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발언 뒤집은 美합참의장 "아프간에 병력 남기라 권고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입력 2021. 9. 3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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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수뇌부가 아프가니스탄 철군 결정이 내려지기 전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일부 병력의 주둔 유지 필요성을 보고했었다고 밝혔다.

또 테러와의 전쟁은 물론 아프간 전쟁도 아직 끝난 게 아니라는 군의 입장을 확인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아프간 전쟁 종식을 선언하며 "군 참모 중 누구도 나에게 병력 주둔 필요성을 말하지 않았다"고 했던 발언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것이다.

이 또한 아프간 전쟁의 종식을 공개 선언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과는 배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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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 상원 군사위 청문회서 밝혀.. 바이든은 "주둔 얘기한 사람 없다"
밀리 "아프간 철군, 전략적 실패".. 중부사령관도 "전쟁 아직 안끝나"
바이든이 했던 말과는 다른 얘기.. 백악관 "최종 선택권자는 대통령"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이 28일 미 의회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놀라운 성공’이라고 평가했던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를 ‘전략적 실패’로 규정했다. 워싱턴=AP 뉴시스
미군 수뇌부가 아프가니스탄 철군 결정이 내려지기 전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일부 병력의 주둔 유지 필요성을 보고했었다고 밝혔다. 또 테러와의 전쟁은 물론 아프간 전쟁도 아직 끝난 게 아니라는 군의 입장을 확인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아프간 전쟁 종식을 선언하며 “군 참모 중 누구도 나에게 병력 주둔 필요성을 말하지 않았다”고 했던 발언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것이다.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28일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올해 초 최소 2500명의 병력을 아프간에 주둔시켜야 한다고 대통령에게 권고했었다”고 밝혔다. 그는 “나와 군 지휘관들은 최고의 군사적 조언을 하도록 요구받지만, 의사결정권자들이 그 조언을 반드시 따르는 것은 아니다”면서 이렇게 증언했다. 군 통수권자인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내 기억에 나에게 (병력 주둔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 사람은 없었다”고 했던 발언을 미군 서열 1위 합참의장이 의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뒤집은 것이다.

밀리 의장은 지난해 가을 당시 분석에서 탈레반과 협의 없이 이뤄지는 미군의 빠른 철수는 아프간 정부의 붕괴로 이어지고 미국의 신뢰도에 손상을 입힐 것으로 봤다고 했다. “나의 분석과 평가는 1년간 일관되게 유지돼 왔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 중 아프간 철군을 두고 ‘놀라운 성공’이라고 평가했던 것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의에는 “실행상 성공이었으나 전략적 실패였다”고 답변했다. ‘아프간 철군이 미국에 대한 전 세계 동맹국들의 신뢰를 손상(damage)시킨 게 아니냐’는 질문에도 “맞다. 그 단어를 쓸 수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청문회 증인으로 함께 참석한 케네스 매켄지 중부사령관은 “테러와의 전쟁은 아직 안 끝났다”며 “아프간 전쟁도 아직 안 끝났다”고 했다. 이 또한 아프간 전쟁의 종식을 공개 선언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과는 배치된다.

매켄지 사령관은 미군이 아프간을 떠난 뒤 외부에서 테러 위협을 탐지하는 능력은 제한적이라고 지적하며 “최고의 시행 방법을 찾아가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우려했다. 이 증언 또한 앞으로 지상군 병력을 빼고 무인기 등으로 테러를 진압하는 ‘오버 더 호라이즌(over the horizon)’ 방식으로 테러 대응이 가능하다고 한 바이든 대통령의 주장과는 다르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이 2명의 고위 참모에 비해서는 아프간 철군 결정과 이행 과정을 방어하는 쪽이었다. 그러나 그도 “아프간 정부가 총도 제대로 쏴보지 않은 채 그렇게 무너지는 것을 보고 우리는 모두 놀랐다”며 예상치 못한 상황에 고전했음을 인정했다.

백악관은 의회에서 나온 군 수뇌부의 증언에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아프간 철군 과정에서 벌어진 참사 등을 놓고 야당인 공화당과 보수 언론의 날 선 공격이 이어지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 추가로 터져 나온 악재이기 때문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이 문제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흑백으로 가를 수 있는 대화가 아니다. 여러 관점이 있었고 그것이 대통령과 외교안보팀에 보고됐다”며 “어쨌거나 최종 선택은 그(대통령)의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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