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근·박상하와 다른 대응..쌍둥이, 진정한 반성 대신 '유럽 도피' 선택했나 [오!쎈 이슈]

이후광 2021. 9. 30.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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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시절 이다영(앞)과 이재영 / OSEN DB

[OSEN=이후광 기자] 만일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가 학교폭력 미투사태를 자숙과 진심 어린 사과로 대응했다면 상황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아울러 피해자와의 원만한 합의가 있었더라면, 연봉 삭감이 동반된 도피성 그리스행은 없던 일이 되지 않았을까.

우여곡절 끝에 쌍둥이 자매의 그리스 리그 이적이 확정됐다. 국제배구연맹(FIVB)이 29일 해외 이적 시 반드시 필요한 쌍둥이의 국제이적동의서(ITC)를 직권 승인했고, 그리스 복수 매체는 이 소식과 함께 “두 선수가 다음 주 그리스에 도착해 모든 이적 절차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두 선수는 그리스 대사관에서 취업 비자를 발급받은 뒤 다음 주 출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왜 자매는 낯선 그리스행을 택한 것일까. V리그 여자부 대표스타였던 쌍둥이에게 시련이 닥친 건 2020-2021시즌이 진행 중이던 지난 2월. 당시 옛 동창생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이들이 중학교 재학 시절 수차례 폭력을 일삼았다고 폭로했다. 거센 비난 여론이 일었고 소속팀 흥국생명의 무기한 출전정지, 대한민국배구협회의 국가대표 영구 박탈 징계를 나란히 받았다.

학교폭력 가해자 지목 때만 해도 쌍둥이는 어느 정도 죄를 인정하는 모습이었다. 자필 사과문을 통해 잘못을 시인했고, 향후 피해자들과 원만하게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두 선수의 마음이 바뀌었다. 폭로 두 달 뒤 변호사를 선임해 “사실관계를 바로 잡겠다”며 커뮤니티 내 글쓴이를 고소했고, 6월말 한 방송 인터뷰에서 “잘못을 인정한다”면서도 "(피해자를 향해) 칼을 휘두른 건 사실이 아니다. 손에 들고만 있었다"는 황당한 해명으로 오히려 팬들의 분노를 샀다. 칼을 들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결국 이재영-이다영 자매는 자숙 및 피해자를 향한 진정성 있는 사과가 아닌 도피를 택했다. 당장 V리그에서 뛰지 못하자 터키 스포츠 에이전시를 통해 그리스 빅클럽 PAOK 이적을 추진했고, 대한민국배구협회의 ITC 발급 불가 방침에도 최고 권위 기관인 FIVB에 다이렉트로 이를 요청해 29일 마침내 그리스행을 성사시켰다.

학폭 미투사태 연루부터 그리스 이적 확정까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 중에서 과거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사과하는 것이 아닌 당장의 현역생활 연장을 위해 도피성 이적을 택한 부분이 가장 안타깝다. 단순히 지금의 상황을 피하는 것이 능사가 아닌데 두 선수는 자신들의 과오로 발생한 모든 사건들을 뒤로 하고 그리스행 비행기에 몸을 싣기로 했다. 이 정도면 향후 V리그로 복귀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V리그 남자부 역시 학폭 미투 사태로 곤욕을 치렀지만 이재영-이다영과 대응이 전혀 달랐다. OK금융그룹 송명근은 피해자의 폭력 피해 폭로 이후 수차례 피해자와 피해자 어머니에 진심을 담아 사과했고, 마침내 잘못을 용서받았다. 또한 삼성화재 박상하는 학폭 사태와 관련한 모든 과오를 떠안고 배구판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이후 경찰 조사를 통해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 잡고, 박상하는 학폭 가해자가 아닌 것으로 밝혀져 복귀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의 지극히 정상적인 후속 행동이었다.

그러나 지난 2월부터 약 7개월 동안 쌍둥이 자매의 진심 어린 사과는 없었다. 당초 약속대로 피해자와의 원만한 합의, 진정한 반성 등이 이뤄졌다면 여론을 조금이나마 돌릴 수 있었겠지만 이들은 고국을 뒤로 하고 그리스에서 적은 연봉을 받기로 결정했다. 진심을 담은 사과가 그 정도로 힘들었던 모양이다.

향후 이들이 다시 국내 무대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가대표 영구 박탈 징계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두 선수의 그리스 리그 연봉은 지난해(이재영 6억원, 이다영 4억원)의 10분의 1인 60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폭 피해자를 향해 고개를 숙이지 않은 대가가 생각보다 커보인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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