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의원들의 파벌 정치, 고노 지지한 민심 역행

황지윤 기자 2021. 9. 30.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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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다카이치에도 표 몰아줘
고노 다로, 다카이치 사나에

지난 17일 공식 입후보 직후 진행된 모든 여론조사에서 일반 유권자와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고노 다로 행정규제개혁상이 29일 치러진 자민당 새 총재 선거 결선투표에서 총 429표 중 170표를 얻어 당선에 실패했다. 요미우리⋅마이니치 등 일본 신문은 1차 투표에서만큼은 고노가 1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지만 1차 투표에서도 기시다 전 외무상보다 1표 적은 255표를 얻어 2위에 머물렀다. 국민 여론과 가장 가까운 당원·당우표는 169표로 가장 많았으나, 국회의원표는 86표로 3위에 그쳤다.

‘고노 위안부 담화’로 한국에 널리 알려진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의 아들로 ‘일본 정계의 이단아’로 불린 그는 이번 선거에서 가능성과 한계를 한꺼번에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트위터 팔로어가 200만명을 넘을 정도로 국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스가 요시히데 내각에서 ‘아날로그 도장 문화’를 없애고, 국민과 적극 소통하는 모습으로 ‘자민당 내 개혁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행정·규제 개혁과 코로나 백신 접종을 담당해 빠르게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린 덕에 차기 총리 후보 1순위로 떠올랐다. 젊은 유권자들은 그가 일본의 구태 정치를 혁파해주기를 바랐으나 파벌 정치의 벽은 높았다. 고노의 높은 지지율에 놀란 아베 신조 전 총리 등 자민당 ‘올드 보이’들은 “고노가 일본 자민당의 총재를 해서 되겠는가”라며 결사적으로 ‘반(反) 고노’ 흐름을 만들어 그의 꿈을 좌절시켰다. 앞으로도 고노가 파벌 정치의 벽을 넘지 못하는 한, 그가 총리로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17일 오후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당 총재 선거 후보 공동 기자회견에서 4명의 후보가 나란히 서서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왼쪽부터 고노 다로, 기시다 후미오, 다카이치 사나에, 노다 세이코./교도 연합뉴스

아베의 지지를 등에 업고 ‘일본 첫 여성 총리 탄생’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등 돌풍을 일으킨 다카이치 사나에(60) 전 총무상은 1차 투표에서 188표를 얻어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국회의원 표로는 114표를 얻어 고노를 앞서 일본 정계를 놀라게 했다. 국회의원들이 ‘자민당의 별종’인 고노보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내건 극우 다카이치를 선호했다는 점에서 일본 지식인 사회는 적지 않게 충격을 받았다.

다카이치 돌풍이 일본 정계의 우경화 경향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우익·보수 이념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로 주목받았는데, 그는 일본의 아시아 침략을 사죄한 1995년 무라야마 담화를 비판하며 수정을 요구했다. 야스쿠니 신사를 단골 참배하는 정치인이기도 하다. 다카이치는 지난 8월 총재 선거 입후보를 발표했을 때만 해도 주목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그를 지지하고 나서자 판세가 바뀌었다. 다카이치는 1993년 아베와 나란히 중의원에 당선된 후, 우파 정치 노선을 공유해온 정치적 동지로 차기 총선에서 무시 못 할 정치인으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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