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 vs 토종 연합군?..위기의 국내OTT,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김수현 기자, 변휘 기자 2021. 9. 3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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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오징어게임 흥행의 명과 암(下)

[편집자주] 국산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의 글로벌 흥행이 국내 OTT 시장에 파장을 일으킨다. 국산 콘텐츠의 글로벌 흥행과 경쟁력 확대는 환영할 일이나 국내 제작업계의 글로벌 플랫폼 종속과 국내 OTT 플랫폼의 위기론이 교차한다. 오징어게임이 드러낸 국내 제작업계와 토종 OTT의 현주소, 성장을 위한 과제를 짚어본다.

우수 제작인력 빨아들이는 넷플릭스…국내 OTT '대작공백'에 허덕
올해만 5500억 투자한 넷플릭스 '1강체제' 이어져 "자금력 한계 가진 국내 OTT 살아날 길 모색할 때"

5500억원. 넷플릭스가 올해 초 국내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겠다고 공언한 금액이다. 올해를 석달 남짓 남겨둔 시점에서 넷플릭스의 통 큰 투자의 결과가 국내 콘텐츠 업계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D.P', '오징어게임' 등 연이은 히트작을 쏟아내고 있는 넷플릭스가 자금이나 창작의 자유 측면에서 콘텐츠 제작기준을 한단계 끌어올린 가운데, 후발주자 격인 웨이브나 티빙, 왓챠 등 국내 OTT들이 과연 이 정도 환경을 제시할 수 있느냐에 관심이 쏠린다.

◆'D.P.' '오징어게임' 연이은 대박…넷플릭스 독주체제 이어진다

오징어게임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의 국내 콘텐츠 투자는 가시적 결실을 보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서비스 업체인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달 만 20세 이상 한국인의 넷플릭스 카드결제 금액은 753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 424억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78% 성장한 수치다. 결제자 수도 작년 8월 316만명에서 올해 8월 514만명으로 63%나 늘었다.

콘텐츠 인기도를 측정하는 척도인 월간 활성이용자수(MAU) 역시 넷플릭스가 다른 국내 OTT를 압도한다. 지난 6월 기준 넷플릭스 월간 MAU는 830만명으로, 웨이브(313만), 티빙(264만), 왓챠(138만)을 합친 것보다 많다.

결국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전과 투입가능한 제작비 규모에서 넷플릭스에 절대적으로 밀리는 국내 OTT가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최근 연달아 방영된 'D.P.'와 '오징어게임'은 각각 200억원 수준의 제작비가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9부작인 오징어게임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한부당 약 22억원의 자금을 책정한 셈이다. 6부작인 D.P.로 환산하면 에피소드당 평균 제작비는 더 올라간다.

국내 우수 제작 인력을 넷플릭스가 독식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넷플릭스와 2년간 장기 계약을 체결한 덱스터스튜디오는 이미 넷플릭스 전용 스튜디오를 만들어 협력 체계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추후 덱스터 스튜디오는 한국 콘텐츠뿐 아니라 넷플릭스 해외 오리지널 콘텐츠의 후반 작업 역시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1월12일 국내 OTT 시장에 진출하는 디즈니 역시 자금 면에서는 밀릴 게 없다. 디즈니마저 한국 제작사들과 손잡고 본격적으로 독점 콘텐츠에 투자하며 넷플릭스와의 정면 대결에 나선다면 국내 OTT들은 더욱 설 자리가 좁아질 전망이다.

◆국내 OTT도 자금 모아보지만…"다른 접근 필요해"

배우 김고은, 안보현이 14일 오후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된 티빙 새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내 드라마 최초 실사와 3D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포맷으로 제작된 '유미의 세포들'은 세포들과 함께 먹고 사랑하고 성장하는 평범한 유미의 이야기를 그린 세포 자극 공감 로맨스다. /사진제공=티빙 2021.09.14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국내 OTT업계로서는 콘텐츠 대전에서 밀리지 않아야한다는 위기감이 크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자본력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내놓는 오리지널 콘텐츠 역시 필적할만한 '대작'이 나오기는 어려운 구조다.

2025년까지 총 1조원 규모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OTT 웨이브는 지난 상반기 오리지널 드라마 '경찰수업', '모범택시' 등을 독점 공개했다. 웨이브 내부적으로는 인기를 끌었지만 대외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CJ ENM의 OTT '티빙 역시 마찬가지다. 2025년까지 연평균 1조원을 콘텐츠에 투자, 총 5조원의 투자 계획을 밝히고 2022년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티빙은 넷플릭스 '오징어게임'과 같은 날인 지난 17일 웹툰 원작의 오리지널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을 공개했지만 티빙 사용시간 확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미의 세포들'은 하반기 티빙의 최대 기대작으로 꼽혔으나 시청률은 1회 2.1%, 2회 2.4%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똑같이 붙어선 승산이 없는 국내 OTT들로서는 자금 측면 외에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한국 시청자들이 해외 콘텐츠보다 국내 콘텐츠를 선호하는 기류가 강해 국내 OTT에 강점이 있었다면, 지금은 넷플릭스나 디즈니+도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를 끊임없이 제작하고 있어 국내 OTT만의 차별점이 많이 희석된 상태"라며 "국내 OTT가 자금력에서 뒤처지기 때문에 무조건 제작비를 통크게 투입하기보다는 잘 알려지지 않은 웹툰이나 소설 원작의 지식재산권(IP)을 적극 발굴해 활용하는 것이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넷플 대항마 'K-OTT' 연합군?…뿌리깊은 갈등에 '글쎄'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흥행이 'K콘텐츠'의 저력을 과시했지만, 그 과실은 해외 플랫폼에게만 돌아간다는 지적이다. 이에 미디어 업계에선 티빙·웨이브·시즌 등 토종 OTT 간 '연합' 필요성이 거론된다. 하지만, 업체간 뿌리 깊은 갈등에 성사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이와관련, 지난 10일 한국방송학회가 주최한 '디지털 미디어 산업과 정책: 쟁점과 진단' 세미나에서 김용희 숭실대 교수는 토종 OTT의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가입자 확대·사업자 간 연합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나, 국내 OTT들은 그렇지 못한 여건"이라며 "국내 시장은 인구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해외로 진출을 하거나, 사업자 간 협력을 통해 가입자 확대를 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분을 섞는 등 안정적인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토종 OTT의 연합은 앞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도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한 위원장은 지난해 웨이브, 티빙, 시즌, 왓챠 등 국내 OTT 대표 사업자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현재 국내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 등 해외 메이저 사업자들의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다"면서도 "현재 정부 정책 및 지원체계로는 해외 OTT 콘텐츠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국내 사업자간 콘텐츠에 대한 전략적인 제휴와 협력을 강조했다. 국내 시장에선 어느 정도 경쟁이 불가피하다 해도, 적어도 국내 콘텐츠가 해외로 나갈 때마저 개별 플랫폼에 가두는 전략으로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과의 경쟁이 어렵다는 취지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웨이브, 티빙, 시즌, 왓챠 등 국내 OTT 대표 사업자와 간담회를 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제공) 2020.8.18/뉴스1

네이버와 CJ의 파트너십이 모델이 될 수 있다. 양측은 지난해 10월 네이버의 자사주 일부를 CJ그룹이 가지고, 네이버는 CJ대한통운·CJ ENM·스튜디오드래곤 지분 일부를 교환하면서 콘텐츠 사업 부문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이로써 한국 콘텐츠의 경쟁력이 높은 동남아시아와 일본 등 거점 시장에서 네이버TV를 통해 CJ의 콘텐츠를 보게 됐다.

하지만 K-OTT 연합체가 현실화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사업자 간 온도차가 커서다. 우선 웨이브는 넷플릭스 견제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지속적으로 '대규모 합작 플랫폼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KT 역시 자사 OTT 시즌이 고전하고 있는 만큼 플랫폼 연합에는 거부감이 크지 않다.

반면 CJ는 다르다. 자사 OTT 티빙의 '국내 1위' 등극이 최우선 과제인 데다 일찌감치 JTBC와 협력하고 있다. CJ는 가장 적극적으로 콘텐츠 산업 투자를 이끌어 왔다. 최근 콘텐츠 '제값' 받기를 두고 IPTV와 법적 분쟁까지 벌이고 있다. K-OTT 연합군을 만든다면 그간의 투자 역량을 경쟁사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꼴이 된다. CJ의 반응이 차가운 이유다.

결국 국내 OTT 사업자마다 각개전투하는 상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디어업계 고위 관계자는 "최근 국내 OTT의 협력 의사를 각 사에 타진했지만 웨이브, KT는 긍정적인 반면 CJ는 부정적 인식이 강했다"며 "업체 간 갈등의 골이 깊어 당국도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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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기자 theksh01@mt.co.kr, 변휘 기자 hynew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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