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샀는데 9개 떨어졌다, 개미의 눈물

홍준기 기자 2021. 9. 30.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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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상위 10개 종목 수익률 -7.5%

올해 국내 증시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액이 80조원을 넘길 정도로 투자 열풍이 이어졌다. 하지만 개인들이 많이 사들인 10개 종목 중 플러스 수익률은 네이버 1곳에 불과할 정도로 ‘투자 성적’은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추정 수익률은 -7.5%였다. 올 들어 지난 28일까지 종목별 순매수 금액을 순매수 주식 수량으로 나눠 평균 순매수 가격을 구한 뒤 이를 28일 종가와 비교해 추정 수익률을 계산한 것이다. 개인들이 올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삼성전자 주가가 부진했던 영향이 컸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4.7%)와 기관 투자자(7.2%)가 순매수한 상위 10개 종목의 수익률은 플러스였다.

◇삼성전자 믿고 투자했지만…

지난해 시작된 증시 호황이 이어지면서 올해도 개인 투자자들은 적극적으로 국내 주식 투자에 나섰다. 올 들어 지난 28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에서만 70조1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코스피(47조5000억원)·코스닥(16조3000억원) 시장 순매수액을 합친 것보다 순매수 규모가 더 컸다. 올해 개인 투자자들의 코스닥 시장 순매수액도 12조5000억원에 달한다.

개인들의 투자는 삼성전자에 집중됐다. 개인 투자자들은 올 들어 삼성전자 보통주와 우선주를 37조4000억원가량 순매수했다. 코스피 시장 전체 순매수액의 절반이 넘는 수준이다. 특히 처음 주식 투자를 시작한 개인 투자자들이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전자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런데 삼성전자 보통주(-6.2%)와 우선주(-4%)의 추정 수익률은 저조한 상황이다. 지난해 말 8만1000원이었던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월 11일에는 장중 9만6800원까지 오르며 ‘십만전자(주가가 10만원까지 오른 삼성전자)’에 대한 희망을 품게 했다. 하지만 이후 삼성전자는 투자자들의 기대처럼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지난달 20일에는 외국인의 집중 매도세 등의 영향으로 7만2700원까지 하락했고, 지난 28일에도 주가는 7만6300원 수준이었다.

순매수 2위인 SK하이닉스(-12.5%)나 순매수 5위 현대모비스(-16.3%), 6위 현대차(-12.3%), 9위 엔씨소프트(-16.3%) 등도 수익률이 저조한 편이었다. 올 들어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던 카카오도 정부의 규제 강화에 대한 우려 속에 주가가 하락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추정 수익률은 -7.9%까지 떨어졌다.

◇‘좋은 수익률’의 함정

금융투자업계에선 개인 투자자들이 이미 주가가 많이 오른 종목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한다. 개인 투자자의 추정 수익률이 가장 낮은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주가 상승률이 72.1%였다. 삼성전자 보통주의 지난해 주가 상승률도 45.2%였다. 주가가 많이 오른 종목은 매력적인 투자처처럼 보이지만, 주가가 많이 오른 종목이 계속해서 상승세를 이어가기가 어려운 것이다.

반면 외국인·기관 투자자들은 유망 산업인 게임·배터리 안에서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내며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기관은 올해 상장한 배터리 소재 기업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에 대한 투자(순매수 9위)에서 70.9%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외국인 역시 배터리 소재 기업인 에코프로비엠에 투자해 62.4% 수익률을 올렸다.

외국인의 금융주 투자도 돋보였다. 금리 상승이 예상되는 국면에 금융주에 투자해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한 것이다. 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의 차이인 ‘예대마진’이 클수록 은행의 수익성이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예대마진은 저금리 상황보다는 금리가 오를 때 커진다. 외국인은 신한지주(12.9%), KB금융(13.1%), 하나금융지주(18.6%)와 삼성화재(13.6%)에 대한 투자에서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카카오뱅크 투자에서는 4% 손실을 기록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는 금리 상승 등 경제 상황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금융주 등에 미리 투자해 수익을 극대화한다”며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이미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격 매수’를 하는 경우가 수익을 많이 내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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