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국민은 부동산 아비규환, 대장동은 돈벼락

윤영신 논설위원 2021. 9. 3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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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낡은 사상으로
4년 반 내내 부동산 역주행
‘미친 집값’ 만들어
서민은 고통, 대장동은 일확천금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 있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일대/장련성 기자

네 식구의 가장인 직장인 A씨가 서울 강북 아파트(전용 84㎡)에 이사 온 건 5년여 전이다. ‘전세 보증금 3억원+월세 70만원’ 계약이었다. 그 후 집주인이 바뀌면서 월세를 안 내는 대신 전세 보증금을 5억4000만원으로 올려줬다. 새 집주인과의 계약은 올 연말에 끝난다. 하지만 새 임대차법에 따라 A씨는 2년 더 사는 계약갱신 청구권을 요구할 수 있다. “운이 좋다” 생각했는데 “직장 문제로 그 집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집주인의 연락이 왔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처음 이사 올 때 5억원이던 아파트값이 5년여 만에 14억원이 됐고 전세 보증금이 9억원으로 올랐다. 근처로 이사 가려면 4억원 정도 필요한데 더 이상 빚낼 형편이 못 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도둑, 강도 짓이라도 해야 할 판”이라는 어느 세입자의 탄식이 남의 일이 아니었다.

A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수많은 국민들이 엄청난 부동산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의 ‘국민 부동산 스트레스 총량’을 계산할 수 있다면 한국이 단연 세계 1위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 4년 반 내내 한국은 편향된 이념 세력의 부동산 실험장이었다. 그 결과가 ‘미친 집값’ ‘미친 전셋값’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두 배 치솟고 연립주택마저 사상 최고가를 기록 중이다. 문 정부 이전에는 번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4년 모아야 집을 살 수 있었는데 지금은 23년 걸린다. 서울 지역은 29년이다. 소득 대비 집값 비율이 세계 주요 500개 도시 중 최상위권이다. 능력과 노력이 아니라 ‘미친 집값’이 계층을 가르는 나라가 돼 버렸다.

잘못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한 사람의 오기와 고집 때문에 국민들은 부동산에 울고 웃는다. 급기야 1억원 넣고 1200억원 빼가는 희대의 대장동 일확천금 투기 사건까지 터졌다. LH 사태는 ‘소꿉장난’ 수준이다.

다른 나라에서 보기 힘든 별의별 부동산 드라마가 문 정부 아래서 펼쳐졌다. 이를 연구·분석해 방대한 백서를 만들면 후대는 물론 다른 나라에도 좋은 참고 자료가 될 것이다.

19세기에 지대(地代)의 공유를 주장한 헨리 조지의 신봉자들이 21세기 시장경제 국가에서 부동산 정책을 펴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거주 이전 자유와 행복 추구권이 헌법에 보장된 나라에서 2채 이상 집 보유는 징벌할 범죄인지, 다년간의 수요 억제 정책이 집값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논문 쓸 소재가 널려 있다. 잘하면 노벨 경제학상도 받을 수 있다.

국내외 투자가들은 강남·강북·서울 외곽·지방 대도시·강남으로 회귀하는 집값 풍선 효과의 흐름만 잘 파악해도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세금 연구가들은 세무사들도 계산을 포기할 정도로 복잡하고 납세자들에겐 무례하기 짝이 없는 부동산 세금이 얼마나 지속 가능한지를 지켜볼 것이다. 정치학자들은 4·17 서울시장 선거 결과와 유권자의 조세 저항 연관성을 연구해볼 만 하다.

‘미친 집값’에 민심이 들끓자 문 대통령은 “죽비를 맞았다”고 했고, 민주당은 “부동산은 아픈 손가락”이라 했다. 하지만 말뿐이다. ‘미친 집값’이 더 미쳐 날뛰어 청년과 서민들은 숨 넘어갈 지경이 됐는데도 정책 틀을 전혀 바꾸려 하지 않는다. 청와대 참모들은 엉터리 부동산 지표를 들이대며 국민을 속이려 든다. 그 사이 한국은 눈 뜨고 못 볼 부동산 아비규환이 됐고 그 와중에 어떤 이들은 협잡해 부동산으로 배 불리고 강남 건물주가 됐다. 문 정권이 만든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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