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으론 아베의 강경 노선 계승… 장기 집권땐 ‘한국 중시’로 선회 가능성

도쿄/최은경 특파원 입력 2021. 9. 30. 04:16 수정 2023. 12. 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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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영향은?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외무상/AFP 연합뉴스

2015년 위안부 합의 주역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외무상이 이끄는 새 내각은 당분간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책 노선을 전반적으로 계승할 방침이다. 내년 5월 문재인 대통령 퇴임 전까지 한·일 양국 관계가 개선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베 전 내각에서 최장 재임 외무상이었던 기시다는 미·일 관계를 주축으로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 간의 외교를 강화하겠다고 공약하며 아베 외교 노선 계승 의사를 확실히 했다. 한·일 관계 경색의 주요 원인인 일본군위안부 및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해서도 강경하다. 정계 입문 후 한·일 관계를 중시해 온 그는 2015년 아베 전 총리를 설득해가며 한·일 위안부 합의를 밀어붙인 당사자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2017년 이 합의를 사실상 파기한 후엔 대한(對韓) 강경파와 같은 목소리를 내왔다. “한국이 먼저 국제법과 국가 간 합의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4일 자민당 총재 선거 공개 토론회장에서도 그는 “일본 측은 합의 내용을 모두 이행했다”며 “한국이 이런 것조차 지키지 않는다면 미래는 없다. 양국 간 대화는 필요하지만 (문제 해결의) 공은 한국에 있다”고 단언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학연구소장은 “외무상 시절 자신의 치적이었던 위안부 합의가 완전히 무효화된 데 대한 배신감이 있을 것”이라며 “기시다가 총리가 돼도 문재인 정권에선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기시다가 취임 후 맞닥뜨릴 첫 외교 문제는 일본 징용 기업 자산의 현금화 문제가 될 전망이다. 한국 대전지법이 지난 27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자산 매각 명령을 내린 데 대해 기시다는 “이미 일·한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된 문제”라는 종전 주장을 반복하며 한국에 국가 간 합의를 준수하라고 요구할 게 확실하다. 개헌에 대해서도 그는 그간 조심스러운 태도였으나, 아베 전 총리가 마지막까지 추진한 ‘4항목 신설 개헌’을 임기 내에 실현하겠다고 공약했다.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고 긴급 사태 조항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장기적 관점에선 “총재 선거 출마 후보 4명 중 최상의 결과”라는 평가 나온다. 기시다가 자민당에서 전통적으로 한국, 중국 등 주변 아시아 국가와의 외교를 중시해 온 ‘고치카이(宏池會)’를 계승하기 때문이다.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기시다 내각이 아베 전 총리의 지지를 업고 탄생한 만큼 한·일 관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기시다 내각이 올 11월 중의원 선거, 내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좋은 실적을 올려 ‘단명 내각’ 위기를 탈출한다면 고치카이의 색채를 반영한 외교 정책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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