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발명품은 누구의 것인가

실리콘밸리/김성민 특파원 2021. 9. 3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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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새로운 물건을 개발하면 사람처럼 특허법상 발명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아직은 ‘노(No)’라는 답이 나왔다.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22일(현지 시각) AI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특허 출원에 발명가로 이름을 올릴 수 없다고 판결했다. 논란은 2018년 시작됐다. 미국 인공신경망 연구 기업인 이매지네이션엔진스의 스티븐 세일러 대표가 라이언 애벗 영국 서리대 법학과 교수와 함께 AI 발명가인 ‘다부스(DABUS)’를 개발하고, 한국·미국·유럽연합·호주·영국·남아공 등에 다부스 이름으로 특허를 출원했기 때문이다.

다부스는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신경망 AI다. 다양한 데이터를 연결해 발명 아이디어를 낸다. 다부스는 이를 통해 높은 열 전도율을 갖추고 손으로 잡기 쉽게 만든 식품용기, 눈에 잘 띄도록 깜빡이며 빛을 내는 램프 등 2개 제품을 발명했다.

세일러 대표와 애벗 교수는 2018년 영국 특허청에 이 2가지 제품에 대한 발명가를 AI 다부스로 명시해 특허를 출원했다가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두 사람은 항소했는데 이번에 다시 “AI는 발명가가 될 수 없다”고 최종 판결을 받은 것이다. 세일러 대표가 특허를 출원한 다른 나라도 영국 법원과 마찬가지 이유로 다부스를 발명가로 인정하지 않는 추세다. 올 6월 한국 특허청도 “자연인이 아닌 AI를 발명자로 적은 것은 특허법에 위배되므로 자연인으로 발명자를 수정하라”고 통지했다. 유럽 특허청도 작년 같은 이유로 AI 발명가 인정을 거부했고, 미국 특허청도 다부스가 발명자가 될 순 없다고 했다.

반면 호주 법원은 지난달 AI가 발명가 자격이 없다고 한 호주 특허청의 결정이 잘못됐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AI도 발명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특허청도 형식적인 심사만을 거쳐 지난 7월 다부스에 발명가 지위를 부여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사안은 AI 시대를 맞아 중요한 철학적 문제를 불러일으킨다”고 했다. 인공지능의 권리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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