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장동' 수사, 진상 규명 아니라 진상 덮기 같다

조선일보 2021. 9. 30.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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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 사건 전담팀이 29일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와 관련자들의 사무실 및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연합뉴스

검찰이 29일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관련, 사업 주체인 성남도시개발공사와 시행사인 화천대유를 압수수색했다. 의혹 장본인 중 일부는 출국 금지했다고 한다. 검사 17명 규모의 전담 수사팀도 서울중앙지검에 설치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검찰의 ‘늑장’ ‘뒷북’ 수사를 보면 진상 규명이 아니라 진상 덮기 같다.

검찰은 대장동 의혹을 언론이 보도하고 16일이나 지나서야 압수수색에 나섰다. 의혹 관련자들이 증거를 인멸·조작하거나 서로 입을 맞추기에 충분한 시간을 벌어준 것이다. 그사이 화천대유 선정 심사위원을 지낸 성남도시개발공사 팀장 출신이 공사로 찾아가 대장동 사업 관련 내부 기밀 자료를 사업 담당 현직 부서장과 함께 검토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두 사람이 규정을 어겨가며 이런 일을 한 이유가 뭐겠나.

화천대유가 압수수색 일정을 미리 파악해 대비한 정황도 있다. 화천대유는 며칠 전부터 사무실 주변에 경비 용역 인력을 배치했다고 한다. 화천대유 직원들은 압수수색 전날 저녁 늦게까지 사무실에 남아 있더니 당일 아침에는 9시가 넘었는데도 아무도 출근하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이 압수수색에 앞서 관계사인 천화동인 5호 소유주를 소환 조사하면서 일정이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소환 조사를 먼저 하는 것은 ‘곧 압수수색을 나갈 것’이라고 알려주는 셈”이라며 “수사의 기본적 순서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고 한다. 검찰의 출국 금지도 때를 놓치는 바람에 핵심 인물의 출국을 막지 못했다. 대장동 의혹의 핵심으로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는 가족이 있는 미국으로 나가 버렸다.

대장동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의 길목마다 김오수 검찰총장을 비롯한 친정권 검사들이 자리 잡고 있다. 수사팀이 설치된 서울중앙지검의 이정수 지검장은 박범계 법무장관의 고교 후배로 이 정권에서 요직을 잇달아 받았다. 수사팀을 지휘하는 김태훈 차장은 윤석열 전 총장 징계 실무를 맡았다. 수사를 담당하는 경제범죄형사부의 유경필 부장은 이 지검장의 측근이고, 김영준 부부장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기소된 송철호 울산시장의 사위이며 조국 전 장관 청문회 준비팀에서 일했다.

검찰만이 아니다. 경찰은 화천대유 계좌에서 수상한 자금 흐름이 포착됐다는 금융정보분석원 통보를 받고도 5개월간 일선 경찰서에 묵혀뒀다가 이제야 경기남부청으로 보냈다. 경기남부청도 친정권 성향인 신성식 수원지검장 관할이다. 대장동 의혹 수사가 제대로 되겠나. 국민이 공분하는 이 의혹에 대한 수사는 특검이 하지 않으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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