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보호관찰이 꼭 필요한 이유

[왜냐면]
최원훈 법무부 인천보호관찰소 소년과 책임관

소년 보호관찰 업무를 맡고 있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소년 중 만 17살 남학생이 있다. 중3 때 학업을 잠시 중단한 탓에 지금은 한살 어린 동기들과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소년은 보호관찰을 비교적 잘 받고 있지만, 최근 일주일 사이 연락이 되지 않았다. 소년의 아버지는 지체장애와 알코올 중독으로 이렇다 할 직업이 없다. 생계는 정부 지원금으로 근근이 이어가고 있다. 어머니는 몇년 전 암으로 사망했다. 아버지에게 전화했더니, 소년은 요즘 새벽에 집 밖으로 나가 오후에 들어오는 날이 많고 학교도 잘 가지 않는다고 했다.

소년에게 출석요구서와 경고장을 보냈다. 보호관찰소로 찾아온 소년에게 외박을 일삼는 이유를 물어보았다. 아버지가 거의 매일 술을 마시고 자신을 폭행한다고 했다. 소년은 중2 때까지 축구부 활동을 했다. 재능도 있고 노력도 하여 대회에 주전으로 나갔지만, 불의의 부상으로 축구를 그만두게 되었다. 그즈음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시면서 가출을 시작했다. 경찰에 붙잡혀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소년의 몸에는 문신이 늘어갔다. 우울증 진단을 받았고, 자살 충동과 불면증으로 불안정한 생활을 이어갔다. 결국 술집에서 시비가 붙어 폭력을 휘두른 끝에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다.

학교에 제대로 가지 않은 이유는 ‘은따’(은근한 따돌림) 때문이었다. 한살 어린 반 친구들이 소년을 은따시킨 탓에 친구가 없었다. 당연히 학교생활에 정을 붙이기 어려웠다. 학교 담임교사와 통화를 했다. 소년은 학교에 나오는 날에도 대부분 2~3교시가 끝나면 학교를 뛰쳐나갔다. 그나마 보호관찰을 받기 전보다는 나아진 것이라고 한다. 학교에 붙어 있는 시간이 거의 없으니, 특별히 문제를 일으킨 적도 없다고 했다. 가정폭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돈을 모아 방을 얻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배달 대행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일은 힘들고 위험했지만, 오토바이를 타면서 돈도 벌 수 있어서 좋았다.

소년을 보호관찰소에 출석시켜 상담을 하면서 진술서와 반성문을 쓰게 하고, 보호자·담임과 전화면담까지 마치면 오전 업무시간이 다 지나갔다. 여력이 있으면 소년과 함께 집을 방문해 아버지와 면담을 하고, 학교도 찾아가 담임교사와 소년의 학교 부적응 문제에 대해 의논하며 보호관찰 상황 등을 공유해야 한다. 하지만 오후에는 다른 소년들을 지도해야 한다. 소년한테는 다음 출석 일시를 알려준 뒤 귀가시킬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의 보호관찰 제도는 소년을 대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성인과 비교할 때 소년의 변화 가능성이 크고, 미래의 강력범죄를 예방하려면 소년 보호관찰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의 보호관찰관 1인당 대상자 수는 27.3명인 반면, 나는 현재 70명의 소년 대상자를 관리하고 있다.

10대의 범죄가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여론은 엄벌을 요구한다. 국회에서는 촉법소년 연령 조정과 처벌 강화를 위한 소년법 개정안들이 발의된다.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춰서 엄벌하는 것은 소년범죄의 억제 효과를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소년범죄는 한번에,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기존에 시행하고 있는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 특히 보호관찰을 더욱 활성화·내실화하여 소년범죄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소년법 개정은 그 이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