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것 아니어도 괜찮아, 실천이 쌓여 변화를 만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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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는 나무를 베는 것에서 시작된다.' 디자인 스튜디오 어라우드랩(aloudlab)이 제작한 재생·비목재 종이 샘플북에는 이런 문구가 나온다.
재생 펄프가 함유된 재생 종이부터 사탕수수, 대나무, 심지어 맥주로 만든 비목재 종이까지, 국내에서 구매 가능한 60여 종을 모아두었다.
"한 해 종이 소비량의 10%만 재생지나 비목재 종이로 사용한다면 하루에 약 2만6000그루의 나무를 살리는 셈입니다." 지금까지 300여 개가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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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는 나무를 베는 것에서 시작된다.’ 디자인 스튜디오 어라우드랩(aloudlab)이 제작한 재생·비목재 종이 샘플북에는 이런 문구가 나온다. 국내 연간 종이 소비량은 990만t, 나무 2억4000만 그루가 사라진다. 포스터 디자이너로 일하던 김보은씨가 극장가 쓰레기통마다 버려진 영화 포스터들을 보면서 해결책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재생 펄프가 함유된 재생 종이부터 사탕수수, 대나무, 심지어 맥주로 만든 비목재 종이까지, 국내에서 구매 가능한 60여 종을 모아두었다. 이 샘플북의 이름은 ‘종이 한 장 차이’. “한 해 종이 소비량의 10%만 재생지나 비목재 종이로 사용한다면 하루에 약 2만6000그루의 나무를 살리는 셈입니다.” 지금까지 300여 개가 팔렸다.
서울시 용산구 해방촌에 위치한 어라우드랩은 디자인의 사회적·환경적 영향을 고민하고 디자인을 통해 환경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스튜디오다. 연년생 자매인 김보은(왼쪽)·김소은씨 둘이서 운영한다. 2012년 광고회사를 그만둔 보은씨가 ‘그린 디자인’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 마침 동생 소은씨도 관심을 보였다. “라우드(loud)는 시끄럽다는 뜻인데 어라우드(aloud)는 다른 사람들이 들을 수 있게 소리 낸다는 의미예요. 저희는 좀 소극적인 사람들이라 a를 붙였어요.” 보은씨가 웃으며 말했다.
어라우드랩의 작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사람·환경·지역이다. 개발로 인한 서식처 파괴 문제를 알리기 위해 설악산 산양 달력을 만들고 고래 도감을 펴내 후원금을 모았다. 2019년 녹사평역에 설치한 ‘기억교환소’는 특히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다. 녹사평에 대한 각자의 기억을 써서 넣으면 다른 사람의 ‘기억 코인’이 나오는 자판기다. 이태원의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새롭게 환기하고 싶었다. 소은씨는 “나와는 관계없다고 생각했을지 모를 누군가와 같은 시간, 같은 장소를 살아가며 연결되어 있어요”라고 말한다.
주로 환경단체들과 협업하는데 2021년에는 〈시사IN〉과도 함께했다.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응원하는 ‘#WatchingMyanmar’ 캠페인에서 ‘용감한 빨간풍선’과 ‘휴머니티(밀크티)’를 제작했다. 많은 시민들이 베란다에 빨간풍선을 달고 밀크티를 마시는 인증샷을 올렸다. 보은씨는 “행동이라는 게 대단하지 않더라도, 일상의 작은 실천들이 쌓이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어요”라고 말했다. 변화는 더디지만 이런 실천들이 쌓여 균열을 만들기 때문이다. 어라우드랩의 디자인은 그래서, “재밌고 가볍게” 출발한다.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김영화 기자 you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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