더라고요. 제가 시나리오나 대본을 볼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게 공감인데 다수의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해요. 이제훈 감독님이 데뷔작을 저를 생각하며 대본을 쓰셨다고 하는데 너무 감사한 마음으로 임했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남녀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 한국미디어네트워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